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달로 가로등 만들다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2월 16일 가평 축령산에서

낮달이 떴습니다.
몸을 서쪽으로 눕혔지만 아직 하루해가 남아 있어
여전히 빛은 해에게서 오고 하늘도 푸르기만 합니다.
하지만 나무들은 모두 해에게서 눈을 돌리고 낮달로 시선을 모읍니다.
햇볕은 환하고 밝지만 종종 목의 갈증이 됩니다.
올려다보고 있노라면
달은 이상하게 그 갈증을 식혀줍니다.
겨우내 목의 갈증에 시달리는 나무들로선
낮달로 시선이 모일 수밖에 없습니다.
나무들이 갈증을 좀 덜었을까요?
달을 이리저리 살살 움직여
가는 나뭇가지 끝에 가로등 삼아 걸어두었습니다.
나뭇가지가 목을 축이고 남은 달빛으로
길을 지나는 누군가 또 목을 축이게 될 겁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2월 16일 가평 축령산에서

4 thoughts on “낮달로 가로등 만들다

  1. ㅎㅎㅎ 오랜만에 들렀네요.
    테이프 먼지닦고 오래된 비닐쟈켓은 깨끗한걸로 바꿔 박스 포장하고
    서울로 보내느라 좀 바삐지냈답니다.

    잘 지내시죠?
    여긴 비가오는데 산정상 부근에 눈이왔다고해서
    가족모두 눈구경갔다왔어요. 20분거리..
    올겨울 그렇게 많은 눈은 첨봤네요.
    운동화바닥까지 눈이 쌓였더라구요.

    눈싸움했더니 기분도 풀어지고 모처럼만에 행복한시간보냈어요.
    디카 안들고간 게 무지 후회되더군요.
    그래도 폰카로 동영상 찍어서 다시보고 깔깔깔

    언젠가 가을 밤에 하늘을 찍었는데 달이 감나무에 걸렸을 때 꼭 감처럼 보이더군요.
    달이 감잡았쓰~
    동원님, 이제 추위는 얼마 남지 않은 것같아요.
    건강한 모습으로 봄 맞이하셔요.^^

    1. 오블 모임의 사진 봤더니 재미나게 지내시는 것 같던데요.
      서울도 눈이 엄청왔어요.
      아직도 마당의 그늘진 곳엔 수북하게 쌓여있네요.
      평등공주님도 올해는 따뜻한 봄이 되시길 빌어요.

  2. 달은 참 변신을 잘해요.
    그래서 이름도 여러 가지인가 봅니다.
    빛깔도 연해서 가끔 gloomy mood로 유혹도 합니다.
    나무도 어쩜 우울한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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