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수이는 타이베이를 거쳐온 단수이강이 그 끝에 이르러 바다를 만나는 곳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대만에서 단수이강은 타이베이를 지날 때는 그 이름을 그대로 갖고 있다가 그 끝에 이르러 드디어 이름을 강변의 땅에 건네고 바다로 간다. 바다를 보려면 단수이역에서 내려 조금 더 나가야 한다. 철길은 단수이강의 끝자락에서 사람들을 내려주고 더 이상 가지 않는다. 나는 강의 끝에서 바다를 향하여 걸었다. 바다에는 이르지 못했다.

2026년 3월 24일 대만 단수이에서
단수이역을 나서자 넓은 공원이 있었고 공원은 나무가 아주 좋았다. 대만에 와서 커다란 나무를 곳곳에서 본다. 대만 여행의 좋은 점 중 하나이다.

2026년 3월 24일 대만 단수이에서
거의 모든 나무가 잎이 무성하지만 간간히 거의 잎이 하나도 없는 나무가 있다. 자세히 보니 잎 하나가 손가락처럼 펼쳐져 있다.

2026년 3월 24일 대만 단수이에서
바다는 끝없이 바다를 펼쳐들지만 강은 강건너를 둔다. 단수이에선 강의 건너편이 팔리(八里), 그러니까 바리이다. 인터넷에서 검색을 하면 대만에서의 발음은 빠리에 가까운지 빠리라는 표기가 자주 눈에 띄었다. 다리가 놓여 있고 배도 다닌다.

2026년 3월 24일 대만 단수이에서
단장대교(Danjiang Bridge)이다. 단수이와 바리를 연결하는 세계 최장의 싱글 타워 사장교라고 한다. 한자로는 담강대교(淡江大橋)이다. 설명을 보면 보행로도 갖추고 있다고 한다. 올해 개통 예정이다. 이미 단수이와 바리를 잇는 기존의 다리로 관두대교(關渡大橋)가 있다. 단장대교가 개통되면 관두대교를 건너 강건너로 간 뒤에 단장대교를 건너 단수이로 돌아오는 긴 여정을 가져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처음 간 단수이에서 미래의 여정을 꿈꾸고 있었다.

2026년 3월 24일 대만 단수이에서
나무가 있고 잔디밭이 있으면 돗자리를 준비해야 한다. 햇볕이 나면 나무 밑의 그늘이 돗자리의 자리가 되고 날씨가 흐리면 아무 곳에나 펼쳐도 된다.

2026년 3월 24일 대만 단수이에서
단수이와 바리 사이에 다리가 놓여 있지만 양쪽 강변을 오가는 배가 여전이 있다. 다리는 멀고 배는 가깝다.

2026년 3월 24일 대만 단수이에서
노점에서 꼬치구이 하나 사 먹었다. 동전을 잘 구별을 못해 동전 하나를 보여주었더니 아니라고 한다. 그러면서 다른 동전을 보여주었다. 내가 꺼낸 동전보다 컸다. 그냥 100위안짜리 지폐내고 하나 사먹었다. 길거리 음식도 많고 일반 음식점도 상당히 많았다. 심지어 맥주집도 있었다. 하지만 맥주집에서 맥주를 마시진 않았다. 팔고 있는 맥주가 아사히였기 때문이다. 대만까지 와서 일본 맥주를 마신다는 것은 좀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6년 3월 24일 대만 단수이에서
나에겐 꽃을 구경하는 재미가 대만 여행에서 큰 부분을 차지했다. 멀구슬나무(chinaberry)의 꽃이다.

2026년 3월 24일 대만 단수이에서
스타벅스 보았다. 성파극가비(星巴克咖啡)라고 되어 있다. 싱바커카페이라고 하는 듯하다. 그럼 여기 스타벅스 없냐고 물어보면 못알아 듣는 건가.

2026년 3월 24일 대만 단수이에서
히비스커스는 한국에서도 가끔 본다. 천호동의 한강변으로 나가면 이 꽃이 있다. 그래도 대만에 오니 색이 다르다.

2026년 3월 24일 대만 단수이에서
강변은 연인들의 장소이기도 하다. 물은 이 물과 저 물을 합치면 이 물과 저 물이 구별이 되지 않고 하나로 뒤섞인다. 강변이 연인들의 장소가 되는 이유이다. 사랑은 둘 사이에 틈을 두지 않는다.

2026년 3월 24일 대만 단수이에서
단수이의 공원엔 거리 공연이 많았다. 대개가 내 취향의 노래는 아니었다. 걷는 동안 자주 노랫소리를 들었다. 내 눈길을 사로 잡은 것은 비파 연주였다. 100위안짜리 지폐 한 장 꺼냈다.

2026년 3월 24일 대만 단수이에서
단장대교 너머로 해가 지고 있다. 강가에서 보고 있지만 해는 지금 바다 너머로 지고 있다. 이곳에선 강의 끝에서 바다 너머로 해를 보낸다.

