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호텔을 예약할 때 조식은 신청하지 않았다고 했다. 우리는 이른 아침에 문을 여는 식당이 별로 없지만 타이베이는 일찍 문을 열고 아침 식사 거리를 제공하는 곳이 많다고 했다. 베트남에 여행갔을 때는 호텔에서 항상 조식을 해결했다. 아침마다 똑같은 호텔의 식당에서 아침을 먹었다. 아침이 그렇게 새롭지는 않았다. 타이베이에선 아침마다 딸이 골라 놓은 곳을 찾아갔다. 아침이 항상 새로웠다. 그것도 즐거움 중 하나였다.

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호텔을 나서니 앞 건물의 한 층에서 아래층으로 물줄기가 내려오고 있다. 햇볕을 가리는 차양을 청소하는 물줄기이다. 층이 다른 듯 보이는데 청소할 때만 위층에 양해를 구하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모여있는 거리의 오토바이는 내게는 타이베이의 독특한 볼거리이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겐 익숙한 풍경일 것이다. 누군가에겐 익숙한 풍경이 여행자에겐 생전 처음보는 풍경이 될 때가 있다. 그 처음 앞에선 풍경의 느낌이 새롭다. 우리의 익숙함 속에도 새로움이 내재되어 있다. 대만 사람들은 우리나라에 와서 세상에 거리에 오토바이가 거의 없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우리가 아침을 먹은 용허또우쟝따왕, 우리 식으로 한자를 읽으면 영화두장대왕(永和豆漿大王, Yonghe Soy Milk King)이다. 두장(豆漿), 그러니까 또우장은 한자로만 보면 장(漿) 자가 즙 장자여서 콩즙이란 뜻이지만 두부국에 가깝다. 그리고 그 두부는 또 순두부에 가깝다.

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딸이 음식을 시켰고 전병 같은 음식이 한 줄 나왔다. 탄삥이라고 하는 듯 했다. 아침 식사를 간단하게 하려는 모양인데 너무 간단하다 싶었다.

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시킨 음식이 너무 간단하여 결국 한 접시 더 시켰다. 이번에 나온 음식 중에는 무떡이란 것이 있었다. 무로 만든다고 한다. 쫄깃했다. 감자떡은 많이 먹어 봤는데 무떡은 처음이다. 한국에선 무로 떡을 만든다는 생각 자체가 어렵다. 여행지의 음식은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의 변신을 보여준다.

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아침을 먹은 식당 옆에 라야 버거라는 버거집이 있었다. 버거집의 앞에는 샌드위치가 나와 있다. 칠판에 한자로 早午優惠 三明治十飲品 只要 50이라고 적혀 있다. 구글에게 물었더니 아침·점심 할인, 샌드위치+음료, 단 50위안이라고 한다. 혼자 여행했다면 이런 집에서 샌드위치 하나를 집어드는 것을 더 선호했을 것이다.

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딸과 그녀는 호텔로 들어가고 나는 근처를 돌아다니다 11시에 호텔에서 보기로 했다. 11시에 호텔에서 오늘도 우리를 안내해줄 히로타를 만나기로 약속되어 있었다. 걷다 보니 대만의 공유 자전거를 보게 된다. 한국과 달리 전기 자전거이다. 관광객도 빌릴 수 있다고 하는 데 좀 까다로운 듯 싶다.

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중산당(中山堂)이란 건물 앞에 공원이 있어 그곳을 둘러보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 야자수가 눈에 띄었다. 타이베이에 와서 야자수는 원없이 본다. 야자도 종류가 있는지 이 야자수는 대추야자라고 한다. 한국에서 야자수는 온실에서만 볼 수 있다. 여긴 어디나 온실이란 얘기도 된다. 나는 2, 3월의 동남아 여행에서 야자수가 자라는 더운 날씨를 만날 때마다 무슨 3월에 야외 전체가 더울 정도로 과도하게 난방을 하냐라고 농담을 하곤 했다. 난 야자수는 아프리카 가야 볼 수 있는 줄 알았다. 여행은 잘못된 식견을 많이 바로 잡아 준다.

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용수(榕樹)라 불리는 나무는 볼 때마다 신기하다. 이 나무의 뿌리는 더 이상 어두컴컴한 땅속에서 물과 양분을 구하지 않는다. 나무는 가지에 뿌리를 걸치고 허공에서 바람에 흔들리며 대기를 호흡한다. 해방이란 어둔 땅속을 나와 환한 빛 속에서 호흡하는 대기의 느낌으로 온다.

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용수(榕樹)나무는 뿌리가 땅속을 탈출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한 형상을 가졌다. 한국에서도 나무 밑둥에서 뿌리가 살짝 드러난 경우는 있지만 나무 둥치와 뿌리는 확연하게 구분이 된다. 용수(榕樹)나무는 그 구분이 되질 않는다. 그냥 뿌리들이 땅속을 탈출하여 나무를 이루었다는 느낌이 강하다.

