몸안의 북극성

Photo by Kim Dong Won
2025년 11월 20일 서울의 이태원에서

멀리 남산타워가 보인다. 처음 걸어보는 이태원의 낯선 골목이다.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다. 밤의 어둠은 더더욱 방향을 가늠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때 만나는 남산타워는 골목의 낯섬을 크게 중화시킨다.
핸드폰을 꺼내 지도앱을 켜면 금방 방향을 훤하게 짚어낼 수 있지만 그러지 않기로 한다. 정해놓지 않은 방향을 골목에 맡기고 하염없이 골목을 걷는 재미가 또 남다르기 때문이다.
남산타워는 내가 걷는 걸음의 방향이 남산의 자장 안에 있음을 알려주며 밤골목을 걷는 초행의 걸음 앞에서 등대가 된다. 그렇게 이태원의 골목을 올랐다 내려온 걸음은 녹사평역에서 마무리되었다.
걷는 동안 남산타워가 내 걸음의 등대였다. 북극성을 등대삼아 방향을 가늠하며 밤바다를 가던 시절은 아득한 옛날이 되었지만 남산타워를 북극성의 자리에 대신 세워놓고 밤의 골목을 밤바다처럼 떠돌다 집으로 돌아오는 유사한 여정은 여전히 가능했고 그런대로 재미있었다.
내가 걷는 동안 걸음의 앞을 짐작할 수 없는 나와 달리 이곳에 사는 듯 보이는 주민들은 모든 골목을 훤히 꿰찬 잰 걸음으로 능숙하게 방향을 짚어내며 골목을 걸어갔다. 남산타워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어디엔가 산다는 것은 몸속에 그 동네의 북극성을, 혹은 남산타워를 내장하는 일이다.
사는 사람들에게는 밤에도 훤한 골목을 더듬더듬 걷다 왔다. 내가 사는 동네에 도착해 역에서 내리니 내 몸안에서 천호동의 북극성이 환하게 빛을 발했다. 어디나 훤했다. 우리는 몸안에 밤에도 길을 훤하게 밝혀주는 북극성을 몇 개씩 갖고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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