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추위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12월 30일 강원도 화천에서


겨울 추위가 한창 기승입니다.
밖을 나가면 몸이 자꾸 움츠러들고 종종걸음을 치게 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깥보다는 집안으로 파고들게 되는 연유입니다.
겨울 추위를 반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산천어 축제를 준비하느라 한창 바쁜 화천을 찾았더니
그곳에선 겨울 추위가 섬세한 손길로 그 재주를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그냥 물가의 옹벽을 따라 물을 흘리기만 하면
겨울 추위는 그 흐르는 물로 갖가지 형상을 하얗게 빚어냅니다.
겨울 추위가 아니라면 그 어떤 손길이
물컹이는 물로 형상을 빚어낼 수 있었겠어요.
강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평상시라면 강가의 돌멩이를 적시고 흘러내렸을 강물이지만
오늘은 그 위로 뛰어올라 투명으로 착지를 했습니다.
마치 우아한 동작으로 공중을 한바퀴 돌고
안전하게 착지한 체조 선수를 생각나게 합니다.
물이 멋지게 착지할 수 있도록 손을 잡아준 것은
사실 강가에서 언 발을 동동구르며 서 있던 겨울 추위입니다.
아직 강물은 얼지 않았지만
가두어 놓은 강물 한켠의 지류는 꽁꽁 얼어붙어 있었습니다.
그 미끄러운 빙판은
또 많은 사람들이 얼음을 지치며 놀다갈
즐거운 운동장이 되겠죠.
아마도 그 빙판을 빚어내기 위해
겨울 추위는 밤새 곱은 손길을 호호 불었을 것 같습니다.
겨울 추위가 춥긴 하지만 물이 있는 곳으로 가보면
그 섬세한 손길을 여러 곳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겨울은 겨울 추위가 물로 형상을 빚는 계절입니다.
날씨가 가라앉았다 싶으면
강변이나 계곡으로 겨울 추위의 손길이 빚어낸
작품 세상을 찾아가 볼 일입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12월 30일 강원도 화천에서

10 thoughts on “겨울 추위

  1. 흐, 유쾌한 위에 두분의 이름 ㅋㅋ
    동원님은 긴 머리카락에 턱수염이
    프리스타일이라고 종종 생각해요.
    역마살있는 사람이 행복하게, 저도 한표^^

    1. 인도와 네팔로 날라버리는 두 분만이야 하겠어요.
      저야 국내만 뱅글뱅글 도는 수준인데.
      산에 좀 가야 하는데… 매일 늦게 깨서 어딜 가질 못하겠어요.
      내 이름도 문선양에게 맞추어 내 턱수염으로 해놨어요.

  2. 예쁜 부부님들 새해 잘 맞이하셨어요?^^
    여긴 눈도 안쌓이고 겨울이 별 볼일 없어요.
    고드름따서 먹고싶네요.

    빨리 봄이왔으면 좋겠네요.
    디카들도 꽃찍고 쑥 뜯으러 다니게요.

    동원님께 한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제가 예전에 여쭤봤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그래서 여줘봐야하나 말아야하나 그냥 궁금해하고 있어요.

    1. 새해랄께 따로 없고 그냥 일하고 있어요.
      마감하고 어디 서울시내 야경이라도 찍으러 나갈까 생각 중이예요.
      평등공주님은 이사는 하셨나요?
      새로운 곳에서 좋은 일, 많이 생기길 빌께요.
      남쪽에는 눈이 많이 왔다는데 여기는 아직 큰 눈은 날리질 않네요.
      내일 아침 일찍 해뜨기 전에 팔당이나 나가볼까 생각 중이예요.
      집앞에서 버스타고 가면 되거든요.

  3. 어떤 거든 착지를 잘 해야 해~
    착지가 불안하면 점수 많이 까먹거든.ㅎㅎㅎ

    난 추운거 아주 질색이야.
    따뜻한 봄이 얼른 왔으면…ㅎㅎㅎ

    1. 화천은 무지 싫어하겠네.
      난 여기서 6시 15분에 떠나는 버스가 있는데
      그거 타고 다시 한번 가보고 싶더라.
      내가 가야할 곳으로 용하게 찾아갔는데 너무 늦게 가서 좋은 장면은 찍을 수가 없었어.
      아침 8시 정도까지 가야 찍을 수 있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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