2026년 3월 24일 대만 단수이에서
해를 보내는 일은 모두의 일이다. 카페의 2층에서 사람들이 모두 밖으로 나와 지는 해를 배웅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2026년 3월 24일 대만 단수이에서
언젠가 바닷가에서 주둥이를 물밖으로 내놓고 헤엄치고 있는 물고기 떼를 본 적이 있다. 단수이에 와서도 그 광경을 다시 보았다. 눈여겨 보면 물고기의 모습도 보인다.

2026년 3월 24일 대만 단수이에서
건장한 체구의 남자가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그의 발밑에 찰랑대고 있는 물결이 흘러내려온 강의 것인지, 밀고 들어온 바다의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2026년 3월 24일 대만 단수이에서
해가 진다. 지는 해가 단장대교 타워의 줄에 걸려 있다. 단장대교 타워는 거대한 하프가 된다. 저녁은 해가 단장대교 하프를 연주하는 시간이다.

2026년 3월 24일 대만 단수이에서
고양이 두 마리가 강변을 산책하며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다. 흑백으로 나뉜 고양이였다. 색은 선명하게 나뉘어 있었지만 사랑할 때는 그 어떤 선명한 경계도 모두 경계를 지운다.

2026년 3월 24일 대만 단수이에서
검은 고양이를 만났다. 밤이 오고 있다. 밤이 오면 고양이는 몸을 부풀려 거대한 밤의 어둠을 모두 제 몸으로 삼는다. 밤은 거대한 검은 고양이로 지내고 날이 밝으면 다시 고양이 몸으로 몸을 줄여 하루 종일을 보낸다.

2026년 3월 24일 대만 단수이에서
지나는 내게 벽이 카메라를 들고 스마일이라 했다. 하지만 반사적으로 찰칵한 것은 벽의 카메라가 아니라 내 카메라였다.

2026년 3월 24일 대만 단수이에서
붉은 집게발이라 불러주고 싶었다. 포인세티아(Poinsettia)인 듯하다.

2026년 3월 24일 대만 단수이에서
푸른 색이다. 바다의 색이다. 어떤 이는 하늘의 색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긴 바닷가이다. 그러니 바다의 색을 가져다 칠했을 것이다. 셔터를 올리고 내릴 때 파도소리가 들렸을 것이다.

2026년 3월 24일 대만 단수이에서
강건너 바리에 불이 들어온다. 시간이 상당이 되었다는 소리이다. 불은 어둠을 밝히면서 밤시간이 되었다는 것을 함께 알려준다.

2026년 3월 24일 대만 단수이에서
강가의 한 식당에 들어가 저녁을 먹었다. 코리언, 재패니스 물어보고 코리언이라고 했더니 한글로 된 메뉴를 내주었다. 한국인 여행객들이 많아 지니 이런 건 아주 편하다. 메뉴 중에 비주(啤酒)라고 있다. 나는 한자 비자를 코비자로 착각을 했다. 때문에 이게 한잔 마시면 코가 비뚤어질 정도의 술인가 싶었다. 음식을 시키면서 그것도 하나 시켰다. 주인이 이게 맥주인데 괜찮겠냐고 했다. 코가 삐뚤어질 정도로 취하는 술이 아니구나.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달라고 했다. 주인이 다시 원래 내가 시킨 음식에 차가 포함되는데 차 대신 맥주를 바꿔 마시겠냐고 물었다. 그래서 그러면 더 좋다고 말했다. 나는 맥주값을 따로 내지 않고 그냥 음식값만 내고 맥주를 마셨다. 주인이 맥주를 덧붙여 팔지 않고 양심적으로 장사를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만 사람들이 아주 좋다. 내가 먹은 음식은 국수와 어환탕(魚丸湯)이란 것이었다. 어묵 비슷했지만 우리의 어묵맛과는 크게 달랐다. 먹는데 맥주가 큰 역할을 했다. 식당은 사람이 없었다. 나 혼자 식사를 했다.

2026년 3월 24일 대만 단수이에서
편의점에 들어가 캔 맥주 하나 사서 나온 뒤 공원의 벤치에 앉아 마셨다. 맥주를 살 때 동전을 모두 꺼내 펼쳐 보였더니 알아서 집어 갔다.

2026년 3월 24일 대만 단수이에서
다시 타이베이로 돌아간다. 승강장으로 올라가는 계단 아래서 올려다 보니 플랫폼이 한자로는 월대(月台)이다. 한자로만 보면 플랫폼은 달빛이 들어와 머무는 곳이다. 달빛 대신 열차가 들어와 나를 태웠다. 대만에 오면 열차를 탈 때마다 달빛이 우리를 싣고 우리가 가려는 곳으로 데려다 준다.

2026년 3월 24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다시 타이베이로 돌아왔다. 시간이 아홉 시를 넘어가 있었다. 거리에 불빛이 가득했다.

2026년 3월 24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이 골목을 지나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 내가 묵고 있는 써니 호텔이다. 골목의 끝에서 출구라는 글자가 보인다. 골목에 출구가 따로 있을리가 없다. 바로 앞의 주차장 출구이다. 때로 어떤 글자는 뜻하지 않는 곳의 출구가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