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만든 풍경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3월 11일 능동 어린이대공원에서


어른 다섯이 걸어갑니다.
왼쪽의 아이 엄마 셋은 일행입니다.
엄마 등의 아이들 중 둘은 단잠에 빠졌습니다.
오른쪽의 둘은 부부입니다.
아빠가 밀고 가는 유모차의 아이는
잠을 자는지 깨어있는지 그건 모르겠습니다.
자고 있는 아이와 깨어있는 아이의 똘망똘망한 눈망울을 섞어 평균을 내면
자는 듯 마는 듯 선잠이 될까요?
아이 엄마 셋과 오른쪽 부부는 모르는 사이입니다.
그렇지만 우연히 나란히 걸음을 같이하게 되었습니다.
그 뒤를 따뜻한 봄기운이 졸졸 따라갑니다.
우산 셋이 나란히 걸어가면 노래가 되고,
사람들이 나란히 걸음을 맞추면 느낌 좋은 풍경이 됩니다.

할머니 다섯 분, 할아버지 세 분이 나란히 의자에 앉았습니다.
할머니 한 분은 의자를 독차지했지만
그만 좀 떨어져서 혼자가 되었습니다.
할머니 네 분은 한 의자를 넷이 나누어 가졌지만
의자는 비좁아 보이기 보다 오히려 가득차서 충만해 보입니다.
할아버지 세 분이 나누어 앉은 의자는
세 분 사이의 빈틈을 하나는 가까이 붙여주고
하나는 조금 더 넓게 벌려 놓았습니다.
앞의 유모차에 아이가 있는지 없는지 그건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있었다면
평균 나이를 확 끌어내리겠지요.
봄기운은 대개는 공원으로 산책 나온 사람들을 졸졸 따라다니고 있었지만
할머니 할아버지가 의자에서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앉아
할 수 없다는 듯이 할머니 할아버지들 앞으로 슬쩍 다가서고 있었습니다.
역시 놓칠 수 없는 풍경이었습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3월 11일 능동 어린이대공원에서

14 thoughts on “사람이 만든 풍경

  1. 그냥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는 풍경을 잘도 잡아내셨군요. 참고로, 왼쪽 두번째 할머니 앞의 유모차는 걸어갈 때 지팡이 대신 자신을 의지하기 위한 용도의 도구일 겁니다. 요즘 시골에서 특히 유모차가 그런 용도로 많이 쓰인다고 하더군요…

    1. 느낌이 괜찮나요.
      다음엔 유모차를 지팡이 삼아 잡고 가고 있는 할머니가 계신가 한번 살펴봐야 겠어요. 좋은 느낌의 사진이 될거 같거든요.

    1. 저도 며칠 전에 이틀 동안 스팸이 들어오기 시작하더라구요.
      일일이 살펴보고 공통점을 추출해서 막았더니
      그 다음부터는 안들어오더군요.
      일전을 불사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싱겁게 이틀만에 끝나 버렸어요.
      그때 막았던 단어들 가운데서 일부는 다시 해제를 했는데
      현재는 소강상태인 듯.
      전 이걸 싸움으로 생각하고 일전을 벌이기로 작정했어요.
      사그리 없앨 때 완전히 내가 소탕 작전을 벌이는 기분이거든요.

  2. 남다른 시선과 표현 넘 재미있습니다.
    어제의 만남은 너무나 소중했습니다.
    기분이 좋아서
    시간 가는줄 몰랐습니다.
    건강하세요.^^

    1. 선생님도 건강하세요.
      오랜만에 뵈었더니 그림은 더 깊어져 있었는데
      술은 많이 약해져 계셨습니다.
      저희 집 근처에서 마셨더니 집에 오는데 아주 좋긴 좋더군요.
      가는데 번거로우셨을 거 같아요.
      나무 그림이 점점 제 마음을 풍요롭게 채워가고 있습니다.
      곧 옥이가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고마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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