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2월 27일 서울 답십리의 청계천매화거리에서
계절이 겨울의 끝자락에 이르면 꽃을 찾아 다녔다. 마치 불이라도 쬐듯 꽃의 주변으로 일찍 걸음한 봄이 모여 있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그때면 항상 꽃소식의 처음은 매화였다. 아직 서울의 겨울 추위가 완연할 때 제주에서 매화의 개화 소식이 올라왔다.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 멀리 마중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처럼 솟아오르곤 했다. 그리고 2월의 하순에 들어서면 동네의 양지바른 곳에 자리 잡은 어느 집의 홍매화가 붉은 매화를 한 송이 터뜨렸다. 바람끝에 겨울의 냉기가 남아 있었지만 홍매화는 꽃으로 맞는 봄맞이에 주저함이 없었다. 그러나 동네의 어디를 돌아봐도 아직 백매화의 가지엔 꽃망울만 잔뜩이다. 그러다 가지를 올려다보며 꽃을 찾던 시선을 땅으로 내리면 그곳에서 봄까치꽃을 만난다. 손톱만한 꽃에 푸른 봄이 가득 담겨 있다. 매화의 봄을 찾아 청계천의 매화거리를 걷다 봄까치꽃의 푸른 봄을 만났다. 수십 그루의 매실나무에서 겨울 열손가락에 꼽을 꽃송이를 찾아낸 날이었다. 매화에서 가장 이른 봄을 찾을 때 가장 먼저 찾아온 또 하나의 봄이 가장 낮게 발끝에 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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