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남진우는 말했었다.
단풍은 비를 맞아도 꺼지지 않는 불꽃이라고.
그래서 슬프다고.
겨울에 산에 갔더니
그 불, 겨울 추위가 모두 꺼버렸더라.
가을에 붉게 타올랐던 그 불, 모두 꺼지고,
불기 잃은 잎들만 나뭇가지 끝에 매달려 잿빛으로 흔들리고 있더라.
겨울산엔 그저 가을 화마를 떨쳐내고 살아남은
나무 등걸만 사이사이를 휑한 하늘로 채우고 있더라.
꺼진 불꽃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슬프더라.
하지만 겨울산은 그 슬픔이 있어 더 좋더라.
그 슬픈 산을 하루 종일 오르다가 내리다가 왔다.
올봄이 기다려진다.
그 슬픔이 올봄 무엇을 키울지 한번 산에 찾아가 볼 생각이다.
6 thoughts on “단풍과 겨울”
꺼진 불꽃이 얼핏 열매 같아 보여요.
겨울나무가 사이사이 파란 하늘빛과 어울려 너무 아름답네요.
예전엔 겨울나무는 그저 앙상하고 쓸쓸한 줄만 알았었는데
덕분에 그 멋을 알게 되었어요.
시집 속에선 사실 담쟁이가 붉게 물든 걸 노래하고 있었어요.
토요일날 산에 갔는데 아침에 읽고 있던 시집 속에서 그 구절을 보니까 오늘은 가서 단풍잎이 거의 다 떨어진 사진을 하나 찍어가지고 와야 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비가 내려도 안꺼지던 그 불꽃, 겨울추위에 모두 꺼져 버렸다는 생각을 하면서 사실은 좀 키득키득 웃었어요.
그 슬픔이 키워낸 것이 무엇인지 저도 무척 궁금해요.
저도 동원님의 특수렌즈에 담길 오는 봄을 기대할게요.
덧) 오늘 뉴스를 보니까 겨울산들이 극도로 건조해 있어서 산불비상이라고 하네요.
추위에 불기를 빼앗긴 산들이 벼르고 있나봐요.
코딱지 만한 불씨라도 닿기만 닿아봐라. 내가 지난 가을처럼 활활 타오르리라…
제발 지난 겨울 산들이 불꽃에 대한 추억을 되살리는 일 없이 봄의 연두를 맞이했으면요….
제가 뜨거운 눈길로 바라보기만 해도 불이 붙을 듯 너무 바삭바삭했어요. 곁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것도 금해야 할 정도였죠.
다들 조심해야 해요. 산불은 정말 무서워요. 일단 불붙으면 끄는 건 거의 불가능이예요.
산에 가면 우리 모두 불조심합시다.
가끔 맛보는 슬픔은 갠적으로 약이 되드라구요 ㅋ
올봄엔 겨울에 보았던 빈자리를 가득메울 나뭇잎들의 느낌이 어떨가 궁금해요.
매년 큰 느낌없이 지나간 것 같은데 올해는 무슨 느낌이 올 듯한 기대가 된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