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버섯나무란 것은 없다. 하지만 나무를 보자 버섯나무란 이름이 떠오르고 말았다. 인간들의 가지치기 때문이다. 나무는 가지를 다듬을 기회를 인간에게 주고 거대한 초록의 버섯을 얻는다.

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한국에서는 주로 덩굴란타나라고 부르며 영어명은 트레일링 란타나(Trailing Lantana)인 꽃이다. 정식 학명은 란타나 몬테비덴시스((𝐿𝑎𝑛𝑡𝑎𝑛𝑎 𝑚𝑜𝑛𝑡𝑒𝑣𝑖𝑑𝑒𝑛𝑠𝑖𝑠)이다. 3월의 타이베이에 와서 좋은 점 가운데 하나가 꽃을 자주 만나는 것이다.

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길을 걷다 좁은 골목이 있어 들어가 봤다. 숨겨진 정원처럼 푸른 나무 한 그루가 나타난다. 더 이상은 갈 수가 없었다. 대개 막다른 골목은 그 끝을 벽이 가로막지만 이 골목은 막다른 골목이었지만 푸른 나무가 걸음을 반겨주었다.

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도시에선 대낮에도 햇볕이 자리를 찾기 어렵다. 용케 건물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햇볕이 후레쉬 불빛을 켜고 자리를 찾고 있었다. 햇볕의 후레쉬 불빛은 길쪽으로 길게 새어 나와 길을 건넌다. 여기저기 햇볕의 후레쉬 불빛이었다. 햇볕에게 도시는 아침이 밝아도 어둡다.

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거리를 걷다 붉은 여자를 만났다. 갈비뼈 치마를 입고 있었다. 아담의 갈비뼈로 여자가 만들어졌다는 속설이 있지만 여자는 그 갈비뼈는 그냥 치마 만들 때 장식품으로 쓰였다고 했다.

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사람들이 길거리에 앉아 음료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실내와 실외를 구분하지 않고 자리를 펴면 어디나 앉아 있기에 좋은 날씨였다.

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골목을 걷다 높은 건물 하나를 보게 되었다. 신광 라이프 타워(Shin Kong Life Tower)이다. 타이베이 메인역 맞은편에 자리하고 있으며 51층의 건물이다. 1993년에 완공되었으며 당시에는 대만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다. 이 빌당에 대만에서 가장 큰 백화점인 신광미츠코시의 역전점이 입점해 있고 우리가 첫날 찾아가서 버블티를 마셨던 춘수당이 이 백화점의 지하에 있다.

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우리가 묵었던 써니 호텔의 앞에 있는 육교는 나만의 전망대가 되었다. 골목을 걷던 걸음이 11시쯤에는 자연스럽게 이 육교 위로 올라가 있었다. 점점 건물들이 낯이 익기 시작한다. 오른쪽의 높은 빌딩은 솔라리아 니시테츠 호텔이다. 숙박비가 비싸다. 이 호텔 빌딩의 1층에는 대기 시간이 3시간 정도 된다는 인기높은 식당이 있다. 그 식당도 비싸서 개인당 우리 돈으로 5만원 정도는 준비해야 식사를 할 수 있는 듯 했다.

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길의 가운데로 늘씬한 야자수가 늘어선 시먼딩 거리이다.

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타이베이와서 처음 내렸던 역인 베이먼역 쪽으로 바라본 모습이다. 왼쪽으로 충효대교라는 다리가 있고 오른쪽으로 조금 가면 타이베이 메인역이 나온다. 써니 호텔을 중심으로 지리를 꿰기 시작했다. 길과 방향을 모를 때의 도시는 어디를 가나 미로가 되고 길과 방향을 알고 나면 도시는 온통 건물들이 시야를 막아도 그 뒤를 훤히 볼 수 있게 된다. 우리는 걸어다니면서 길을 익히고 그 다음에는 시야를 막는 거대한 건물들의 뒤를 보는 놀라운 시선을 얻는다.

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오토바이가 달린다. 타이베이의 거리에서 보면 오토바이가 가장 바쁘고 차들은 느긋하다. 나는 육교 위에서 아예 꼼짝도 않고 오토바이의 분주함을 구경한다.

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목면(木棉)나무의 붉은 꽃이 뜨거운 표정으로 아침 인사를 나누자고 했다. 가로수로 서 있는 이 나무의 꽃을 자주 보았다. 꽃만 있고 잎이 없었다. 우리도 봄에는 잎보다 꽃이 먼저 나온다. 목면나무의 꽃은 봄의 습성으로 피고 있었다.

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오토바이가 맨앞, 그 뒤는 승용차와 택시, 그리고 맨 뒤에는 버스가 서 있다. 큰 것이 작은 것에 앞을 내주는 풍경은 보기에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