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그늘

Photo by Kim Dong Won
2024년 5월 18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느티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서 쉬었다. 오월의 햇살이 따가운 날이었다. 하지만 햇볕은 조금도 날 넘보질 못한다. 올려다 보면 잎들 사이로 하늘이 반짝거렸다. 잎들은 위를 촘촘히 덮지 않고 빈틈을 수없이 남겨 놓았지만 햇볕은 그 빈틈을 파고들지 못했다. 햇볕은 그늘 속으로 빠져나간 나를 놓치곤 씩씩대며 내가 다시 햇볕 속으로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나가는 순간 나를 구워버리려 들 것이다. 오월 중순의 햇볕이 익숙하던 얼굴을 버리고 여름의 표정으로 이글거리고 있다. 느티나무는 잠시 나를 철저하게 보호해 주었다. 쉬는 동안 느티나무는 나의 보호자였다. 어미의 품에 든 아이처럼 느티나무 그늘에서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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