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는 가끔 산의 점령군이 된다.
우리들이 헉헉 숨을 몰아쉬며 올라야 하는 그 산을
소리없이 밀고 들어와 일거에 모두 점령하고
우리들의 앞을 하얗게 막아선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이 완고한 장벽이 아니란 것을 알고 있다.
안개는 산을 점령하고 우리의 길을 막아서긴 하지만
슬쩍 밀면 마치 비밀의 문처럼 열리면서
우리가 밀어낸 만큼 뒤로 걸음을 물린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밀고 올라가면
안개가 정복한 산도 심지어 정상까지 이르게 된다.
항상 산의 정상에 서면 모든 것을 내려다보는 그 높이 때문에
마치 우리는 산의 정복자가 된 듯한 느낌이지만,
그러나 안개가 점령한 날엔
정상에 서도 그곳은 여전히 안개의 나라이다.
안개의 나라는 우리가 밀면 걸음을 뒤로 물려주는 듯 하지만
절대로 안개의 나라를 우리에게 내주는 법이 없다.
일단 숲이 안개의 나라가 되고 나면
우리는 그 나라의 경계를 벗어나기 전에는
안개의 품을 벗어날 수 없다.
그러니 안개 같은 사람을 만나면 조심하시라.
그는 길을 열어주는 것 같으면서도
사실은 안개 속으로 더 깊이 유인한다.
안개의 나라를 벗어나는 길은
안개의 나라 그 경계를 찾아 재빨리 그 나라를 빠져나오고
그 뒤엔 안개의 나라가 없어지길 기다리거나
다른 나라에 가서 노는 것이다.
4 thoughts on “안개의 나라”
이렇게 추운 날씨에도 산에 자주 가시나봐요?
전 조금 걷는것도 추워죽겠다고 하고 다니는데.^^
사실 추워도 맘엔 벌써 봄이 온듯 느껴지긴해요.^^
포레스트님이랑 가족모두 안녕하시죠?^^
예, 잘 지내고 있어요.
가을소리님도 별일 없으시죠.
가끔 들러서 음악 감상은 하고 했어요.
전 겨울산을 유독 더 좋아해요.
겨울산은 말 그대로 산을 즐길 수 있거든요.
봄이나 여름에 가면 산보다는 꽃이나 계곡과 놀다 오곤 해요.
놀러갈께요.
안개 낀 날은 이유없이 신비롭게 느껴집니다.
그 얼굴 뒤에는 매정함도 있더라고요.
안개 낀 서해대교를 지날 때면 날아가던 자동차를 순한 양으로 만들고
지독한 안개는 안착하고픈 비행기를 접근도 못 하게 하더군요.
안개는 일대일로 천천히 느리게 만나야 그제야 품어주더군요.
서두르면 서두른 만큼 무섭게 변하더라고요.
가장 환상적이었던 안개는 언젠가 영실에서 한라산을 오르면서 만났던 안개같아요.
마치 휘장 같았죠.
스윽 벗기면서 영실의 절벽 풍경을 보여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