쑹산문화창의공원 – 6일간의 타이베이 여행 Day 5-3

대만의 이란을 갔다가 다시 타이베이로 돌아왔을 때의 시간은 저녁 다섯 시 정도가 되어 있었다. 이란에서 바다를 찾아 헤매다 다시 버스 터미널로 돌아와 타이베이로 돌아가기로 결정한 우리에게 딸은 기어코 바다를 보고 밤늦게 와도 된다고 했지만 우리는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저녁은 가족이 모두 모여 함께 먹기로 했다. 우리는 모여 다니질 않고 자주 흩어졌다 모였으며 이 날도 마찬가지였다. 식사를 할 음식점을 찾는 것은 딸의 몫이다. 딸은 우리의 입맛까지 고려하여 모두가 만족할만한 곳을 잘 찾아내곤 했다. 타이베이에 도착하자 그녀가 내게 쑹산문화창의공원으로 가자고 했다. 딸과 그곳에서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5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타이베이 메인 스테이션에서 블루라인의 지하철을 탔다. 우리는 국부기념관(國父紀念館 Sun Yat-sen Memorial Hall)역에서 내려야 한다. 블루 라인의 지하철이다. 한자로 판남선(板南線)이라 표기가 되는 이 반난선의 지하철은 영어로는 반난 라인(Bannan Line)이다. 나는 이 노선의 지하철 영어 표기를 볼 때마다 오독을 하여 왜 여기선 블루 라인을 바나나 라인이라고 하는 거지라고 생각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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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5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에스컬레이터가 우리를 지상으로 올려준다. 지상을 경배하러 올라가는 느낌이다. 아득한 옛날의 우리들에게 높이를 올린다는 것은 하늘에 대한 경배였다. 지상의 건물들은 모두 아득하도록 높이가 높다. 그러나 하늘에 대한 경배심은 하나도 없다. 우리는 이제는 높이를 올리며 하늘에 대한 경배대신 그 높이를 올린 우리 자신을 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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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5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거리에서 타이베이 101 빌딩이 보인다. 이 빌딩은 묘하게 매력적이다. 한국의 롯데타워와 일본의 스카이트리와 달리 101 빌딩은 가장 예술적 느낌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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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5일 대만 타이베이의 쑹산문화창의공원에서

송산문창원구(松山文創園區), 그러니까 쑹산문화창의공원(Songshan Cultural and Creative Park)에 왔다. 옛날에는 담배 공장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전시 공간으로 쓰이고 있으며 공원을 둘러보는 것은 무료지만 특별한 전시는 따로 돈을 내야 한다. 지역 예술가와 디자이너의 상점도 입점해 있다. 나는 여행할 때 쓸 수 있는 접는 빗을 하나 샀다. 그녀가 집에 그런 빗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때로 우리는 우리가 아는 효용을 벗어난 의외의 효용을 기대하며 물건을 산다. 빗을 살 때 나는 지역 예술가들의 예술혼이 빗에 스며 글이 막힐 때 머리를 한번 빗으면 글의 길이 다시 열리는 뜻하지 않은 효용의 빗을 꿈꾸고 있었다. 아침 일찍 문열 때 와서 하루 종일 구석구석 살펴보고 싶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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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5일 대만 타이베이의 쑹산문화창의공원에서

거대한 나무는 항상 나를 매료시킨다. 나무는 그냥 자라질 않고 어떤 미적 구도를 염두에 두고 가지를 뻗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우리의 삶도 매일매일 가지를 뻗으며 생을 꾸리고 있을 것이다. 나무는 곧잘 가지를 잘 뻗어 아름다움을 이룩한 어떤 생의 좋은 본보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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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5일 대만 타이베이의 쑹산문화창의공원에서

허공에서 터지고 사라지는 폭죽이 아니라 한번 터지면 한 계절을 가는 초록의 폭죽이다. 아니 여기는 기후가 다르니 한번 터지면 몇 년을 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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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5일 대만 타이베이의 쑹산문화창의공원에서

복도의 끝엔 창이 있다. 창엔 바깥의 풍경이 담겨 있다. 나는 텍스트를 바꾸고 싶은 욕망을 느낀다. 그 욕망은 텍스트를 이렇게 바꾸어 놓았다. 창에 담아 푸른 풍경의 그림 한 점을 복도 끝의 벽에 걸어놓았다. 때로 우리 앞에 놓인 것들의 텍스트는 완고하다. 창과 바깥 풍경의 관계는 일상적 텍스트 속에선 일정한 양태로 굳어 있다. 그러나 글의 창작자들은 그 완고함을 무너뜨리고 싶어한다. 창작자들은 항상 일상적 텍스트의 붕괴를 획책한다. 나는 그 붕괴를 가능하게 하는 힘이 자유라고 믿고 있다. 쑹산문화창의공원은 그 자유를 부추긴다는 측면에서 매력적인 분위기를 갖고 있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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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5일 대만 타이베이의 쑹산문화창의공원에서

