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작품이 된 의자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18일 서울 잠실역에서

예술 작품이었다. 작품 위에 “앉지 마세요! 문화예술 작품입니다”라는 주의 문구가 올려져 있었다. 그 문구가 오규원의 시 「버스 정거장에서」를 생각나게 만들었다. 시는 이렇게 시작된다.

노점의 빈 의자를 그냥
시라고 하면 안 되나
노점을 지키는 저 여자를
버스를 타려고 뛰는 저 남자의
엉덩이를
시라고 하면 안 되나
나는 내가 무거워
시가 무거워 배운
작시법을 버리고
버스 정거장에서 견딘다
—오규원, 「버스 정거장에서」 부분

시인이 우리 주변에서 보는 흔한 것들을 그냥 시라고 하면 안 되냐라고 했으니 의자가 예술 작품이 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오규원은 같은 시에서 “배반을 모르는 시가/있다면 말해보라/의미하는 모든 것은/배반을 안다”라고 말한다. 그의 말은 시란 의미의 배반이란 얘기로 들린다. 배반이라고 했지만 말을 바꾸면 세상의 모든 것은 그것이 가진 일상적 의미를 넘어 새로운 의미로 열릴 수 있다는 얘기가 될 것이다. 오규원에겐 바로 그때가 시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작품은 심문섭 작가의 「새날」이었다. 1996년작이다. 잠실역에서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열차타러 가는 길에 볼 수 있다. 주의 문구가 작품 위에 오르게 된 사연은 어렵지 않게 짐작이 간다. 아마도 사람들이 자주 작품을 의자로 오해를 하여 그 자리에 앉았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그런 점에서 주의 문구가 좀 아쉬웠다. 내가 생각한 문구는 이랬다. “작품 「새날」의 일부가 된 의자입니다. 의자로 생각하고 앉으시면 휴식은 얻을 수 있지만 새날은 보이지 않습니다.” 작품은 무거워 보이질 않았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예술의 무게를 버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의 문구는 아주 무거워 보였다. 예술이란 그렇다. 의자 앞에서 일상적 용도를 배반하고 다리 아프게 서서 새날을 얻는 것이다. 지하철역에서 내가 주의 문구를 견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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