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2월 2일 인천 강화의 전등사에서
강화의 전등사에 다녀왔다. 오규원 선생님 뵈러 간 길이었다. 2월 2일이 선생님이 세상 뜬 날이다. 선생님은 세상 뜬 뒤로 전등사 한 켠의 숲속에서 소나무 한 그루를 골라 그 나무가 되셨다. 나는 오규원에 대한 평론으로 ⟪문학과 사회⟫를 통해 등단을 했다. 한때 나의 꿈은 평론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규원 전문가가 되는 것이었다. 내가 꼽는 시인 목록의 가장 윗자리는 언제나 오규원 선생님이었다. 딱 한 번 뵌 적이 있다. 오규원 시인의 시에 대한 글은 여러 편 썼다.
그녀와 함께 가서 선생님에게 말했다. 오늘은 나의 한잎의 여자랑 같이 왔어요. 그녀가 말했다. 선생님 덕분에 지금까지 이 남자랑 같이 살고 있어요. 등단할 때 투고를 했지만 집에 전화가 없어 그녀의 전화 번호를 대신 적어 놓았었다. 나의 당선 소식을 가장 먼저 들은 것이 그녀였다. 내게 오규원은 그녀에게 가는 길이었다.
눈이 내린 날이었다. 나뭇가지에 쌓인 눈이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날리는 눈은 쨍한 햇볕을 안고 반짝거렸다. 허공이 눈부셨다. 나뭇가지도 햇볕을 안고 반짝거렸다. 시인 오규원은 그의 시 「허공과 구멍」에서 “나무가 있으면 허공은 나무가 됩니다/나무에 새가 와 앉으면 허공은 새가 앉은 나무가 됩니다”라고 말했었다. 오규원식으로 말한다면 허공이 햇볕을 안고 반짝거리는 나무가 되고 나뭇가지에 새대신 앉아 있던 눈이 눈부시게 나는 입자가 된 날이었다. 그녀가 텅빈 내 마음의 허공으로 들어와 사랑이 된 날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