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세 개의 얼굴들

Photo by Kim Dong Won
2025년 3월 17일 충북 청주 은곡리의 카페 가배시광에서

예술의 세상에선 구멍 세 개면 얼굴이 된다. 구멍 중 두 개는 초점을 삼긴 채 허공에 걸려 있는 시선이 되고 나머지 하나는 지워진 코를 대신하여 숨구멍 같이 열린 입이 된다. 아마도 살다 보면 우리의 내면이 그와 같은 표정을 갖게 되는 순간이 있으리라. 하지만 그런 내면의 표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는 법은 없다. 예술은 우리가 내면에 갖고 있으면서도 얼굴에 꺼내지 못하는 표정을 구멍 세 개의 얼굴로 확연하게 조형해 낸다. 우리는 가끔 호흡도 잊고 시선의 초점도 잃고 그래도 숨을 쉬어야 겠기에 입은 닫지 못한 채 숨구멍처럼 멍하니 열어 놓은 순간을 산다. 그 순간에도 우리의 얼굴은 모든 것이 제 자리에 그대로이지만 예술은 구멍 세 개만을 얼굴에 남기고 다른 모든 것을 지워 그 순간을 확연하게 얼굴에 남긴다. 때로 예술만이 우리 내면의 표정을 꺼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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