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이 유모차를
지팡이 대신 쓴다는 얘기를 들었다.
처음 얼핏 보았을 때,
나는 할머니의 그것을 유모차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앞쪽으로 아이가 보였다.
지팡이 대신 끌고 나온 빈 유모차가 아니라
손자 녀석을 유모차에 태우고
따뜻한 봄볕과 놀다 들어가는 길이려니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유모차가 아니었다.
그건 아이의 세발 자전거였다.
유모차라면 할머니가 밀고 가는게 분명했겠지만
세발 자전거는 그 느낌이 다르다.
아이는 천천히 페달을 밟으며 할머니를 모시고 간다.
할머니의 걸음걸이와 아이의 세발 자전거가 나란히 함께 간다.
아이의 세발 자전거는 할머니의 종종 걸음을 요구하지 않으며
할머니의 걸음 또한 세발 자전거를 뒤로 붙들어두지 않는다.
가끔 다리가 아프다 싶으면 할머니는 걸음을 멈추었으며
그때는 세발 자전거도 함께 멈추었다.
할머니는 세발 자전거의 등받이 뒤로 몸을 세운 손잡이에 의지하여
이곳도 한번, 저곳도 한번 시선을 주며 휴식을 취한다.
할머니의 지팡이가 된 아이의 세발 자전거가
할머니를 모시고 집으로 가고 있었다.
4 thoughts on “지팡이가 된 세발 자전거”
따뜻한 이야기네여~~ 요즘 너무 무서운 얘기들 가운데 마음이 따뜻해지네여~~
보기에도 따뜻해 보였어요.
시골도 아니지만 시골 분위기가 나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시어머니 집 대문 밖에도 유모차가 세워져있어요.
치매라서 시어머니는 안계시고 유모차가 외로이 집을 지키고있네요.
사람이 안사니 시골집이 더욱 쓸쓸해 보이더군요.
저 유모차엔 사랑스런 손자가 타고있네요.
할머니사랑 듬뿍받는 손자도 행복하고 할머니도 허리 펼 수있어서 행복하고..
손자가 힘들면 할머니가 밀어주고, 할머니가 힘들면 손자가 페달을 힘껏 밟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