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면
황급히 시간을 마련해서
눈덮인 겨울산으로 떠나고 싶습니다.
봄과 가을은 계절을 주어진 그대로 즐길 수 있지만
여름과 겨울은 계절을 주어진 그대로 즐기기가 어렵습니다.
여름이 더워야 여름이고,
겨울이 추워야 겨울이라고 말하지만,
그 날씨의 혹독함 때문에
여름 날씨가 여름같고, 겨울 날씨가 겨울같을 때면
사람들은 여름같지 않고, 겨울같지 않은 것들을 꿈꿉니다.
그래서 여름엔 시원한 바람이나 계곡물이 여름 날씨의 정반대편에서
여름같지 않은 것에 갈증난 우리의 심신을 달래줍니다.
한여름의 자연엔 무더위가 한창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여름같지 않은 시원한 바람과 계곡물도 함께 주어집니다.
우리는 무더운 여름에 헉헉대면서도
가끔 즐기는 그 산꼭대기의 바람과 계곡물의 시원함으로 여름을 견딥니다.
겨울엔 그 반대입니다.
겨울날이 겨울 같을 땐 모두가 따뜻함을 그리워합니다.
사람들은 불을 피우고 그 주위로 몰려듭니다.
그러다 보니 집안 구석으로 틀어박히게 됩니다.
자연으로 가서 불을 피우고 놀면 큰일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눈이 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나무들이 가지 사이를 모두 비운 겨울산은
산이 텅빈 느낌이지만
눈덮인 산은 눈으로 가득찬 느낌입니다.
그냥 가득차는데 그치지 않고
눈은 포근한 느낌으로 세상을 채워줍니다.
또 발밑에 밟힐 때마다 뽀드득뽀드득 소리를 냅니다.
마치 계곡을 흘러내리는 물이 졸졸거리며 소리를 내듯이.
또 여름날 물에 뛰어들듯이 눈밭에 몸을 눕혀 볼 수도 있습니다.
영화 <러브스토리>에서 눈장난이란 곡을 배경으로 삼아
여자 주인공 알리 맥그로우가 눈밭으로 몸을 눕히던 장면은
아마도 그 영화를 본 사람들에겐 가장 잊지 못할 장면일 것입니다.
여름에 계곡에서 우리의 더위를 식혀주었던 그 물은
겨울엔 하얀 눈으로 다시 산으로 돌아옵니다.
눈이 오면 그래서
없는 시간을 황급히 마련해서 산으로 가야 합니다.
가서 가장 겨울같지 않은 것,
바로 눈의 한가운데로 뛰어들어
이 겨울을 견뎌갈 따뜻한 추억을 만들어야 합니다.
멀리 남쪽에서 눈소식이 들립니다.
폭설이라 피해가 많다고 합니다.
걱정이 앞서는 한편으로 눈소식을 들으니
여행짐을 급하게 챙겨 눈덮인 산에 가고 싶습니다.
가서 지난 여름 발담그고 지나갔던 그 계곡물이
온산을 하얗게 채워준 눈길로 다시 찾아온 그 길을 따라
천천히 산을 오르고 싶습니다.
8 thoughts on “눈이 내리면”
그래서 산에 가셨다는 말씀???
추위와 더위 그상반을 그리워한는 간사한 마음에 동감합니다.
다들 눈사진으로 혹은 등산의 흔적으로 새해 내린 눈을 다짐과 각오의 무엇으로 여기는 몇일 입니다.
추위가 싫고 게으른 수아는 그저 앉은 자리에서 설경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게 해주는 부지런한 많은 이들께 감사합지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소!!!
산에 못가서 아쉽다는 말이지요.
일하고 있어요.
수아님도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올해는 사진도 많이 찍으시구요.
털보 형님! 지난 해도 함께한 시간이 많아 행복헸습니다.
올 해도 형님 바라는 일들이 잘 이루어지는 복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문지가 고 3 이 되는 해지요?
온 가족이 슬기롭게 잘 헤쳐 가길 바랍니다.
제게 승재씨 성원보다 더 큰 힘이 되는게 있을까 싶어요.
항상 고마워요.
문지야 저 혼자서 잘하는데 요즘 공부는 돈으로 하는 거라서 제가 좀 벅차요.
하지만 내 딸이니 잘 하겠지요, 뭐.
올해도 시간 나는대로 가끔 술이나 한잔 하자구요.
저도 함박눈이 내리는, 아님 눈이 많이 쌓인 산에 가서
알리 맥그로우처럼 뒹굴고 눕지는 못할지언정
설경을 맘껏 담아오고 싶은 맘 굴뚝 같답니다.
근데 눈길을 달리다 사고 나지 않을까 너무 추워 덜덜 떨지나 않을까
뭐 이런 걱정도 함께 하게 되네요.
덕분에 배운게 많은 한 해였던거 감사드립니다.
여러가지로 풍성한 새해 되길 바랍니다.
블로그하면서 좋은 사람들 알게 된 것이 저의 큰기쁨이었습니다.
찾아주고 읽어주는 게 그저 고마울 따름이예요.
올해 댁에 좋은 일 많이 생기길 빌께요.
눈 덮인 산 사진을 보니 정말로 휙~ 떠나고 싶네.
올해도 좋은 글, 좋은 사진들 많이 보여줘~
올해는 정말 원래 이 블로그 만들 때 하려고 했던 것좀 많이 해야겠어.
시인들의 좋은 시를 소개하려고 만든 건데 말야.
시집좀 많이 읽고 좋은 시얘기를 엮으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