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곳, 서울입니다.
남한산성 서문에서 내려다보면
서울이 한눈에 들어오지만
거의 항상 이렇게 뿌옇습니다.
언듯 보면 안개의 도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질 않습니다.
안개의 느낌이 탁하기만 하죠.
먼지낀 창을 눈앞에 둔 느낌이기도 합니다.
시야의 8할은 잃어버리고 살아가게 되는 도시입니다.
남한산성에서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저런 곳에서 어찌 사나 싶습니다.
그래도 이곳에서 천만의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용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나도 그 중의 한 명입니다.
사는 곳이라고 정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곳에서 산 세월을 손에 꼽아보면
고향을 떠나 서울을 떠돈 세월이 이젠 더 오래 되었습니다.
놀러갔다 돌아올 때면,
집있는 곳이라고 마음도 푸근해 집니다.
사람의 정이 참 무섭습니다.
10 thoughts on “먼지낀 안개의 도시”
뮌헨의 안개를 사랑했었다는 고 전혜린님이 불현 듯 떠 오르네요.
사진에 관한 조언 가운데 대상을 이국적으로 바라보라는 말이 있어요. 그게 말은 쉬워도 아주 어려운 일이죠.
아마 같은 안개였어도 뮌헨의 안개는 충분히 이국적 느낌을 가졌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실제로 어려운 건 자기가 살고 있는 익숙한 풍경을 이국적으로 바라보는 것 같아요. 그 이국적 느낌이 안개를 새롭게 발견하게 하기도 하죠. 그래서 외국에 나가 한국 좋은 걸 발견해서 들어오는 경우도 많이 보았어요.
서울도 감추고 싶은 게 있나 봅니다.
감추고 싶은 사람들 기운이 모이고 모여 저렇게 된 것 같네요.
아님 무관심의 바로미터일지도 모르겠고요.
남한산성 서문에선 서울 야경이 참 아름답게 나오는데… 그것도 맑은 날이 드물어 좋은 사진을 얻는 것은 그야말로 운이 좋아야 하는 것 같아요.
남한산성은 자주 가는 편인데 날이 맑았던 경우는 별로 기억에 없어요.
이 날은 유난히 뿌옇더군요.
저도 그런 이유로 서울이 좋아요.
서울에서 나고 자라서 익숙함때문인것 같기도 하고…
시골의 정경을 느끼는 것은 잠깐의 이벤트일뿐
정작 안락함은 이 서울에서 느끼며 살고 있으니까요.
희뿌연 서울 풍경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만
시골의 희뿌연 안개는 낭만적이나 슬그머니 으스스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여튼 전 이러저런 이유로 서울이 좋아요. 도시가 편하거든요.
밤 12시에 자전거 타고 한강을 한바퀴 돌 수 있는게 서울이니까요. 시골이면 그 시간엔 그곳에 살지 않는 이상은 마음대로 돌아다니기가 어렵죠. 도시나 시골, 어느 한곳이 좋거나 나쁘진 않은 것 같고, 그냥 나름대로 슬픔과 즐거움이 있는 듯.
휴..전 서울이 싫어요.
멋진 도시의 모습이라고 할수도 없어요.
서울에서 근 10년 살다 피난내려오듯 모든걸 정리해버리고 내려왔죠.
남산이나 한강 같은데를 찾으며 나름 서울도 멋진곳이야..하며 살려했지만
숨막히고 빠듯하고..
전 자연에서의 삶을 추구하는 인간인가봐요.^^
서울엔 놀게 많죠.
자연은 즐길 수 있는 안목을 필요로 하는 것 같아요.
봄볕 하나도 경이롭게 즐길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도시와 자연은 우열을 논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예요.
서울이 좋습니다.
하지만 서울에서 살고 싶지는 않더군요…
“당신을 사랑하지만, 당신과 결혼 하고 싶지는 않아…”
와 비슷한 뉘앙스 일까요?
이스트맨님의 글을 읽을때면 늘 더 깊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황사의 계절이 슬슬 다가옵니다.
아마 그때는 지금보다 더 뿌열 거예요.
그냥 뿌연 서울을 보다보니 서울 사는 삶이 서글퍼서 푸념한 건데요, 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