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찾아온 겨울 손님 고니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2월 14일 경기도 퇴촌의 경안천 습지공원에서

먼거리를 마다 않고 찾아오는 걸음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더구나 그 거리를 걸어서 오는 것이라면 반가움은 커지다 못해 감동이 되기에 충분하다. 겨울에는 그런 반가움이 있다. 걸어서 오는 것은 아니지만 먼거리를 날아서 오는 손님이 있다. 겨울 철새들이다.
겨울은 추운 계절이고 추위는 우리를 집안에 가둔다. 그런 이유로 대개의 사람들이 겨울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겨울에도 집을 나가야할 이유가 생긴다. 눈이 내리면 우리는 밖을 나가 눈길을 걸어보고 싶어진다. 겨울 철새도 바깥을 나가야할 이유가 된다. 문제는 눈이 자주 내리질 않고 철새 도래지도 대부분 서울에서 멀다는 것이다. 어느 것이든 서울에선 보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내가 사는 곳에서도 겨울에 쉽게 볼 수 있는 철새가 있다. 고니가 그렇다. 인근의 하남이나 퇴촌으로 나가면 한강변이나 습지공원에서 고니를 아주 가까이서 만날 수 있다. 하남의 한강변은 지하철을 타고 나가 마지막 역에 내리는 것으로 아주 쉽게 닿는다. 퇴촌은 버스를 타고 다소 오래 가야 하지만 그래도 버스의 배차 간격이 그렇게 뜸하진 않다. 퇴촌은 간단하게 떠나는 여행 기분도 안겨준다. 겨울에는 그래서 고니를 보러 팔당의 한강변이나 퇴촌의 습지공원을 찾아간다. 이제 고니도 이곳의 환경이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지 사람들이 가까이 있어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고니를 보러 가면 같은 겨울 철새인 기러기도 간간히 볼 수 있다. 오리떼는 상당히 자주 본다.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머리가 붉은 흰죽지나 머리에 댕기를 맨듯한 댕기흰죽지들이 무리지어 강을 헤엄치는 모습은 고니를 찾아간 걸음에 뜻하지 않는 기쁨을 안긴다. 원래는 철새 였지만 이제는 텃새가 되어버린 가마우지도 이들 철새들 사이로 끼어든다.
추위를 마다않고 바깥으로 나선 걸음은 고니를 보겠다는 마음이 이끌지만 그 마음을 따라가면 온갖 새들을 만나게 된다. 아득하게 먼 거리를 날아온 고니가 온갖 새들을 불러내 반갑게 마중나온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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