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하남시의 남한고등학교 앞 버스 정류장.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립니다.
30-5번 버스는 자주 옵니다.
너무 자주 오는 버스는 아무도 기다리지 않습니다.
미처 기다릴 시간도 없이 사람들을 태우고 떠나버립니다.
1번 버스는 그 다음으로 자주 옵니다.
그렇지만 그다지 자주 오지는 않습니다.
그 버스, 눈앞에서 놓치면 욕나옵니다.
그 버스는 놓친 아쉬움이 자꾸만 더 커지는,
그 정도의 시간을 기다리게 하면서 옵니다.
바로 그 아쉬움 때문에 놓치면 욕나옵니다.
내 눈앞을 지나간 그 버스,
멀리서 보고 숨을 몰아쉬며 달려온 두어 사람 한테서 욕먹었습니다.
100번 마을버스는 하염없는 기다림 끝에 옵니다.
그곳에서 처음 그 버스를 타려 했던 나는
이 버스가 정말 이곳으로 다니는 거 맞는 것일까 불안해 집니다.
“버스를 만들어가지고 오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정말 놀라운 것은 버스를 만들어가지고 오는 것 같은데
매번 새롭고 반짝이는 버스가 아니라
지난 세월의 더께까지 고스란히 입혀서
항상 보았던 낡은 모습 그대로 만들어 가지고 온다는 겁니다.
그러니 시간이 걸릴 수밖에요.
차라리 그냥 새 걸로 만들어갖고 오지 싶어집니다.
그러나 절대로 새 걸로 만들어갖고 오는 법은 없습니다.
한 아주머니는 기다리다 기다리다 다리를 접고 앉고 맙니다.
앉아서도 한참을 기다려야 합니다.
그러나 100번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아무 말없이 묵묵히 끈질기게 기다립니다.
그러다 보면 100번 버스가 옵니다.
우리의 시선을 모두 한쪽으로 앗아간 그 오랜 기다림 끝에 그 버스가 옵니다.
하염없는 기다림 끝에 온 버스는 그저 반갑습니다.
17 thoughts on “버스 기다리는 사람들 2”
울애들의 학교앞이네요.
사진으로 보니 왜 이리 낯설어 보일까요.
전 제일 먼저 오는걸루 타요. 그리고 보니 1번을 가끔 타도 100번 탄 기억은 별루 없네요.
페인트칠이라두 해줘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
엇, 여기 다녀요?
hayne님 동네라 생각은 했었지만 아파트 내의 학교 다니려니 생각했는데…
낡은게 보기 흉하진 않았어요.
참, 사람의 아우라라는게 얼마나 강한지… 하남이란 생각은 홀라당 까먹고 사진찍는데 저기는 hayne님이랑 daim님 동네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들곤 했어요.
100번은 아마 거의 타지 않으셨을 거 같아요. 고골가는 마을버스거든요. 저는 남한산성 가야 했기에… 남산한성 가는 숲속에 보면 100버스 타는 곳까지 1.5km라는 표지판이 있을 정도예요.
어라~ 고골도 아시넹! 하남시에는 지금의 동이름과는 달리 옛 이름으로 불리는 곳이 많아요. 저기는 덕풍동이지만 ‘영말’이라는 곳이고요…’고골’도 그런 이름 중 하난데..
그러고 보니 저는 한 2년 가까이 저 정류장을 이용했네요.
학교 뒤편에 살았었거든요.
지금은 없지만 예전에는 고골가는 시외버스가 저희 집앞에서 있었어요.
물론 그때 가본 적은 없지만요.
남한산성은 이번에야 엄청 가봤네요.
전 항상 카메라를 휴대하다 보니 한두 시간 기다리는 건 일도 아니어서… 여전히 버스를 좋아해요. 기다리는 시간은 주변에서 사진을 찍다 보면 금방 가버리고 말거든요.
자전거는 저도 무지 좋아하는데… 서울이 한강에서 자전거 타기는 아주 좋아요. 일반 거리는 타라고 해도 매연 때문에 영 그래요.
진정 하염없이죠. ㅎㅎ
그래서 한때는 전,
버스터미널 버스 타는 건 좋아도
(정해진 시간이 있으니)
버스정류장 버스 타는 건 싫다했어요.
(기다리는 게 싫어선)
전 저 버스정류장 부스가 맘에 드네요. 쏙쏙.
저도 저 버스정류장 모습이 마음에 들더라구요.
