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 2일. 서울에도 눈이 왔다.
일에 발목이 잡혀 나갈 수가 없었다.
하지만 우리 집의 작은 마당에 눈의 풍경이 있었다.
여름이면 붉은 열정을 피워올리던 넝쿨장미에
하얀 꽃이 피었다.
항상 바람이 흔들던 풍경 소리를
오늘은 눈이 다독이며 늦잠을 재웠다.
대문의 한쪽 켠을 지키던 배나무도 오늘은 하얀 눈속에 발목이 빠졌다.
장미 몇송이가 그 붉은 색을 놓치 못한채
그 색 그대로 가지 끝에 매달려 시들었다.
눈이 내리자 붉은 색이 더욱 붉어 보였다.
왜 눈이 오면 그렇게 좋은 것일까.
베란다의 난간에 발을 올려놓자 눈은
금방 내 무게를 받아주었다.
세상 어디의 그 누가 나를 그렇게 쉽게 받아주랴.
그 속에 묻혀 죽고 싶을만큼 눈이 좋은 것은
그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옥상으로 올라가는 철재 계단에선
쌓인 눈들이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어, 위험한데.
저러다 금방 죽지.
가지를 친 은행나무의 상채기 위에도 눈이 내렸다.
은행나무가 크게 위안을 받은 듯 했다.
눈이 말했다.
울지마.
얼어붙어 더 이상 흐르지도 못하는 네 눈물을
내가 따뜻하게 녹여줄께.
5 thoughts on “눈온 날의 마당 풍경”
인건님, 이제 돌아올 때가 되지 않았나요?
한잔 해야 하는데 말예요.
그리고 그 20D도 구경해야죠.
정말 멋진 사진과 멋진 글입니다.
Eastman님과의 만남, 정말 기대가 됩니다.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모두 낯익은 이름들이네요.
어제 일이 끝나서 오늘도 사진찍으러 갔다 왔어요.
또 올려야죠.
아… 그렇군요. 따스함이 절로 묻어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가 되시길…
언제나 감사한 글과 사진 맥주에서 잘 보고 있는데, Eastman님의 블로그에는 처음 들어와봤는데 – 역시나 멋진 사진들ㅋㅋㅋ 언제, 장미 덩쿨이 있는 멋진 집 (직접) 보고 싶네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