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에 비친 산수유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3월 22일 서울 을지로 입구에서


을지로 입구의 한 건물앞.
화단에 산수유 나무가 심어져 있습니다.
짙은 색으로 치장을 하고 안을 감추려한 유리창은
졸지에 산수유의 거울이 되었습니다.
노란 빛 산수유가 유리창 저 편으로 비칩니다.
지켜보다가 슬그머니 걱정이 올라옵니다.
혹시 산수유가 유리창을 호수로 여기지 않을까.
그리되면 꽃들이 질 때
유리창으로 뛰어내리지나 않을까 싶어집니다.
하긴 산수유가 제 모습을 비춰볼 것이
연못이나 가까운 곳의 시냇물밖에 더 있었을까 싶습니다.
그러니 제 모습이 비치는 것을 보고는
호수나 연못으로 오인하지 않을까요.
괜한 걱정이 그만 화단의 작은 돌 하나를 집어들게 만들었습니다.
유리창이 호수라면 내가 돌을 던졌을 때
돌을 꿀꺽 삼키고는
동심원으로 퍼져나가는 물결의 표정을 지으면서
난 그 돌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고 시치미를 뗄 것입니다.
산수유에게 봐봐하며 유리창으로 아주 살짝 돌을 던져 봅니다.
땡 소리를 내고는 튕겨져 나옵니다.
안에서 뛰쳐나온 수위 아저씨에게 무지하게 혼났습니다.

14 thoughts on “유리창에 비친 산수유

  1. 어찌어찌해서 어제오늘 구례에 머물렀어요.
    구례를 벗어나며 산수유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더군요.
    노란빛 그 유혹에 시선을 뺐겼더랬어요.

  2. 산수유꽃은 개나리.매화와 함께
    봄소식을 알리죠.
    양평의 산수유의 풍경도 장관입니다. ^^
    봄의 꽃무리들이 쾌속으로 북상중이어서
    사월은 꽃향에 흠뻑 취할것 같습니다……

    1. 이천은 가봤는데 양평은 소문만 듣고 못가봤어요.
      올해는 시간나면 한번 그곳이라도 가보던가 해야 겠어요.
      지금 저는 열심히 하는 중이예요.

  3. 동원님, 블로그를 열심히 하시는군요.
    매일 새글을 올리는 시는 것 같은데.
    전 요즘 시간도 있고, 쓰고 싶은 글도 조금 있는데
    왠지 자제하게 된다는…
    이제 내일부터 다시 공부해야하는데, 막상 다시 시작하려니 살짝 귀찮네요.

    1. 사진을 찍다보니 거의 매일 올리게 되는 것 같아요.
      사진이 일상화가 되어서 충무로로 일보러 나가서도 잠깐 짬이 날 때 사진을 찍고, 집에서도 그냥 눈에 띄는 대로 사진을 찍게 되거든요. 그럼 그거 올리게 되고…
      그닥 열심히 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열심히 하면 하루에 다섯 개 정도는 올릴 수 있답니다.
      잠깐 사진을 찍으면 일주일 분량의 사진을 확보하는데 그거 한번에 다 안올리고 야금야금 올리면서 일주일 보내거든요.

      귀찮으시더라도 정님은 귀치니즘 말고 열공 모드로 나가셔서 정이즘을 세우셔야죠.

  4. 쟤네들에게 혼란을 가중시키신 것을 아니신지요?ㅋ
    ‘어라~ 돌을 안 집어 삼키네. 저건 뭐야. 연못이 아직도 얼어있는건가?
    아닌데….우리 몸이 이 정도 되면 얼음이 얼 때가 아닌데….모지? 모지?
    돌 던진 아저씨 어디 가셨지?’
    재네들 지금 머리 쥐어짜고 있대요.ㅎㅎ

    1. 이럴 때 꽃을 보겠다고 남쪽으로 달려가야 하는데 말예요.
      그래도 지긋이 기다려 봐야겠죠.
      꽃들이 우리를 보겠다고 북쪽으로 달려오고 있는 듯 하니 말예요.

  5. 지리산 자락 산동골에는 노란 산수유가 한참이지요.
    광양 매화꽃 축제를 비롯하여 구례 산수유꽃 축제
    머지않아.벚꽃….
    진달레꽃 축제까지~~~~~~
    남쪽나라엔 온통~~~~~~
    꽃…..축제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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