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시먼딩 거리 – 6일간의 타이베이 여행 Day 3-5

하루 종일 디화 스트릿을 거닐며 골목을 돌아다녔다. 골목의 풍경이 아주 좋았다. 나는 중간에 잠시 타이베이 대교를 건너 단수이강의 강변을 걷기도 했다. 피곤하여 뻗어버릴 줄 알았지만 여행은 호텔로 돌아와 가진 잠시의 휴식으로도 피곤을 잊게 했다. 그리하여 우리는 밤의 시먼딩 거리로 나가 보기로 했다. 아침의 시먼딩 거리는 이미 나가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시먼딩은 밤에 비로소 깨어난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호텔을 나서면 항상 푸싱초등학교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밤에는 조명을 켜 환하게 학교 이름을 밝힌다. 우리는 보통 초등학교가 이름만 밝히는데 타이베이는 학교가 대북시 만화구 복성국민소학(臺北市萬華區福星國民小學), 그러니까 타이베이시 완화구의 푸싱초등학교라고 대략적 주소까지 밝히고 있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타이베이에 머무는 동안 나의 전망대가 되어 주었던 써니 호텔 앞 육교에서 바라본 시먼딩 거리의 밤풍경이다. 도시의 거리는 밤이 오면 불빛의 거리가 된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우리는 시먼딩 야시장 거리로 가고 있었지만 길 맞은 편의 조명이 눈길을 끌었다. 3월이었지만 마년행대운(馬年行大運)이라며 여전히 말띠해를 맞은 우리의 큰 행운을 빌어주고 있었다. 타이베이에선 새해가 참 오래간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의 시먼딩 거리에서

시먼딩의 밤거리가 방문객을 환영해 주었다. 확실히 사람이 많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의 시먼딩 거리에서

시먼딩에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아종면선(阿宗麵線)이었다. 유명한 국수가게이다. 그런데 실내 공간이 전혀 없다. 모두 컵에 국수를 받아서 거리에 서서 먹는다. 차례를 기다리며 줄을 서 있을 때 한국 아주머니 한 분이 말을 걸었다. 자신들은 큰 거로 시켰는데 입에 맞질 않아서 다 버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작은 거로 시켜 먹으라고 했다. 사실 호불호가 크게 갈린다는 평이 많았다. 미리 읽어둔 여러가지 요령에 의하면 제공되는 소스 중에 칠리 소스를 좀 많이 넣어서 먹으면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다고 했다. 딸은 소스 세 가지를 모두 넣어서 먹었고 나는 칠리 소스만 네 숫가락을 넣었다. 먹을만 했다. 그녀는 한입 먹어보더니 내게 칠리 소스를 다섯 숫가락 넣어 갖고 오라 했다. 거리에 서서 먹는데도 줄이 길었다. 그래도 줄이 금방금방 줄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의 시먼딩 거리에서

시먼딩 거리에서 밤은 잠자는 시간이 아니다. 비로소 깨어나 사람들이 북적이는 시간이다. 무수한 사람들 사이에 뒤섞여 돌아다니는 것이 시먼딩 거리가 제공하는 밤의 즐거움이다. 도시의 밤은 잠을 모른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의 시먼딩 거리에서

시먼딩 거리에는 아시아 최초의 동성혼 합법화를 기념하는 상징적인 곳이 있다. 무지개 횡단보도라고 불린다. 우연히 우리도 그 보도를 지나가게 되었다. 기념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았다. 대만은 사랑을 아는 나라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의 시먼딩 거리에서

일본의 도쿄에 갔을 때 동네 골목에서 배용준의 초상화를 본 적이 있다. 타이베이의 시먼딩 거리에서도 한국을 만난다. 이번에 만난 한국은 블랙핑크의 제니였다. 그의 LP 발행판이 음반 가게의 맨앞에 놓여 있었다. K-팝은 이제 이국에서도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노래가 되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의 시먼딩 거리에서

타이베이 시먼딩 거리에선 가게 앞을 지나면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영어의 네 가지 언어가 사람들을 불렀다. 세계가 이곳에서 북적거렸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의 시먼딩 거리에서

거리를 걷다 유탕포(劉湯包)라는 만두 가게에서 만두 사먹었다. 유명한 가게 같지는 않았지만 나는 그냥 거리를 거닐다 대충 들어가서 먹는 게 좋았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의 시먼딩 거리에서

실내 공간을 따로 두지 않는 가게가 아주 많았다. 날씨가 따뜻해 바깥의 어디나 자리만 펴면 실내나 다름이 없었다. 거리에서 먹는 음식은 낭만을 부추긴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의 시먼딩 거리에서

원래 국수집을 하나 더 찾아 그곳에서 식사를 하려던 계획이었으나 가보니 내가 먹어보려 했던 메뉴가 없었다. 가장 일반적인 우육면은 가격이 높아서 양이 많을 것이라고 짐작되었고 약간 배가 불렀던 나는 결국 포기하고 돌아서고 말았다. 돌아오는 길의 시먼딩 거리는 여전히 사람들이 많았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3일 대만 타이베이의 시먼딩 거리에서

그녀와 딸이 신발 가게에 들어가 구경을 하는 동안 나는 가게 앞의 의자에 앉아 있었다. 사람들은 북적거리고 거리는 온갖 조명으로 빛난다. 고개를 들어보니 머리맡에 나무가 뿌려놓은 초록의 별들이 가득이다. 모든 것이 반짝거리는 도시의 밤에 가장 빛나는 것은 나무가 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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