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수이강 남쪽의 동네 골목과 다시 돌아온 디화 스트릿 – 6일간의 타이베이 여행 Day 3-4

타이베이 대교로 단수이강을 건너 강변을 걸었다. 하류로 내려가 그곳의 다리로 다시 강을 건너고 강변을 거슬러 올라 디화 스트릿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내 계획이었다. 그 계획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아래쪽의 다리엔 인도가 보이질 않았다. 다시 타이베이 대교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같은 길을 반복하는 것이 싫어 강의 둔치를 넘어 강변의 동네로 들어가 보았다. 도심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었다. 내가 계속 타이베이라고 적고 있기는 하지만 이곳은 타이베이가 아니라 신베이라고 하는 듯하다. 강을 건너기 전에는 타이베이고, 강을 건너면 신베이였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목면(木綿)나무의 꽃이 붉다. 이 꽃이 피면 봄이 끝나고 여름이 시작된다. 원래는 잎이 있지만 꽃이 필 때쯤 잎이 다 떨어진다. 잎을 보려면 더 기다려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일찍 와야 한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단수이강의 둔치에 이런 시설물이 있었다. 비와 햇볕 피하기에 좋은 곳이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단수이강 강변에서 자주 만났던 인도구관조를 가까이서 다시 보았다. 강변에선 가까이 다가갈 수가 없었지만 동네로 들어가는 길의 육교 위에선 통로가 나를 숨겨 주었기 때문에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훔쳐 본 모습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참새도 다시 보았다. 익숙한 새라서 그런지 함께 놀러온 느낌도 난다. 참새는 중국어로는 마작(麻雀)이고 마취에라 읽는 듯했다. 작(雀)자가 참새 작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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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나무는 많이 보았지만 2층에 사는 나무는 처음인 듯하다. 도시에선 나무들이 살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곳 사람들은 그런 나무에 2층에 자리를 마련하고 함께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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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동백인가 했지만 산다화(山茶花)라고 했다. 한국에선 애기동백이라 부르기도 한다. 동백과 비슷해 보이지만 동백은 꽃이 질 때 꽃이 통째로 떨어지는 데 산다화는 꽃잎이 한 잎씩 떨어진다. 타이베이는 3월에도 꽃이 많았다. 더운 나라는 꽃이 살기에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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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높은 건물이 가까이서 몸을 맞대면 그 사이의 골목은 좁아진다. 골목이 좁아지면 그 위의 하늘도 좁아진다. 좁은 골목 위로 좁아진 하늘이 위아래로 눈을 맞추며 함께 흘렀다. 가끔 골목 위의 좁은 하늘을 비스듬히 가로 지르며 비행기가 낮게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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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깊은 골목은 햇볕이 들기 어렵다. 그러나 각도를 잘 맞추면 골목에도 햇볕이 들었다. 각도를 잘 맞춘 햇볕이 좁은 골목을 몸을 키우거나 줄이면서 잘도 들어가고 잘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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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손 내밀면 닿을 것 같은 거리를 두고 사람들이 모여 산다. 그래도 서로 모를 것이다. 골목은 그들이 얼굴을 맞대며 스치는 공간과 시간을 만든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도시는 수평의 땅을 찾기 어렵다. 턱없이 땅이 부족해 수평의 땅을 없애고 그 땅에 차곡차곡 삶을 쌓아올려 수직으로 아득하게 높이를 높이고 산다. 하지만 땅없이 어찌 살 수 있다는 말인가. 삶을 수직으로 쌓아올리며 수평의 땅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철망을 수직으로 세우고 그 철망에 화분을 걸어 수직의 땅을 마련한다. 사람들은 땅을 잃었으나 땅없이는 살 수 없어 땅을 수직으로 일으켜 세운다. 수직의 땅에 온갖 식물이 푸르렀다. 골목을 걸으며 자주 수직의 땅을 보았다. 땅을 잃은 사람들이 땅을 일으켜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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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골목은 인적이 드물다. 배달을 온듯한 차량만이 가끔 지나갈 뿐이다. 같은 시간의 도심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퇴근 시간이 지나면 도심에서 북적거리며 하루를 부대낀 삶의 노고를 이 골목의 집들이 달래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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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강변의 마을을 걷던 걸음을 다시 단수이강의 둔치로 올려 놓았다. 수평의 땅이 강과 높이를 나란히 맞추며 흐르는 곳이다. 이곳에선 삶이 삶을 쌓아 높이를 높이지 않는다. 수평의 풍경이 강건너로 손쉽게 시야를 넓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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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타이베이 단수이강의 강변에 자리한 자전거 휴게소에서 노랫소리가 들렸다. 들어가 봤더니 아주머니 두 분이 노래를 부르고 계신다. 내게 손흔들어 인사해 주었다. 나도 웃음으로 답했다. 강가의 노래방은 처음이다. 어르신들을 위한 쉼터라고 한다. 노래의 리듬은 우리나라 관광버스 음악과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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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아주머니 두 분이 노래하고 있던 자전거 휴게소에서 차 같은 걸 마실 수 있냐고 물었더니 생수를 한 병 내주셨다. 얼마냐고 물었더니 무료라고 했다. 대만 인심 좋다. 비행기 타고 올 때는 이스타 항공에서 생수도 2천원을 받고 팔고 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인도구관조라고도 하는 듯하는 검은머리갈색찌르레기와는 다른 새를 보았다. 검은목찌르레기이다. 연신 풀밭을 쪼았다. 풀밭에 먹을 것이 많은가 보다. 새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 타이베이에 가면 단수이 강변에서 이 새를 자주 만날 수 있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검은목찌르레기 한 쌍이 나뭇가지에 앉아 애정을 과시했다. 나도 강 건너에 내 짝이 있다. 둘은 하나의 외로움을 부채질하나 새들은 그러질 못했다. 짝이 있는 몸은 혼자로 다녀도 둘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의 디화 스트릿에서

