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낀 안개의 도시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2월 8일 남한산성 서문에서 바라본 서울의 모습


내가 사는 곳, 서울입니다.
남한산성 서문에서 내려다보면
서울이 한눈에 들어오지만
거의 항상 이렇게 뿌옇습니다.
언듯 보면 안개의 도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질 않습니다.
안개의 느낌이 탁하기만 하죠.
먼지낀 창을 눈앞에 둔 느낌이기도 합니다.
시야의 8할은 잃어버리고 살아가게 되는 도시입니다.
남한산성에서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저런 곳에서 어찌 사나 싶습니다.
그래도 이곳에서 천만의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용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나도 그 중의 한 명입니다.
사는 곳이라고 정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곳에서 산 세월을 손에 꼽아보면
고향을 떠나 서울을 떠돈 세월이 이젠 더 오래 되었습니다.
놀러갔다 돌아올 때면,
집있는 곳이라고 마음도 푸근해 집니다.
사람의 정이 참 무섭습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2월 8일 남한산성 서문에서 바라본 서울의 모습

10 thoughts on “먼지낀 안개의 도시

    1. 사진에 관한 조언 가운데 대상을 이국적으로 바라보라는 말이 있어요. 그게 말은 쉬워도 아주 어려운 일이죠.
      아마 같은 안개였어도 뮌헨의 안개는 충분히 이국적 느낌을 가졌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실제로 어려운 건 자기가 살고 있는 익숙한 풍경을 이국적으로 바라보는 것 같아요. 그 이국적 느낌이 안개를 새롭게 발견하게 하기도 하죠. 그래서 외국에 나가 한국 좋은 걸 발견해서 들어오는 경우도 많이 보았어요.

  1. 서울도 감추고 싶은 게 있나 봅니다.
    감추고 싶은 사람들 기운이 모이고 모여 저렇게 된 것 같네요.
    아님 무관심의 바로미터일지도 모르겠고요.

    1. 남한산성 서문에선 서울 야경이 참 아름답게 나오는데… 그것도 맑은 날이 드물어 좋은 사진을 얻는 것은 그야말로 운이 좋아야 하는 것 같아요.
      남한산성은 자주 가는 편인데 날이 맑았던 경우는 별로 기억에 없어요.
      이 날은 유난히 뿌옇더군요.

  2. 저도 그런 이유로 서울이 좋아요.
    서울에서 나고 자라서 익숙함때문인것 같기도 하고…
    시골의 정경을 느끼는 것은 잠깐의 이벤트일뿐
    정작 안락함은 이 서울에서 느끼며 살고 있으니까요.

    희뿌연 서울 풍경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만
    시골의 희뿌연 안개는 낭만적이나 슬그머니 으스스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여튼 전 이러저런 이유로 서울이 좋아요. 도시가 편하거든요.

    1. 밤 12시에 자전거 타고 한강을 한바퀴 돌 수 있는게 서울이니까요. 시골이면 그 시간엔 그곳에 살지 않는 이상은 마음대로 돌아다니기가 어렵죠. 도시나 시골, 어느 한곳이 좋거나 나쁘진 않은 것 같고, 그냥 나름대로 슬픔과 즐거움이 있는 듯.

  3. 휴..전 서울이 싫어요.
    멋진 도시의 모습이라고 할수도 없어요.
    서울에서 근 10년 살다 피난내려오듯 모든걸 정리해버리고 내려왔죠.
    남산이나 한강 같은데를 찾으며 나름 서울도 멋진곳이야..하며 살려했지만
    숨막히고 빠듯하고..
    전 자연에서의 삶을 추구하는 인간인가봐요.^^

    1. 서울엔 놀게 많죠.
      자연은 즐길 수 있는 안목을 필요로 하는 것 같아요.
      봄볕 하나도 경이롭게 즐길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도시와 자연은 우열을 논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예요.

  4. 서울이 좋습니다.
    하지만 서울에서 살고 싶지는 않더군요…

    “당신을 사랑하지만, 당신과 결혼 하고 싶지는 않아…”
    와 비슷한 뉘앙스 일까요?

    이스트맨님의 글을 읽을때면 늘 더 깊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1. 황사의 계절이 슬슬 다가옵니다.
      아마 그때는 지금보다 더 뿌열 거예요.
      그냥 뿌연 서울을 보다보니 서울 사는 삶이 서글퍼서 푸념한 건데요,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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