버스 정류장의 글자를 다 긁어간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그걸 긁어다 무엇에 썼을까도 궁금하고…^^
네모난 그늘에 모여앉은 아주머니들 보니 덥고 힘드셨던 모양이에요.
예전에 친정가는 버스한번 타려면 한시간넘게 기다리다 실제 버스를 탄 시간 40분정도의 배는 더 피곤했었던 기억이..^^
남편이랑 같이가면 편하게 가겠지만 먼저 가 있을경우가 종종 있었거든요.
아이들에겐 훨씬 더 긴 시간이었겠죠.ㅋㅋ
심심풀이로 과자 몇봉지나 아이스크림을 사서 먹기도하고.
그래도 질리도록 안오던 버스.
그 후엔 안되겠다싶어 버스 정류장 구멍가게 유리에 적힌 낡은 시간표를 보고 수첩에
일일이 적어서 그 시간에 맞춰 산뜻하게 기다렸다 타곤했죠.^^
그나마 이젠 버스탈일이 거의 없네요.
사실은 모두가 그 그림자 속에 모여있는 것도 재미난 점의 하나였어요. ^^
애들은 어디를 갈 때 자가용 보다 버스 타고 가는 걸 훨씬 더 좋아해요.
가끔 차 한 대를 가지고 남편과 ‘니가 쓰냐, 내가 쓰냐’ 살짝 은근한 실랑이를 할 때가 있어요. 아이들 핑계 삼아 ‘내가 써야한다’를 주장하다보면 이 녀석들 어느 샌가 분위기 파악하고 ‘버스! 버스!’ 하면서 초를 치죠.^^
자꾸 여기서 정류장 사진을 보니깐 버스를 탈 때 정류장의 풍경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돼요.
운전할 필요도 없고, 길을 알려줄 필요도 없고…^^
며칠전에 버스를 잘못타서 엉뚱한 곳으로 가긴 했어요.
남한산성 가려고 했는데 버스가 일자산으로 가더라구요.
버스가 일자산 가면 일자산 오르면 되고~
에이씨, 그 놈의 노래에 감염됐다.
기다리면 언젠가는 오는 버스…
기다려야지요… ㅎㅎㅎ
제가 사는 이곳에는 버스가 있긴 있지만…
100버스 보다 더 오래 기다려야 오는 것 같아요.
버스 정류장마다 꼭 벤치가 있답니다.
기다려야 하니까… ㅎㅎ
자동차가 홍수를 이루는 이곳,
켈리포냐 남쪽엔 가끔씩 보이는 버스가 정겹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는 아줌마들의 뒷모습 또한 정겹네요…
서울은 버스 정류장이 벤치를 갖추기 시작했고…
주로 사람 많은 곳들만…
여수에 갔더니 그곳의 버스 정류장도 벤치를 갖추었더군요.
가까운 경기도 퇴촌도 그렇구요.
하남시는 있는 곳도 있고 없는 곳도 있고 그래요.
그래도 전 저런 낡은 세월의 냄새가 나는 정류장이 좋아요.
정류장도 모두 모양이 달라서 가는 곳마다 사진을 찍게 되요.
어느나라에서도 버스가 안올땐 정말 안오죠…
특히 캐나다 버스는 정말…. 비도 많이 오는데.
근데, 알바트로스님.. 잘 보면 의자 하나가 가려져 있네요.
정님 관찰력 좋으시네요.
사실은 3개. 두 개는 햇볕이 들어서 아무도 앉질 않고 있더라구요.
저는 버스 기다리는 걸 좋아해서… 그냥 오래도록 이것저것 사진도 찍고 하면서 기다리는 편이예요.
저도 버스 타고 시장 다녀 왔어요…
일 년에 한 두번 정도 다니는데,
할머니들께서 나물 파시는 모습이 힘들어 보여서
무슨 나물인지도 확실히 모르면서 봄나물 같은 것들 담아 왔어요…
시장분들과 우연히 친해져서…또 만나기로 했답니다..ㅋㅋ
근데, 저 정류장은 의자도 없나요?
아줌마들께서 다리 아프시겠네요…ㅠㅠ
몽골이나 러시아에서 우리나라 버스들이 그대로 다닌데요…
그곳에서 가리봉동도 가고…하남시도 갈 수 있나봐요..ㅎㅎㅎ
의자가 세 개 있어요.
근데 한 의자에만 사람이 앉아 있어요.
그 의자만 그늘이거든요.
비도 막고 햇볕도 막게 정류장을 새로 만들면 좋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