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101 빌딩 – 6일간의 타이베이 여행 Day 5-4

타이베이 101 빌딩은 타이베이를 돌아다니면 어디서나 느닷없이 출몰한다. 때문에 101 빌딩은 하나이면서도 동시에 온갖 곳에 있다. 비행기가 쑹산공항에 내릴 때 그 빌딩을 볼 수 있었으며 심지어 대만의 이란으로 가는 버스가 타이베이를 벗어날 때도 산너머로 그 빌딩이 보였다. 타이베이를 여행하는 이들은 이 빌딩이 잘 나오는 골목을 찾아가 사진을 찍는 일정을 가질 정도로 빌딩의 인기는 높다. 일부러 찾아간 것은 아니었지만 딸이 가려고 찾아 놓은 음식점이 마침 이 빌딩의 근처에 있었다. 저녁을 먹기 위해 거리를 걷는 시간이 101 빌딩의 투어를 겸하게 되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5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대개의 고층 빌딩이 매끈한 몸매를 보이는 것과 달리 101 빌딩은 기단을 달리하며 쌓아올린 탑처럼 되어 있다. 한 기단을 이루는 층이 8층 단위로 되어 있다고 한다. 8은 대만에서 행운을 뜻하는 숫자이다. 그러니까 101 빌딩은 대만 사람들에게는 행운의 염원을 차곡차곡 쌓아올린 빌딩이다. 뜻하지 않게 나는 아파트의 8층에 살고 있다. 대만인들이 보면 나는 행운의 층에 살고 있는 셈이다. 좋게 생각하면 8은 서구인들이 행운의 숫자라고 생각하는 7보다 1이 더 많다. 서구의 행운에 행운을 하나더 얹은 것이 8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5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101 빌딩은 높고, 가지를 갖지 않는 야자수도 높다. 멀리 떨어져 있는 야자수는 101 빌딩과 높이를 나란히 맞출 수 있다. 높이가 현저하게 차이가 날 때는 높이를 넘어서려 하지 말고 거리를 두면 된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5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오토바이는 공간을 이용하는 효율이 뛰어나다. 차 한 대의 공간에 여러 대의 오토바이가 함께 머물다 간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5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야자수 옆으로 저녁 달이 떴다. 달은 반달이었으나 야자수 잎은 보름달을 펼쳤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5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우리는 중산공원(中山公園)에 들렀다. 공원에는 연못이 있다. 불이 들어온 101 빌딩이 보인다. 나무의 푸른 잎들이 윤곽선을 그리며 함께 해 주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5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밤에는 불이 들어와 빌딩의 느낌이 낮과는 다르다. 8층 단위의 층마다 조명이 위를 향하고 있다. 혹시 밤마다 불빛을 먹고 자라는 것은 아닐까.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5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중산공원의 연못이 101 빌딩을 품었다. 깊이를 갖고 싶다고 굳이 아득한 깊이를 파고들 필요는 없다. 높이를 품으면 품은 높이만큼 깊어진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5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딤섬과 국수로 유명한 식당에서 저녁 먹었다. 무엇을 먹든 대만의 음식은 우리와는 다르다. 어느 식당에서든 대만 특유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현지의 맛을 보고 다니는 것은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경험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5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우리가 저녁을 먹은 음식점은 북대행(北大行), 그러니까 베이따항이란 곳이었다. 소롱포(小籠包), 그러니까 샤오롱바오가 주 메뉴인 국수류 전문점이다. 샤오롱바오는 중국 요리의 일종으로 육즙이 흥건한 만두소를 얇은 만두피로 감싸서 쪄 낸 만두이다. 만두라고 했지만 우리의 만두와는 다르다. 우리는 모두 서로 다르게 고유의 맛을 만들어내며 살고 있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5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101 빌딩이 보이는 골목은 빌딩이 골목으로 사람들을 끌어다 준다. 손님 불러오는데 빌딩이 한몫한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5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한 음식점이 내 눈길을 끌었다. 미트 러브(Meat Love)이니 우리 말로 하면 고기 사랑 정도가 될 것 같다. 그러나 내 눈길을 끈 것은 음식점 이름이 아니라 그 밑에 영어로 쓰여 있는 한국식 BBQ 식당이란 문구였다. 이국에서 만나는 한국은 저절로 눈길이 간다. 한국식이 붙으면 대만의 타이베이에선 비싼 곳이었다. 