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2월 18일, 아침 일찍 집을 나가
동서울 터미널에서 대진행 7시 30분 버스에 몸을 실었다.
나의 행선지는 백담사였다.
버스는 진부령을 넘기 전에 나를 내려주었다.
백담사를 들어가고 나가는 데 거의 여섯 시간이 걸렸다.
걷는 데 절반, 그리고 풍경에 시선을 빼앗긴 시간이 절반이었다.
여전히 눈이 날리고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백담사 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곧 작은 다리가 하나 나온다.
다리의 난간 쪽으로 눈이 허리 만큼 쌓여있었다.
그 너머로 풍경이 있었다.
나무는 눈을 외투처럼 걸치고 있었다.
눈이 오면 세상이 갑자기 조용해 지지만 물은 끊임없이 재잘대고 있었다.
그러나 하나도 시끄럽지 않았다.
낙엽도 순백에 물든다.
한해의 끝에서 얻어낸 낙엽의 빛깔은
그 몸을 눈위에 누이고 있을 때
이상하게 더욱 순결해 보였다..
백담사가 눈앞에 오자 순백이 더욱 짙어졌다.
뒷모습을 카메라 렌즈에 흘려준 스님의 느낌은 눈만큼이나 맑아보였다.
문밖에 순백의 세상이 있다.
그는 이번에도 여전히 눈을 부라리고 있었지만
항상 절을 찾을 때마다 가장 먼저 나를 반겨주는 것은
이번에도 예외가 없었다.
겨울엔 울지 말라.
눈물이 떨어지지도 못하고
허공에서 얼어붙어 더더욱 시리게 느껴지니.
백담사를 뒤로 하고 나가는 길의 순백도 여전했다.
종종 나무 앞에서 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저기 어딘가에 한동안 묻혀있을 백담사의 겨울 추억을 이제 뒤로 하다.
3 thoughts on “백담사의 겨울”
1번 부터 40번 까지 다 읽었네요.
잔잔한 감동이 흐르는 사진과 특히 글이 더 좋았습니다.
평온한 감정을 가진 분 같네요.
어쩌면 글 속에서 여성스러움이 배어 나오는 듯도 했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도 마당에서 한 열장 가량 찍었네.
봄에 연초록 잎으로 새단장하고 꽃을 피워올리면 눈꽃이 핀 사진을 옆으로 놓고 그 신비로운 생명의 변화를 느껴볼 참이네.
그래도 요즘은 왜 이렇게 일하기가 싫냐.
서울에 눈이 오니 아침부터 꿈틀꿈틀하던 그 사람이 다시 잠잠히 일하기 시작했다.
일하기 싫다면서도 어쩌지 못하고 일하고 있다…
사는게 그런건가…
눈이나 펑펑 더 오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