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러니까 4월 20일 일요일은 장애인의 날이었습니다.
상일동에 자리한 한영교회의 장애인 봉사부에선
장애인들과 함께 근처의 올림픽 공원으로 봄나들이를 나섰습니다.
내 카메라는 하루 종일 그들을 쫓아 다녔습니다.
나들이 나온 팀 가운데 휠체어팀은 모두 네 명.
코끼리 열차를 탄 뒤, 다시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는 중입니다.
맨 왼쪽에서 까만 옷을 맵시있게 입고
함께 걸어가고 계신 분의 이름은 장성록씨입니다.
항상 봉사를 해주시는 분이죠.
몇년 행사가 있을 때 카메라를 둘러메고 끼어들었더니
이름 정도는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좀 뒤늦게 와서 합류를 했습니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휠체어는
그들이 짐을 풀고 쉬고 있던 휴식의 자리로 돌아갑니다.
가다보니 셋이 거의 나란히 걸음을 맞추게 되었습니다.
셋과 나란히 걸음을 맞추어 걷고 있던
장성록씨의 몸이 뒤로 돌아갑니다.
한 대가 뒤로 쳐지고 있었거든요.
그 한 대엔 영찬이가 타고 있었습니다.
영찬이가 좀 힘들어하는 기색이 보이자
영찬이의 휠체어를 밀고 있던 한솔 청년이 휠체어를 세우고
어디가 불편한 건지 눈을 맞추고 물어보고 있었습니다.
세 대를 먼저 보내고
장성록씨의 몸은 이제 완전히 뒤로 돌아서고 말았습니다.
사랑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함께 앞으로 가는 한편으로 뒤를 돌아보는 마음 말입니다.
결국 장성록씨는 뒤로 돌아가
두 사람과 함께 나란히 걸음을 맞추었습니다.
알고보면 사랑이란 거창하기보다 참 작고 섬세합니다.
그러면서도 아주 커보입니다.
한솔 청년과 영찬이, 그리고 장성록씨입니다.
한솔 청년이라고 하니까 성은 한이고 이름은 솔이라고
잘못 짐작할 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한솔은 이름이고 성을 합치면 최한솔이 됩니다.
잘생겼다는 것이 특징인 청년이죠.
앞서간 사람들은 그 사이 계속 걸음을 옮겨
코끼리 열차를 타고 오갔던 그 길을 되짚어 가고 있습니다.
영찬이의 휠체어는 이제 거의 앞사람을 따라잡았습니다.
둘이 함께 앞서간 사람들 쪽으로 천천히 움직여 갑니다.
그 넷은 어찌 되었을까요.
앞서간 사람들은 가던 길에 만난 화사한 꽃들에 시선이 뺐겨
걸음을 멈추고 뒷사람들을 기다렸습니다.
결국 넷은 모두 만나게 되었죠.
앞을 가면서도 뒤를 돌아보는 사람들은
철쭉꽃과 푸른 나무들 앞에 나란히 서서
서로 어깨를 걸고 사진 한 장 찍었습니다.
교회를 나올 때 보니 교회의 벽에
“장애는 장애(障碍)가 아니라 장애(長愛)입니다”라는 글귀가 보이더군요.
장애가 가로막힌 불편이 아니라
‘길고 오래도록 함께 가는 사랑’이라는 얘기였습니다.
그들의 봄나들이 길에 함께 했더니
그 자리에 길고 오래도록 남는 사랑이 있었습니다.
16 thoughts on “길고 오래도록 함께 가는 사랑 만들기”
선진화의 원년이라고 이월에 선포한 분도 있는데 제 생각으로는 장애인들이 불편없이 생활하는 날이 선진화가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백번 맞는 말씀!
정겨운 분들이 보이시네요.
장집사님 봉사하는 모습 넘 아름답네요.^^
거의 모두가 10년 넘게된 봉사의 베테랑들이시라고 하더군요.
요즘은 젊은 친구들이 합세하여 또다른 전통을 이어나가고 있어 그것도 보기 좋구요. ^^
제가 좋아하는 여 배우
오드리 헵번~~
단순히 바라봐지는 그녀의 미적인 아름다움보다 그 내면이 너무 아름답지요?
아들에게 남긴 유언중…
한 손은 나 자신을 돕고…
한 손은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라는 것을…..~~~
저 사진을 보노라니 입가에 미소가 번지네요 ㅎ
수고 하셨어요~^^
따라다니며 사진 찍을 수 있어서 즐겁고 행복했어요. ^^
사랑이란 앞서거니 뒷서거니 가다가 누군가를 돌아보는 마음…
공감 또 공감합니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삶,
잠시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삶의 시간을 내려 놓을 수 있는 마음…
사랑입니다.
작고 세심한 것이 자꾸 커보여요.
고등학생들도 봉사를 오곤 하는데 어린 학생들인데도 마음씀이 어른들보다 깊을 때가 있어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더라구요.
사람들도 사진도 너무 아름다운 모습들입니다.
꽃이 아무리 화사한들 사람만큼 아름답겠습니까!!!
동원님 한번 뵈었지만 사람냄새 폴폴나는 그 첫 인상이
너무 좋았습니다.
자주 놀러 오겠습니다.
그날 별로 얘기도 못나누고…
이곳 사람들은 인연 맺은지 한참 되었는데 봉사 활동을 야외에서 할 때마다 사진은 제가 찍어주고 있어요. 다들 사람들이 좋아요.
어~~~~! ^^
forest님 집에 들렀더니 여기에 함 가보라는 글이 있기에 와 봤는데….^^
이리도 좋게 해설을 달아서 꾸며 주시니 더욱 부끄러워집니다.
그렇잖아도 그날 다녀와서 스스로 부족함을 여러가지 반성을 하고 있었는데….
근데 우리 무슨 인연이 있는 거 같지 않아요?
교회에서 가는 야외에서의 만남은 그렇다치고
제주도에도 함께 갔었잖아요?
저도 숙끼가 없어서 누구에게 먼저 말을 잘 못 붙이는 성격이라
대화는 못해 봤지만….ㅎㅎㅎ
가끔씩 놀러 오겠습니다.^^
고맙구요. ^^
오랫동안 봉사하셨는다는 얘기를 나중에 들었어요.
역시 몸에 밴 사랑은 그냥 나오는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번 카메라만 덜렁 들고 다니는 제가 부끄러워요.
고마워~^^
당신이 사진찍어주니까 좋은 사진과 글이 나오네.
나는 어제 카메라 한번도 안꺼냈어.
나는 아는 사람들 많은 곳에서는 카메라 꺼내는게 아무래도 쑥스러운 것 같어.ㅎㅎ
장성록샘은 오래도록 사랑부에서 봉사하셨었어.^^
지금은 찬양부로 봉사하시지만…
1년에 두세 번 가는데도 반겨주니 내가 더 고맙지 뭐. ^^
이 사진과 글의 주인공은 장집사님 같아요.
이거 보면 아마 아주 마니 좋아하실거예요.
그동안의 피로를 한방에 날려 보내실걸요?^^
몇 장면을 놓쳤어요.
한솔 청년이 영찬이와 눈을 맞대고 불편을 알아내려 하는 모습도 저절로 제 시선을 빼앗아 갔는데 너무 멀어서 카메라 속으로 당길 수가 없더군요. 참 좋은 사람들이예요. 같이 하는 것만으로도 제겐 큰 호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