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3월 14일 서울 답십리의 청계천 매화거리에서
매화가 활짝 피었다. 햇볕 좋은 곳에 자리한 나무이다.
제주에서 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이 올라온 것은 1월 중순이었다. 막 한두 송이 꽃을 내미는 시절이었다. 그 매화가 활짝 피었다는 소식은 2월 중순쯤에 가서야 들을 수 있었다. 몽우리를 한두 개 터뜨리던 매화가 나무를 모두 꽃으로 채우는 데는 한달이 걸렸다.
서울에서 꽃을 찾아 나선 걸음이 매화를 만난 것은 2월말이 다 되어 갔을 때쯤이었다. 제주의 매화는 1월 중순에 벌써 제주로 봄을 불러다 놓고 있었지만 서울의 매화는 그 손짓을 내미는 데 한달반의 시간이 더 걸렸다. 3월 중순이 되자 서울의 매화도 이제 꽃이 활짝 피었다. 하지만 모든 매화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햇볕 잘 드는 곳에 자리한 몇 그루가 그랬다. 아직 서울의 매화는 꽃보다 몽우리가 훨씬 더 많았다. 그래도 활짝 꽃이 핀 자리에선 봄의 느낌이 완연했다.
하지만 정오쯤 집을 나서는 걸음 앞의 계절은 봄이었지만 시간이 저녁 때로 접어들면 날씨는 갑자기 쌀쌀해졌다. 사람들이 겨울이 꽃을 시샘한다며 꽃샘 추위라고 불렀다. 매화를 올려다 보면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꽃 하나 없이 보낸 겨울이 이 예쁜 꽃을 시샘할 리가 있겠는가. 시샘이라기 보다는 나도 꽃좀 보고 가겠다며 겨울이 부리는 앙탈이었다. 마치 눈송이처럼 걸려 있는 매화를 보고 있노라면 겨울의 앙탈이 이해가 되었다. 겨울과 함께 활짝 핀 시선을 한참 동안 꽃에 걸어 두곤 했다. 집을 나올 때 옷을 두툼하게 챙겨입고 나온 것이 다행이었다.
걸음을 거두어야 하는 시간이 왔다는 것을 알면서도 앙탈을 부리며 겨울이 저녁 때마다 걸음을 돌려 다시 매화 앞에 서는 시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