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좋아한다. 자유로운 분위기가 때문이다. 사실 대학을 빼곤 요즘의 학교는 일반인들이 함부로 들어갈 수가 없다. 문을 잠그고 있으며 학생이 아니면 들어오고 나가는 사람들은 출입 허가를 받아야 한다. 대학은 반대로 자유롭게 드나들 수가 있다. 보정암 예술촌에 갔다 오는 길에 대만대학교에 들렀다. 대학이 보정암 예술촌에 가기 위해 내렸던 공관역 가까이에 있었다.

2026년 3월 22일 대만 타이베이의 대만대학교에서
대학의 바로 앞에 공원이 있다. 공원에는 야자수가 무성하다. 늘씬한 키를 자랑하고 있었다.

2026년 3월 22일 대만 타이베이의 대만대학교에서
대만대학교의 정문이다. 내가 대학을 다닐 때만 해도 대학은 정문을 철문으로 굳게 막고 들어오는 차량이나 사람을 통제했었다. 지금은 철문으로 정문을 막고 들어오는 사람들을 일일이 가로막는 대학은 보지 못했다. 대학은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 되었다. 대만대학교도 예외가 아니었다.

2026년 3월 22일 대만 타이베이의 대만대학교에서
캠퍼스에 철쭉이 많았다. 꽃은 절정에 달해 있었으며 지면에 떨군 꽃도 몇 송이가 눈에 띄었다. 타이베이의 3월은 철쭉이 시작하는 시기였다. 한국이라면 산의 철쭉은 6월은 되어야 절정의 시간을 갖는다. 타이베이의 철쭉은 한국보다 세 달은 빠르게 절정의 시간을 갖는 듯했다. 타이베이의 철쭉이 한국보다 빨리 피는 것은 이곳의 철쭉이 특별나기 때문이 아니다. 타이베이라는 지리적 위치가 빠른 절정의 시간을 가져다준다. 다른 이들보다 빠른 성공을 이루었다고 해도 그것이 자신의 능력 탓이 아닐 수도 있다. 잘 타고난 집안의 힘이 크게 작용한 탓일 수 있다. 타이베이의 철쭉이 우리가 빠르게 어떤 성공을 이루었다고 해도 그것이 모두 우리의 능력에 의한 것은 아닐 수 있다고 충고했다.

2026년 3월 22일 대만 타이베이의 대만대학교에서
교정의 중앙대로에서 야자수가 늘어서서 장관을 연출한다. 그늘을 드리우는 데는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아 보였지만 이국적 풍경이 되기에 충분했다. 대만대학교 교정의 독특한 점 가운데 하나는 교정이 거의 완전 평지였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대학은 대개 언덕을 갖거나 아예 언덕 위에 지어진 대학도 많다. 걷는 동안 오르막이나 내리막을 전혀 만나지 못했다.

2026년 3월 22일 대만 타이베이의 대만대학교에서
한자로는 용수(榕樹)라고 적혀 있고 반얀트리라고도 한다는 나무를 대만대학교에서도 본다. 가지에서 뿌리를 수염처럼 늘어뜨리고 있다. 타이베이에 오니 뿌리가 더 이상 숨은 양육자로 땅속에서 사는 삶을 감내하지 않기로 했다고 선언하고 있었다. 땅속을 나온 뿌리는 가지에 그 몸을 걸치고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버드나무 생각이 났다. 혹시 버드나무 가지가 땅속을 탈출한 뿌리가 오랜 세월에 걸쳐 진화하여 가지의 삶을 가진 결과는 아닐까.

2026년 3월 22일 대만 타이베이의 대만대학교에서
문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이다. 때문에 누구도 그 앞에 앉아 통행을 가로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일요일에는 건물이 문을 닫는다. 그리고 닫힌 문 앞에 연인이 앉아 데이트를 한다. 일요일엔 닫힌 문이 둘의 사랑을 연다.

2026년 3월 22일 대만 타이베이의 대만대학교에서
주름잎(Mazus pumilus)의 꽃을 만났다. 한해살이나 두해살이 풀이며 한국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익숙한 꽃도 이국의 여행길에선 남다른 반가움이 된다.

