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강변 북쪽, 강을 따라 길이 흘러갑니다.
사실은 길이라기보다 다리입니다.
다리는 보통 강을 건너가지만
이 다리는 강을 따라 옆으로 함께 흘러갑니다.
강변북로라고 부릅니다.
길 위로 지금 차들이 달리고 있겠지요.
저도 자주 그 길을 달리곤 합니다.
막히지 않을 때는 아주 빠른 길입니다.
낮엔 항상 빛으로 환한 길입니다.
다리가 강을 따라 흐르는 그 아래쪽 땅은
세상이 명과 암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위를 쳐다보아도 다리가 하늘을 막아
하늘이 명과 암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그참 이상합니다.
나무의 그늘이라면 빛을 적당히 가려준다는 느낌이 들었을 텐데
이 거대한 구조물은 하늘을 가로 막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가려준다고 했을 때는 따가운 햇볕을 막아주는 느낌인데
가로 막고 있다고 하면 따뜻한 햇볕을 차단하고 있는 느낌이 납니다.
그래도 그늘이라 여름엔 사람들이
이 그늘 속에서 더위를 피하기도 하지만
겨울엔 이 그늘 때문에 추위가 더 춥게 느껴집니다.
어렵고 힘들 때 더 따뜻해야 할 것 같은데
오히려 그 때 더 춥고 그래서 서러워집니다.
길을 공중으로 들고 빠르고 편하게 가는 세상,
그 아래쪽에 서 보면
세상이 밝음과 어둠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2 thoughts on “명과 암”
밝음과 어두움…
그렇군요. 다리 밑과 나무 밑, 그 차이를 알 것 같아요.
억지로 만든 그늘과 자연스러운 그늘…
다리를 이고 그 밑을 지날 때면 뭔가 무겁고 답답한 느낌일 거에요.
그러나 나무 밑을 지날 때면 부드럽고 시원한 바람결을 느끼겠지요.
우리의 삶도 비슷하겠지요.
어둔 그늘처럼 삶이 무거울 때와 살랑이는 바람처럼 시원한 그늘…
좋은 사진과 글… 고맙습니다.
이 근처에 응봉산이라는 개나리로 유명한 공원이 있어요.
거기 사진 찍으러 갔다가 전체 풍경을 잡으려고 한강으로 나가게 되었죠.
자전거 타고 몇번 갔던 길이었는데
이 날은 그림자와 위의 도로가 일직선이 되어 있었습니다.
세상이 어두운 곳과 밝은 곳으로 딱 나뉘어 있었죠.
아마도 좀더 자리에 있었더라면 다른 느낌을 얻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어요.
태양이 움직이면서 밝은 곳이 어두운 곳에 빛을 나눠주거나 그 반대의 풍경이 나왔을지도 모르니까요.
다음에 또 지나치게 되면 눈여겨 봐야 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