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역 근처 도모다찌에서 가진 술자리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7월 11일 서울 경의선숲길 근처의 술집 도모다찌에서

서강대역 근처의 도모다찌라는 일본식 주점에서 아는 이들과 술을 마셨다. 술집 중에서 가장 좋은 집은 아는 이가 자주 드나드는 아는 술집이다. 모이는 이 중에서 이곳을 자주가는 이가 있었고, 그가 내가 자주가는 술집이 있는데 그곳에서 모이는 것이 어떻겠냐고 했다. 그게 가장 좋은 술집이기 때문에 어떤 이의도 있을 수가 없었다.
공덕역에서 내려 술집까지 경의선숲길을 걸었다. 술집이 어디쯤이냐고 물었을 때 서강대역 근처라고 했고 나는 그러면 좀 걸어야 겠는 걸요라고 했다. 카메라를 둘러메고 자주 걸었던 길이었다. 걸으면서 나무를 얘기할 수 있었다. 저 나무가 위용이 대단해요. 내가 가리킨 손가락 끝에 오동나무가 서 있었다. 오동나무는 보라색 꽃이 피어요. 조금 더 걷다 거의 덤불에 가까운 관목을 만났다. 봄에 때맞춰 오면 이곳에서 노란 꽃을 볼 수가 있어요. 대개 개나리로 오해를 하는데 사실은 개나리보다 훨씬 일찍 피는 영춘화라는 꽃이예요. 서울에서 이 꽃을 볼 수 있는 곳이 몇 안되는데 이곳이 그 중의 하나예요. 그런 얘기들을 하며 길을 걸었다. 마지막 대화 속의 나무는 대왕참나무가 채워 주었다.
미리와 기다리고 있는 일행을 술집에서 만나고 길고 오래 술잔을 기울이며 얘기를 나누었다. 오고간 얘기가 모두 하나로 일치된 결론에 이르며 화해를 한 것은 아니었다. 어떤 경우에는 견해가 나뉜 부분도 있다. 가령 나는 세상에 돈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고 했고 다른 이는 돈이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냐고 했다. 내 논리는 돈있는 자들이 그 돈으로 하는 일이 더 크고 좋은 집이나 더 비싸고 좋은 차를 사는 것은 자주 보았지만 5만원짜리 공연에 오는 것은 거의 보지 못한 내 경험에서 나왔다. 나는 돈이 많은 것을 하게 해줄 것 같지만 정작 많은 돈이 생기면 그 돈이 비싼 집과 차에 우리의 시선을 묶어두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강했다. 나는 내 주장을 펼치고 일행은 또 돈이 없어 사람들이 치료받지 못해 목숨을 잃는 경우를 예로 들며 돈이 중요한 경우를 말해 주었다. 그런 얘기들로 우리들은 잠시 시간의 흐름을 잊었다. 그러는 사이 시간은 지하철 막차의 시간 가까이 와 있었다. 그 시간을 의식했을 때 시간은 11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거액의 술값이 나왔고 일행 중 한 명이 지불을 했다. 그 술값은 나중에 다른 곳의 술자리에서 다시 술값으로 갚아야 한다. 술값의 좋은 점이다. 술값은 술값으로 갚게 되면서 다른 술자리를 또 다시 불러다 준다. 기약없이, 그러나 언젠가로 기약을 하면서 술자리를 일어섰다.
열차는 군자까지 밖에 가지 않았다. 뒤따라 오는 열차가 있었지만 그 열차는 왕십리에서 멈춘다고 되어 있었다. 그녀에게 전화했다. 그녀가 차갖고 군자까지 나와 주었다. 열차에서 내려 1번 출구 앞에 서 있는 내 앞으로 10분만에 그녀의 차가 나타났다. 덕택에 카카오 택시 부르지 않고 편안하고 무사히 집까지 왔다.
많이 마신 것 같다. 많이 마신 날은 몸이 과음에 반응을 하며 한밤중에 잠을 깨우고 지긋한 통증으로 내가 어제 많이 마셨다는 것을 마치 무슨 고지서라도 발부하듯 알려준다. 그렇지만 내가 안다. 그 통증이 즐거운 술자리의 시간을 감내할만한 통증이란 것을. 내일을 재지 않고 마실만큼 술자리의 즐거움이 큰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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