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한 나무의 기억

Photo by Kim Dong Won
2016년 12월 24일 경기도 팔당의 두물머리에서

나무 밑에 앉아 사랑을 속삭이면 나무가 그 사랑의 밀어를 다 기억해둔다. 나중에 그곳에 가면 그 자리에서 속삭였던 사랑이 다 기억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나무가 그날의 밀어를 모두 나무에 새겨 영원한 각인으로 남기고 다시 나무를 찾아가면 그때의 각인을 머릿속 기억의 회로 속으로 건네 그날의 기억을 생생하게 환기시킨다.
하지만 나무의 각인에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사람은 지우고 사랑만 기억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그 때문에 때로 우리는 다른 여자나 다른 남자를 데려갔다 엉뚱한 소리를 하게 되는 치명적 순간을 맞는다. 그 날 같이 온 사람이 다른 여자나 다른 남자였다는 사실이 들통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나무에게 중요한 것은 사랑이어서 누가 사랑을 속삭이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에겐 세상 그 어떤 사랑도 누구와 나누는 사랑인가가 가장 중요하다. 내가 아니면 그 어떤 사랑도 사랑이 아니다. 우리에게 사랑은 딱 하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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