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손수건 얘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빈 가지에 노란 손수건을 주렁주렁 매달고
오는 사람을 맞는 얘기입니다.
아마도 가는 사람이
날 사랑하면 노란 손수건을 마을 어귀의 나무에
내걸어 달라고 부탁한 얘기가
먼저 그 앞에 놓여있었을 겁니다.
사랑이 못보고 지나칠까봐
하나가 아니라, 노란 손수건을 온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아 놓았다는 얘기는
얘기의 마지막에 놓입니다.
지난 가을부터
갈색 손수건을 잔뜩 내걸고
겨울을 넘긴 나무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봄이 매해 잊지 않고 오는 걸,
그저 그러려니 했는데
가을부터 갈색 손수건을 내걸고,
한 나무가 온겨울을 기다려
봄을 맞고 있었습니다.
가을을 보내면서 늘어진 나무의 잎은
온겨우내 못버린 미련처럼 보였는데
봄에 그 앞에 서니
나무가 온통 갈색 손수건입니다.
먼 길을 온 봄이 올해도 그 앞에 서 있었습니다.
날이 한결 더 훈훈했고,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습니다.
12 thoughts on “갈색 손수건”
갈색 손수건 나무를 보니 너무 반가웠습니다.
요즘 저의 그림 모티브가 모두 나무가 있는 풍경이거든요.
분홍 손수건 .노랑 손수건 .하얀 손수건. 갈색 손수건으로
형형색색으로 물들였습니다……^^
선생님 화폭 속의 나무들이 제게 어떻게 말을 걸어올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이제 만날 시간이 몇시간 안남았군요.
같이가려고 했는데 조여사가 바빠서 아무래도 저 혼자 갈 것 같습니다.
갈색 손수건은 왠지 ‘잘 가세요 저도 잘 갈게요’하는 쓸쓸한 느낌이에요.^^
그래서 갈색인가요?
노란색은 그럼 올색?
창원의 봄은 매화꽃이 팝콘 터지듯 팡팡 튀고 있어요.
갈색 손수건을 팔랑 흔들며 봄이여, 어서 오라며
두 팔을 활짝 펼쳐보아요.
가을은 여기서 더 먼저 맞았는데
봄은 창원에서 더 먼저군요.
봄소식 사진에 담아서 전해 주세요.
정호승 시인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해서
첫눈이 내린다고 했는데
봄이 오는 까닭이 있었네요.
갈색 손수건을 걸고 기다린 나무때문에 봄이 왔군요.
올해 보니 그렇더군요.
가을에 대한 미련을 털어내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넘 멋진 표현입니다. ^^
나무의 강인한 생명력과 계절을 넘나드는
아름다움이 돗보입니다.
조금 한가해서 대공원을 어슬렁거렸는데
여기저기 눈에 띄는 풍경이 많았습니다.
그동안 선생님의 화폭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은 풍경들은
또 무엇일까 많이 궁금합니다.
내일 뵐께요.
남다른 시선입니다.
노란손수건이라~ 멋지네요~
연인이 계시면 봄나들이 할 때,
지난 가을에 그대를 맞기 위해 걸어놓은 갈색 손수건이라고
슬쩍 써먹어도 되실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