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개나리를 참 좋아했었다.
다른 무엇보다 그 발랄한 생명력이 더 없이 좋았다.
그냥 가지를 뚝 꺾어 흙에 꽂아놓고 물만주면
며칠만에 뿌리를 내렸던 기억이다.
삶이 꺾여도 자신이 디딘 눈앞의 흙에서
곧바로 삶을 이어가는 그 생명력은
내겐 참 발랄하게 보였다.
요며칠 그 개나리를 쫓아다녔다.
개나리는 작고 여리다.
그러나 하나에 눈맞추면 그 하나가 우리의 시선을 가득채운다.
우리들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하나하나는 작고 보잘 것 없지만
그 하나에 눈맞추면 작은 하나가 우리의 눈과 마음을 그득채운다.
그 작은 하나가 희망의 다른 이름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작고 여린 것도 둘이 모이면
하나일 때와는 또 느낌이 다르다.
둘의 힘이리라.
둘만 되어도 우리는 힘을 얻을 때가 있다.
둘에서 더 나아가
그 둘이 여럿으로 폭을 확대하면 느낌은 또 다르다.
하나나 둘은 세상으로부터 고립되어 있는 느낌이 큰데 반하여
여럿은 그들의 작은 세상이 된다.
여럿은 모여 있기도 하고
때로 흩어져 있기도 하다.
우리는 주로 흩어져서 살고 있지만
때로 한자리에 모이기도 한다.
마음이 같으면 흩어져 있다가도 가끔 한 자리에 모여
모여있는 여럿으로 뭉치는 시간을 갖는게 세상 살아가는 맛의 하나이다.
같은 줄기를 나누어가진 개나리는
서서히 성긴 틈새를 개나리꽃으로 메우면서
노란 빛으로 세상을 채워가기 시작한다.
바로 그렇게 개나리의 노란 세상이 서서히 시작된다.
여럿이 모여 성긴 틈새가 개나리로 메워지면
세상은 이제 완연한 노란 빛이 된다.
노란색은 세상을 노란 빛으로 물들이면서도 투명하기 이를데 없다.
개나리의 노란색이 더욱 투명해 보이는 것은
특히 햇볕을 등뒤로 업었을 때이다.
개나리의 등에 기댄 햇볕은
개나리의 노란 몸에 그대로 배어든다.
바로 그때 우리들은 노란색을 너머 노란 투명을 보게 된다.
투명이 되면 노란색은 더 맑아 보인다.
개나리의 노란색은 햇볕을 가로막지 않는다.
그 노란색이 맑고 투명해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다 밀도가 높아지면
이제 세상은 온통 노란빛으로 가득찬다.
세상을 노란빛으로 채운 개나리는 거침이 없다.
철조망을 뚫고, 또 철조망을 넘어
세상을 향해 와, 소리치며 몰려나간다.
가파른 산의 경사면에선
개나리가 그 경사면을 흘러내리는 노란 물줄기로 골짜기를 뒤덮는다.
개나리 줄기가 모여
하늘로 줄기를 꼿꼿이 세우면
그 자리에선 노란 불꽃이 타오른다.
개나리는 또 파도가 된다.
노란 파도로 걷잡을 수 없이 세상을 향하여 밀려나간다.
개나리가 한자리에 모여
거대한 군락의 세상을 이루면
비록 봄 한철이지만,
산 하나가 모두 개나리의 것이 된다.
그리하여 개나리가 파도되어 산을 넘실대는 동네에서
언제나 봄은 온통 노랗다.
그 노란빛은 산의 사면을 따라 흘러내리면서
아래쪽을 지나는 지하철을 내리덮칠 듯한 기세이지만
그 아래쪽의 사람들이나 지하철은 별로 걱정이 없다.
개나리로 세상을 노랗게 칠하며 가져오고자 했던 세상은
겨울 추위를 걷어내고
모두가 다함께 따뜻하게 맞고 싶었던 봄날이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날좋은 봄날이면
사람들은 그 산 위에서, 그 산 아래서 모두 노란 파도를 마음껏 즐긴다.
그러나 부디 기억하시라.
봄날의 희망을 싣고 세상으로 밀려나간 그 개나리도
작고 여린 꽃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작고 여린 꽃을 보며
세상의 봄날을 꿈꾸며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도 부디 희망을 잃지 마시라.
산 하나를 모두 노란빛으로 뒤덮은 개나리도
올해 역시 작고 여린 꽃으로 시작되었다.
모두들 힘 내시라.
16 thoughts on “세상을 노랗게 칠할 거야 – 개나리”
퍼갈게요
네.
역시 꽃사진은 동원님^^)b
고마워요.
아무래도 꽃들이 저한테 예뻐보이고 싶은 듯…^^
파도처럼 밀려오고, 함성처럼 몰려오는
개나리…
힘 내겠습니다…
힘되면 제가 기쁘지요…^^
작년 이 맘 때는 일주일에 한 번씩 저 응봉산 옆으로 지나다녔어요.
지나면서 개나리 보느라 사고날 뻔한 적도 있었는데…
사진 찌고 싶다는 생각 많이 했었는데 올 해는 여기서 보네요.
동네 벚꽃도 저희 집 앞 목련도 피었다 하면 질 준비를 하는 것 같아 아쉬운데,
이렇게 남겨 놓고 두고두고 볼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예요.
사진의 좋은 점이 그런거죠, 뭐.
항상 흔한 걸 잘 찍고 싶은데 올해 개나리 사진에선 그 걸 얻은 듯…
이야~! 이맛에 봄이 좋아요.
노란 파도에 풍덩 뛰어들고 싶어요.^^*
꽃들의 세상이예요.
짧은게 좀 아쉽기는 하지만요.
전 겨울에 버들강아지랑 진달래랑 개나리를 꺾어다 꽂아두고 봄도 오기전에
개나리랑 진달래를 보는걸 좋아했었죠.^^
어렸을때니까 그래본지도 참 오래되었네요.
그러고 보니 꽃집에서 개나리나 진달래는 안파는 군요.
올해 개나리와 진달래는 많이 보았는데 아직 산수유는 그렇게 많이 못보았어요.
하루 산수유보러 양평으로 나가고 싶네요.
동원님, 이 글과 사진 출처 밝히고 퍼가면 안되죠?^^
여긴 스크랩하는 곳이없네요.
벚꽃이나 개나리는 넘 화사해서 사진찍을 때 동무안하는 편인데
글과 사진이 정말 좋아요.
진달래사진 많이 보구싶네요.^^
아래사진은 05년에 진달래 대신 연달래 찍은 거랍니다.ㅎ
http://image.ohmynews.com/down/images/1/평등세상_222199_2%5B306346%5D.jpg
사진 설명글은 ▲ “자기 사랑해!”
그럼 오블 블로그에 올려놓을 테니 스크랩 하세요.
이건 독립 블로그라 스크랩을 하려면 코드를 복사해서 하셔야 해요.
아침에 작업해서 스크랩할 수 있도록 해드릴께요.
와~~ 탄성이 절로 나네요.
개나리가 너무 예뻐요. 홀로 있는 모습도 여기저기 군락을 이룬 모습도.
집에 흙이 있으면 저두 가지 하나 툭 꺽어서 심어 뿌리 내리는거 해보고 싶네요.
덕분에 집에 앉아 개나리 구경 잘~ 하고 갑니다.
개나리가 제일 많은데서 가장 예쁜 개나리가 나올줄 알았는데
어린이대공원에서 가장 좋은 사진이 나왔어요.
그거 찾아 대공원의 후미진 곳으로 돌아다니긴 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