이국의 비싼 곳을 우리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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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5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도시는 높은 빌딩이 등대가 된다. 거친 파도는 없지만 도시에선 사람들이 삶의 파고를 헤쳐가야 하며 그 파고는 아주 높다. 등대는 도시에 더욱 절실하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5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높아지면 많은 것을 품는다. 그러나 높아지면 인간은 품으려 들지 않고 군림하려 든다. 군림하는 높이는 그 높이의 아래 자리한 사람들에게 힘겨운 삶을 강요한다. 빌딩은 높아지고 유명해지면 임대료가 비싸지지만 그 효과는 크다. 높아지려면 도시의 빌딩처럼 높아져 많은 이들의 삶을 품어야 하며 비싸더라도 그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5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가까이 있는 가로등의 빛이 멀리 있는 화려한 빛보다 더 환하다. 같은 빛은 가까이 있으면 태양이 되고 멀리 있으면 별로 축소된다. 대만의 가장 높은 빌딩 아래서 태양이 된 가로등과 별이 된 빌딩 꼭대기의 빛을 동시에 본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5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레드 라인의 지하철로 내려가는 입구의 천정으로 101 빌딩이 보인다. 비오는 날에는 또 느낌이 다를 것이다. 비가 오는 날도 한 번 와보고 싶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5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빛은 일직선의 곧은 몸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빛의 그림자는 몸을 유연하게 구부리며 하얀 벽 속을 유영했다. 나도 마치 빛의 그림자처럼 유영하듯 지하철의 계단을 내려갔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5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타이페이역이다. 한자로는 대북차점(台北車站)이고 영어로는 타이베이 메인 스테이션(Taipei Main Station)이다. 여행하는 동안 거의 항상 이곳에서 여정을 시작하고 이곳으로 돌아왔다. 숙소에서 10분 거리에 있었다. 하루는 떠돌던 곳에서 어떤 대만인이 어느 역으로 가려 하냐고 물어서 타이베이 메인 스테이션이라고 했더니 그가 메인?하고 되물으며 그런 역은 처음 들어본다고 했다. 메인은 필요 없는 말이었다. 나는 쑹산역의 다음 역이라는 설명을 덧붙여야 했다. 대만 사람은 쑹산역은 금방 알아들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5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올려다본 타이베이의 하늘에서 반달이 반듯하게 누워 있었다. 달빛을 담아놓은 그릇이었다. 이국으로의 여행은 신비롭다.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빛의 그릇을 볼 수 있게 해준다. 이제부터 비스듬히 기울어진 달은 그릇이 기울어 빛이 쏟아지고 있는 달이 될 것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5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빌딩에는 많은 회사들에 들어가 있다. 한 빌딩이 그 회사들을 층마다 일일이 알려주고 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5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타이베이를 여행하는 동안 R과 많이 친해졌다. 지하철을 탈 때 레드 라인을 자주 탔으며 그때마다 R이 내가 가야할 곳으로 나를 잘 데려다 주었다. 하루의 여정을 마치고 돌아올 때면 R이 붉은 빛을 환하게 밝히며 이제 숙소에 다 왔다고 알려주었다. 피곤한 걸음에 힘이 되었다. 난 빨강도, 리랙스의 첫자도 아닌 독특한 타이베이의 R과 안면을 트고 잘 지내다 왔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5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타이베이의 거리에서 자주 정(정停)을 만났고 정이 들었다. 만나면 그 자리에 서야 했다. 우리 말로 서시오, 영어로는 stop이라고 해야할 말을 이곳에선 정, 그 한 마디면 끝이었다. 하지만 대개 차들을 상대한 말이었다. 타이베이의 길에서 정을 만나면 차가 아닌 한 서지 않고 계속 걸을 수 있었다. 정은 차들과 말을 붙이고 있었지만 정이 든 것은 나였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5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호텔의 숙소로 돌아오면 통로의 벽에 사랑의 꽃이 그려져 있었다. 사랑의 꽃은 평면이었지만 그 그림 속의 푸른 나비는 그림자를 가진 입체적인 나비였다. 사랑은 평면적이나 그 사랑을 찾아온 나비는 입체적이다. 평면적인 것은 손에 잘 잡히질 않는다. 우리는 사랑을 손에 잡을 수 있는 살아있는 손을 갖고 있다. 잡기 어려운 것을 잡을 수 있는 손을 가진 우리가 여행을 했다. 뿔뿔이 흩어졌다 모이곤 했지만 잡을 수 없는 사랑이 손에 잡힌 느낌이었다. 때로 함께 여행하면 사랑이 손에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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