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이름을 찾은 흰죽지

hoto by Kim Dong Won
2026년 2월 15일 서울의 천호대교 위에서

사는 곳에서 한강이 그리 멀지 않다. 가끔 걸어서 한강까지 간다. 사는 곳은 천호동이지만 암사동이 길을 맞대고 있다. 길을 건너 암사동을 가로지르고 한강변의 아파트 사이로 빠져나가면 한강에 이르게 된다.
한강에 나가면 두 개의 다리를 만난다. 하나는 광진교이고 다른 하나는 천호대교이다. 차들이 많지 않고 걷기에 좋은 다리는 광진교이다. 이 다리를 건너 한강 북쪽까지 간 뒤에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올 때도 있다.
지난 해 한강변에 나갔다가 광진교 위에서 특이한 오리를 봤다. 머리가 붉었다. 생전 처음보는 오리였다. 내가 그 모습을 보고 이름을 구별하여 부를 수 있는 오리는 청둥오리 정도였다. 이름을 알 수 없어 머리가 붉으니까 붉은머리오리가 아닐까 짐작을 했다. 그래서 붉은 머리와 오리로 검색을 하고 우연히 마주한 붉은머리오리의 사진에서 머리가 붉다는 점을 근거로 삼아 내가 본 오리를 붉은머리오리라고 불렀다.
그런데 조금 걸리는 문제가 있었다. 이 오리가 우리나라에는 없고 미국에 산다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누군가가 홍머리오리가 아닐까 하는 의견을 밝혔다. 홍머리오리로 검색을 했다. 모습이 내가 본 오리와 훨씬 비슷했다. 오리의 이름은 홍머리오리로 바뀌었다.
올해 고니를 보러 하남의 한강변으로 갔다가 지난 해 봤던 머리가 붉은 오리를 다시 봤다. 아무 거리낌없이 홍머리오리라고 불렀다. 다음 날 한강의 광진교로 산책을 나갔다가 다시 홍머리오리를 봤다. 천호대교 아래 쪽에 별을 뿌려놓은 듯 떠 있었다. 천호대교로 자리를 옮겨 원없이 홍머리오리를 구경했다.
그렇지만 정확한 확인을 위해 홍머리오리를 검색할 때마다 접하는 사진들과는 차이가 있었다. 미심쩍어진 나는 드디어 카메라를 이용할 수 있는 구글의 이미지 검색으로 확인을 해보기에 이르렀다. 구글은 이 오리의 이름이 흰죽지라고 했다. 거의 100퍼센트 똑같아 보였다. 머리는 붉고 가슴은 검정색이며 몸통은 희다는 특징이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하남의 한강변에서 홍머리오리를 보았을 때 댕기흰죽지를 함께 봤고, 때문에 흰죽지라는 이름의 낯을 익힌 뒤였다.
새들이 금방 이름을 찾지 못할 때가 있다. 흰죽지도 그랬다. 처음에는 붉은머리오리로 오해가 되었고 그 다음에는 한동안 홍머리오리였다. 그리고 드디어 그 이름을 찾아 흰죽지로 불리게 되었다. 강위에 떠 있으면 몸통의 하얀 색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흰죽지가 분명했다. 새가 이름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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