다리를 건너 강변을 걷고 강변의 마을을 걸었던 걸음은 많은 피로를 느꼈다. 그 때문에 다시 다리를 걸어서 건넌다는 것이 엄두가 나질 않았다. 다리로 올라서는 버스 번호를 유심히 봐두었다가 가까운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다리를 건너 곧바로 내렸다. 버스를 타고 다리 중간쯤에서 이지 카드를 인식기에 댔더니 삑삑거리며 에러가 났다. 그래도 내릴 무렵에 다시 대니 잘 처리가 되었다.
다시 디화 스트릿으로 돌아왔다. 돌아온 나를 길거리에서 예쁘게 물든 단풍잎 하나가 반겨주었다. 타이베이는 3월에도 갓물든 가을을 만날 수 있는 도시이다. 다만 가을이 전면적이진 않다. 잎 하나를 내밀면서 가을이 여기저기서 문득문득 출몰한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의 디화 스트릿에서

아이들이 하교를 하고 있다. 타이베이의 다퉁구에 자리잡고 있는 영락국민소학(永樂國民小學), 그러니까 우리 식으로 하면 영락초등학교의 학생들이다. 길가에 서위영문(徐薇英文)이란 간판도 보인다. 영어 학원이다. 여기가 학교 근처이긴 한가 보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의 디화 스트릿에서

대도정공원(大稻埕公園), 그러니까 다다오청 공원에서 쉬었다. 구글맵으로 내 위치를 확인하고 모두에게 알려주었다. 공원에 있는 조각상은 공부를 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을 작곡 중인 모습이다. 대만의 유명한 작곡가라고 한다. 공원에서 모두를 다시 만났다. 히로타는 듣고 있는 대만어 수업이 있어 가봐야 한다고 했다. 그의 안내는 오늘까지만 받기로 했다. 그의 도움으로 여행이 크게 즐거웠고 또 수월했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의 디화 스트릿에서

디화 스트릿의 어느 상점 앞을 지나다 예쁜 고양이를 봤다. 너무 예뻐 화장을 했나 싶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의 디화 스트릿에서

훤할 때 이 골목에 왔는데 밤이 되었다. 밤의 풍경은 낮과는 완연하게 다르다. 도시는 밤이 오면 어두워지는 것이 아니라 불빛이 낮과는 또다른 풍경을 빚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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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의 디화 스트릿에서

이곳이 디화 스트릿임을 알리는 표지이다. 보통은 들어갈 때 표지를 확인하지만 우리는 나올 때 확인을 했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거리의 오토바이가 신호를 기다리는 풍경도 밤에는 낮과 다르다. 불빛들을 모아 마치 은하를 이룬 듯 반짝거렸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타이베이의 차들은 내 눈을 끌지 못했다. 한국에서도 흔히 보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토바이는 볼 때마다 내 눈길을 끌었다. 타이베이의 오토바이는 뭉쳐서 이곳만의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냈다. 우리와는 다른 풍경이다. 찻길은 차의 것이나 타이베이에서 찻길은 오토바이의 것이었다. 차들은 길을 달리는 느낌이나 오토바이는 길을 휘젓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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