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바람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12월 19일 강원도 고성의 화진포 해수욕장에서

물은 저 혼자 있을 때면
맑은 투명이었습니다.

바람은 저 혼자 돌아다닐 때면
어디에도 걸리지 않는 한없는 자유였습니다.

바람은 물을 만났을 때
자유를 버리고 물의 곁에 앉아
물을 쓰다듬는 부드러운 손길이 되곤 했습니다.

물은 바람이 손길을 주면
그저 맑은 투명밖에 없어
우리의 시선이 쑥쑥 빠져나가고 말던 자신의 속에서
끝없이 일어나는 마음의 결을 끄집어내
바람의 손에 쥐어 주었습니다.

바람이 쓰다듬는 물 위로
물결이 끝없이 일고 있었습니다.

10 thoughts on “물과 바람

  1. 올해 처음 동네산에 갔습니다.
    분노로 잠을 자는둥마는둥하고 산에갔네요.
    저도 오늘 산에서 잔잔한 물결 찍어왔어요.
    사진 올리려고했는데 동원님의 멋진사진과 글 보니 음메 기죽어!

    조용한 음악 들으며 글 읽으니 감동이 깊네요.
    언제나 고맙습니다. 공짜로 이렇게 좋은 글 봐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동원님, 항상 건강하세요.^^

    1. 저도 몇번 화났을 때 산에 가곤 했어요.
      그럼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곤 하거든요.

      찾아주고, 읽어주는 것만 해도 고맙지요.

      동네산 사진 올려줘요. 구경하게.

      가까운 산이라도 자주 갈까 했는데 한번 멀리 갔다 오니까 멀리 있는 산을 자꾸 가고 싶어요.

  2. 자유는 자유라는 것도 의식하지 않아야 정말 자유롭다고 하더군요.

    바람이 바람난 건가요, 물이 바람난 건가요?
    설마 바람과 물이 불장난하는 건 아닐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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