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좋은 어느 봄날,
예쁜 아기가 유모차를 타고
엄마 아빠와 함께 외출을 했습니다.
한강변으로 나왔죠.
완연한 봄기운이 불러낸 풀들이 봄볕에 푸른 기지개를 켜며 몸을 일으키다
예쁜 아기가 나타나자 모두 그리로 눈길을 돌립니다.
바람은 강물을 흔들어 물결을 그려내고,
그 물결로 외출나온 아기를 환영해 줍니다.
엄마 아빠는 아이를 데리고 잠시 벤치에서 쉬어갑니다.
강바람이 아기의 콧구멍 속으로 숑숑 뛰어듭니다.
하긴 엄마 아빠가 강으로 나온 것도
아이의 콧구멍에 바람좀 넣어주기 위해서 였습니다.
집에 있을 때도 숨쉴 때마다 바람을 들이키고 내뱉지만
집안의 공기는 따뜻하게 훈증되어 있어
온몸에 짜릿하게 퍼지는 강바람의 시원한 맛이 없습니다.
엄마 아빠가 타주는 우유에만 맛이 있는게 아니라
그렇게 바람에도 맛이 있습니다.
엄마 아빠는 오늘 아기에게 그 바람의 맛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벤치에 앉아있는 동안
곁으로 바람을 가르며 자전거가 지나갑니다.
어느 자전거는 가운데의 노란 금을 밟고 가기도 하고,
또 어느 자전거는 양쪽으로 갈라선 파란 금을 밟고 가기도 합니다.
그 모든 풍경이 아기로 인하여 행복에 물들어 버립니다.
아마 아기는 모르고 있겠죠.
엄마 아빠의 손에 이끌려 나온 한강변에서
자신이 그곳을 모두 행복으로 물들이고 있다는 것을.
세상의 아기들이 그렇게 크고 있습니다.
그 작은 존재로 세상을 행복으로 물들이며.
8 thoughts on “아기와 어느 봄날의 외출”
1. 유모차를 타고 왔네요. 아기는 마이카 세대군요.
2. 강물엔 유람선이 떠있지 않네요. 5공때는 떠 있었는데…
3. 그래서 아기가 행복으로 물들이고 있나 보네요.
면허증 없어도 되는 차라 아주 좋았어요.
아기보고 복덩어리라고 하곤 하던데 그 복이 행복이었는가 봐요.
요며칠 나갈때마다 유모차에 아기를 태운 엄마들을 만나게 되더군요.
그때마다 유모차안에 지친듯 누워있는 아기들을 들여다보며 미소지어지고.^^
얼른 여동생이 결혼해서 아기좀 나았음 좋겠다 생각했어요.^^
유모차 끌고 다니는거 해보고 싶어서요.ㅋㅋ
하긴 뭐 할머니가 되면 힘들정도로 하게 될지 모르지만 그때도 힘든것보단
행복할것같아요.^^
물결이 잔잔하게 바람에 밀려오면서 빛나는 풍경 찍어보고싶어요.
제 렌즈로 가능할지모르지만.^^
지난번에 공원갔다가 호수의 물결만을 찍고있었더니 남편이 왜 그런걸 찍느냐구.ㅋㅋ
전 너무 예뻤는데.
그렇지 않아도 오늘 햇볕이 부서지는 물결만 잔뜩 찍어가지고 들어왔어요. 채석장을 공원으로 만들어놓은 곳이 있어서 갔다가 왔는데 호수를 산꼭대기에서 내려다볼 수 있어서 물결에 부서지는 햇볕을 찍기에 아주 좋았어요.
올림픽 공원에 가서 사진찍을 때 아기 엄마 셋이 유모차 끌고 나란히 걸어나오고 있었는데 아기들은 모두 쿨쿨이었어요. 그거보고 웃음이 절로 나와서 사진으로 찍어두었죠.
자신들의 아가를 들여다 보고 있는, 엄마 아빠의 얼굴만큼 행복을 찾기 쉬운 곳이 있을까 싶네요. 그러고 보니, 저 사진에서 아기와 엄마 아빠가 지워지면 그저 한강변의 고즈넉한 산책로 풍경일텐데 세 사람으로 인해서 행복한 사진이 되었어요.
이 사진이 그래서 행복이 장소에 있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사진이기도 하죠. 평범한 장소를 행복의 장소로 만드는 놀라운 힘이 아기에게 있다니까요.
내일 코엑스 영상기자재전 갔다가 얼른 훑어보고 나와서
아이들 콧구멍에 바람 넣어주는게 목표랍니다.
앗~ 오늘이네요.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
거기 지름신 엄청나다던데…
김태희가 오는 바람에 완전히 전쟁을 방불했다고 하더군요.
즐거운 시간 되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