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나온다고 했다.
두 시간 정도 걸릴 듯 하다고 했다.
그때부터 그녀는 그 날의 내 기다림이 된다.
놀랍지 않은가.
그녀가 기다림이 되면
몸은 기다리는 곳에 앉아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시선은 자꾸 창가를 힐끗거리고
마음은 그녀가 오는 길목으로 나가 서성인다.
마음이 몸을 탈출한다,
아주 가볍게.
그러니 몸에 묶인 마음이 무겁다면
그녀를 나오라 하고
두세 시간 정도 그녀를 기다려보라.
마음이 가볍게 몸을 빠져나가
멀리 그녀가 오는 길목을 서성일 것이다.
마음이 몸에 눌러앉아 그녀를 함께 기다리면
두 시간은 기다리기에 말할 수 없이 지루하다.
시간은 중첩되어 쌓이면 무게가 된다.
지루함이란 두 시간의 무게에 짓눌린 몸의 느낌이다.
그 지루한 몸의 감각을 털어내는 방법은 단 하나.
바로 마음을 몸밖으로 내보내는 것.
그녀가 오는 길목으로 빠져나간 마음은
두 시간의 기다림이 요구하는 몸의 느낌, 그 지루함을 전혀 모른채
설레는 시선으로 목을 빼고 그 두 시간을 보낸다.
그러니 그녀를 기다릴 땐
항상 마음을 몸밖으로 내보내시라.
그녀가 왔다.
그때부터 그녀는 그 날의 내 만남이 된다.
눈치를 살폈으나
그녀는 그녀가 오는 길목에서 두 시간이나 서성이고 있던 내 마음은
보지 못했음이 분명했다.
오호, 이런 낭패가.
하긴 그렇지, 마음이란 눈에 보이질 않는 것이니 알 턱이 있나.
그녀가 보지 못하고 지나쳤으니
그녀가 오는 길목으로 내보낸 내 마음은
아직 그곳을 서성이고 있을 게 뻔하다.
만남이란 그렇게 이루어진다.
그녀가 오는 길목에서 두 시간을 서성이던 마음을 길거리에 내팽개쳐둔 채.
그런데도 우리는 기다림 대신 만나려 든다.
마음에 담아두기엔 기다림만한 것이 없으나
우리는 마음을 팽개쳐 두고서라도 만나려 든다.
그러나 놀랍지 않은가.
길거리에 팽개쳐진 마음의 설움도 잊은채
그녀를 만난 그 순간부터 그 만남이 즐거웠으니.
그녀를 기다리고 만날 땐
마음이 몸을 빠져나가 기다리는 시간의 지루함을 지우고
만나고 나면 몸이 마음을 버린 채
거리로 팽개쳐진 마음의 설움을 까마득히 잊는다.
5 thoughts on “기다림과 만남”
어린왕자의 여우가 생각나네요.^^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난 세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행복한 기다림의 시간이 많았음 좋겠어요.^^
저분은 이 글읽고 무지 행복했을거에요.
포레스트님은 질투하셨을것같은..^^
저라면 질투나서 블로그 폭파시켰을듯.ㅋㅋ
그렇잖아도 곧 폭파될 것 같은 불안감이…ㅋㅋ
개그는 개그이고 글은 글일 뿐, 오해하지 말자~
저도 오늘 그녀에 관해 썼는데…
오호… 통했나요… =)
정님은 진짜 정님의 그녀더군요.
제가 만난 그녀는 제 사진의 모델이자 글의 모델이죠. 마치 화가의 모델이 그림 속으로 걸어들어오듯, 제 모델은 사진과 글 속으로 걸어들어 와요.
글에도 모델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지금에서야 깨닳았습니다. 오호… 맞는 말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