고개를 들면 천정에는 전등 하나가 매달려 있었다. 누군가 허공에 던진 빛 하나가 동심원을 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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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5일 대만 타이베이의 쑹산문화창의공원에서

나는 창 앞에 서서 바깥 풍경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지금 창에 담아 벽에 걸어놓은 그림 한 점을 보고 있는 중이다. 그림은 시간과 날씨에 따라 양상이 바뀐다. 굳어있는 그림을 못견뎌 한 누군가가 창에 그림을 담아 벽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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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5일 대만 타이베이의 쑹산문화창의공원에서

어지럽게 흘러가고 있는 듯 보이지만 각도에 따라 잘 관찰하면 선을 그리고 있는 천정의 빛은 여러가지를 보여줄지도 모른다. 때로 예술은 우리가 어떤 위치에 서서 바라보기를 요구한다. 위치는 우리의 입장을 만든다. 예술은 예술을 예술로 바라보는 입장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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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5일 대만 타이베이의 쑹산문화창의공원에서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기에 좋은 곳이었다. 약속을 하면 항상 빛이 그녀를 데려다 준다. 바깥의 빛이 밀물처럼 그녀의 등을 밀어 문까지 데려다 놓으면 천정에서 쏟아져 내려온 빛이 바닥에 둥글게 빛의 보름달을 그리며 그녀의 걸음을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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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5일 대만 타이베이의 쑹산문화창의공원에서

분수대가 있는 정원을 창에 담아주는 집을 갖겠다고 하면 과도한 욕심이 될 수 있지만 그런 집이 공원이 되어 모두가 함께 누리면 한 도시가 자랑할 수 있는 문화가 된다. 우리는 욕심을 버리고 문화를 꿈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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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5일 대만 타이베이의 쑹산문화창의공원에서

대개의 그림은 그려서 완성하지만 창의 그림은 그냥 창을 내는 것으로 완성된다. 다만 창의 위치를 잘 내거나 창밖의 풍경을 잘 다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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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5일 대만 타이베이의 쑹산문화창의공원에서

세상의 빛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쑹산문화창의공원에서 드디어 꿈을 이룬 그 사람들을 봤다. 머리가 전구로 바뀌어 있었다. 꿈은 가끔 이상한 방향으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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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5일 대만 타이베이의 쑹산문화창의공원에서

소실점의 풍경은 만날 수 없는 것을 하나의 점으로 수렴한다. 먼 우주에서 보면 우리 지구는 그냥 하나의 푸른 점에 불과하다. 가까이 있을 때의 우리는 너무도 달라 아득하도록 멀어 보이지만 멀리 놓인 우리는 점으로 수렴되어 하나가 된다. 우리는 가까이 있을 때는 멀고 멀리 있을 때는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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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5일 대만 타이베이의 쑹산문화창의공원에서

화장실이다. 화장실에서 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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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5일 대만 타이베이의 쑹산문화창의공원에서

비상구등이 창에 비쳐 바깥으로 나가 있었다. 비상상황이 발생하기도 전에 벌써 바깥으로 먼저 뛰쳐나간 비상구였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5일 대만 타이베이의 쑹산문화창의공원에서

맞은 편에 똑같은 창이 또 하나 있다. 나는 창을 창에 담아 걸어놓은 그림이라고 했다. 창의 그림은 반대편으로 가면 그림의 등뒤를 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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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5일 대만 타이베이의 쑹산문화창의공원에서

동백을 만났다. 우리에게 동백은 겨울의 꽃이다. 이곳 대만에도 겨울이 있는 것일까. 동백은 우리나라에서만 겨울의 꽃일지도 모르겠다. 사는 곳은 거주의 경계를 넘어 우리의 생각에도 경계를 긋는다. 그 경계를 넘어가면 생각도 바뀐다. 아니 생각이 바뀌는 정도를 넘어 생각이 무너지고 새로 일어선다. 우리는 사는 곳의 경계 안에 갇혀 살지만 이국의 사람들에겐 서로 자유가 된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5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타이베이 돔을 지나쳤다. 대북대거단(臺北大巨蛋)이라 표기가 되는 다목적 경기장으로 4만명을 수용하는 거대한 건축물이다. 2023년에 개장했다. 하지만 지나치면서도 돔의 형상을 볼 수가 없었다. 다리만 더듬으며 코끼리라는 설명을 듣는 처지가 되었다. 돔의 형상은 맞은 편 건물에 비친 건축물의 그림자로 비로소 확인이 되었다. 때로 그림자가 우리를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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