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바위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2월 8일 남한산성에서


남한산성 서문에서 마천동쪽으로 내려오는 길,
내려오다 보니 토끼 모양의 바위가 눈에 띕니다.
그래서 토끼바위라 이름붙였습니다.
몇 걸음 더 떼어놓으니
금방 바위는 토끼 모양을 잃고 맙니다.
굳은 바위가 가진 토끼 모양이라
어디서 보나 그 모양은 절대로 내놓지 않을 듯 했는데
내가 몇 걸음을 지나치자
좀전에 가졌던 토끼 모양을 하나도 지키질 못합니다.
어디에 서서,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다음에 남한산성에 갔을 때도
내려오는 길을 서문에서 마천동쪽으로 잡게 되면
바위가 잠시 토끼로 외출할 수 있도록
한참 동안 어느 한 자리에 서 있다가 올 생각입니다.

8 thoughts on “토끼바위

  1. 토끼풀을 찾아 속세로 내려온 것은 아닐까요?
    새봄이 되면 훌쩍 떠날 것만 같습니다.
    아니면 서장대가 걱정돼서 오르내리는 사람들을 경계하는지도 모르겠고요.

    1. 만약 떠나면 그야말로 전설하나 태어나는 거지요.
      토끼풀 찾아 속세로 내려왔다 바위가 된 토끼, 그리고 몇년 바위로 살다 홀연히 다시 산으로 돌아간 토끼… 바위 주변에 토끼풀이 무성하면 더욱 쿵짝이 맞을 듯 합니다. 없으면 심어서라도…

  2. 그게 바로 주관적 의미 부여 인가 합니다.
    이제 그 바위는 이스트맨님의 토끼가 되었습니다.
    김춘수의 그에게로 다가가 하나 꽃이 된것 처럼…

  3. 안녕하세요
    잘 지내고 계시죠? 여전히 산에 자주 다시고 계시는구나.
    날씨가 추워요. 감기조심하시고
    다음에 가시게 되면 추워서 몸을 웅크린 토끼에게 담요 덮어주세요. ^^

    1. 저~엉~말 오랜만이네요.
      겨울산을 워낙 좋아해서요.
      담요 대신 엉덩이 온기를 나눠주고 오지요, 뭐.
      회사 생활이 무지 재미난 가봐요.

    1. 산에 가면 바위나 나무에 이름 붙이기 놀이하는 것도 재미난 거 같아요.
      이 날 끝내주는 S라인 몸매의 소나무도 보았어요.
      아스라이 사라지는 길도 좋구.
      산에 가면 여러모로 좋은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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