2026년 3월 22일 대만 타이베이의 대만대학교에서
야자수를 올려다 보며 생각했다. 왜 야자수는 잎이 맨 위에만 있는 것일까. 모든 야자수는 가지가 없다. 그러니 가지치기 할 일은 절대로 없을 것 같다. 가지가 곁눈질이라면 야자수는 곁눈질 하지 않고 오직 하늘로만 길을 가는 올곧은 나무이다. 곁눈질은 맨 위에서만 한다.

2026년 3월 22일 대만 타이베이의 대만대학교에서
가늘고 긴 실을 방사형으로 펼친 듯한 꽃을 보았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꽃을 가진 나무가 있다. 자귀나무가 그렇다. 그러나 자귀나무 꽃은 분홍색이다. 대만대학교에서 만난 이 꽃은 노란색이다. 나무의 이름은 로즈애플(rose apple)이라고 했다. 열매도 열린다. 열매는 보지 못했지만 먹을 수 있다고 한다.

2026년 3월 22일 대만 타이베이의 대만대학교에서
색이 붉어 멀리서 처음 봤을 때는 꽃인가 했다. 가까이 가보니 잎이었다. 나무의 이름은 한자로는 람인(欖仁)이라고 되어 있었으며 영어로는 인디언 아몬드(Indian Almond)였다. 그런데 어떻게 3월에 잎이 붉은 것일까. 이 나무는 건기에 잎이 물든다는 얘기가 있었다. 그러면 3월이 타이베이는 건기인 건가. 어쨌거나 붉은 색을 잎이 가지면 그때부터 잎도 꽃이다.

2026년 3월 22일 대만 타이베이의 대만대학교에서
한국에서 3월은 아직 꽃을 보기 어려운 달이며 열매는 더더욱 어림도 없다. 그런데 타이베이에선 3월에 열매를 보았다. 나무의 이름은 제륜도(第倫桃)라고 했다. 영어명을 우리 말로 옮기면 코끼리사과(Elephant Apple)이다.

2026년 3월 22일 대만 타이베이의 대만대학교에서
녹음이 우거진 걷기에 좋은 교정이었다. 한없이 걸어도 좋을 것만 같았다.

2026년 3월 22일 대만 타이베이의 대만대학교에서
이팝나무 꽃이었다. 이 나무는 한국에도 아주 흔하다. 특히 서울의 한강 남쪽을 흘러가는 올림픽대로변에 이 나무가 많다. 우리 동네도 이 나무가 심어진 길이 있다.

2026년 3월 22일 대만 타이베이의 대만대학교에서
열매는 콩 꼬투리처럼 보였는데 나무에 열려 있었다. 재크의 콩나무가 생각났다. 콩이 나무인 나라가 정말 있구나 했다.

2026년 3월 22일 대만 타이베이의 대만대학교에서
계단은 버려졌다. 버려지자 담쟁이가 계단을 차지했다. 담쟁이 덩굴은 계단을 올라 계단 중간의 가로등도 초록으로 덮어 버렸다. 가로등은 더 이상 밤을 밝히진 않았지만 담쟁이가 덮은 뒤로는 초록으로 낮을 밝혔다. 저녁 때가 되면 낮게 각도를 기울인 저녁 햇볕이 계단을 올라 닫힌 문을 두드려 보곤 했다. 오늘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저녁 햇볕은 언제나 그랬듯 밤이 깔린 길로 걸음을 돌렸다.

2026년 3월 22일 대만 타이베이의 대만대학교에서
우리나라 태생이 아닌 꽃을 우리나라에서 자주 볼 때가 있다. 히비스커스도 그런 꽃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에서 미리 낯을 익힌 꽃을 타이베이에서도 만난다. 너가 비행기타고 우리나라 와서 살고 있었던 거구나 싶다.

2026년 3월 22일 대만 타이베이의 대만대학교에서
벚꽃을 만났다. 이제 벚꽃이 피는 건가 했더니 히로타가 벚꽃의 시절은 여기선 끝났다고 했다. 끝난 시절의 벚꽃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벚나무가 자리한 곳이 그늘이었기 때문이다. 그늘진 곳에서 늦게까지 우리를 기다려준 벚꽃을 두 차례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