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산자락에서 만난 꽃들 1

산을 오를 때면 주변을 많이 두리번거립니다.
꽃들과 눈맞추기 위해서죠.
며칠 남한산성을 오르락내리락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느 하루, 그 길에서 10년 넘게 남한산성의 꽃들을 사랑해온
시인 손종구님을 만났습니다.
남한산성에서 만날 수 있는 야생화만 150여 종에 이른다고 들었습니다.
그날 뒤를 따라다니며 많은 꽃들의 이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름을 알고 나니 다음에 산길을 홀로 오를 때도
꽃들이 많이 눈에 들어옵니다.
함께 즐겨봅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4월 17일 남한산성 마천동 자락에서

명자나무꽃.
마천동에서 남한산성을 오르는 길은 아주 갈래가 많은데
그중에서 가운데 길로 올라가다 한 음식점 옆에서 이 꽃을 만났습니다.
산길로 드는 입구에서 거의 마지막에 있는 음식점이었습니다.
산당화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4월 17일 남한산성 마천동 자락에서

진달래.
바위 위에 핀 진달래가 지면서
꽃들이 음식점 마당을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봄날이 가고 있었습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4월 17일 남한산성 마천동 자락에서

벚꽃.
물로 떨어진 벚꽃의 꽃잎은
작은 바위를 둘러싸고 하얀 목걸이가 되어 주었습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4월 17일 남한산성 마천동 자락에서

각시붓꽃.
각시란 말을 붙이면 왜 그렇게 작고 귀엽고 다소곳해 보이는 지요.
붓꽃이 정말 각시처럼 앉아 있었습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4월 17일 남한산성 마천동 자락에서

노랑각시붓꽃.
이것 역시 각시붓꽃이었지만
노랑색 때문인지 훨씬 더 발랄해 보입니다.
각시도 가끔 생기발랄 명랑쾌활한 각시가 있듯이
각시붓꽃도 그런 경우가 있나 봅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4월 17일 남한산성 마천동 자락에서

노랑각시붓꽃.
얼굴좀 자세히 들여다 봅니다.
각시지만 부끄러움은 타지 않는 듯 합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4월 17일 남한산성 마천동 자락에서

복수초.
복수라는 말에서 원수를 갚는 그 복수를 떠올리진 마세요.
복을 받으며 길고 오래산다는 뜻이랍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4월 17일 남한산성 마천동 자락에서

복수초.
꽃들도 혼자 사는 것은 외로운 것인지
대개 하나의 꽃을 발견하면
가까운 곳에서 같은 꽃들을 여럿 볼 수 있습니다.
복수초도 그랬습니다.
노란색이 아주 맑았습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4월 17일 남한산성 마천동 자락에서

현호색.
이름자를 하나하나 풀어보면
먼저 맨앞의 현자는 검을 현(玄)자입니다.
천자문 외울 때 시작하는 하늘천 따지 검을현 누를황의 그 검을현입니다.
두번째의 호(胡)는 풀이라는 뜻인데
특히 척박한 땅에서 자라는 식물을 뜻한 답니다.
세번째의 색(索)는 밧줄이나 새끼와 같이 꼬인 것을 뜻하는데
실제로 현호색은 싹이 꼬이면서 돋아나는 성질이 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이것으론 꽃의 이름이 어디서왔는지 짐작하기 좀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 꽃의 뿌리를 현호라 한다더군요.
서양 사람들은 이 꽃에서 종달새를 연상하고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종달새가 지저귀는 모습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뿌리로 이름을 붙이고,
서양에선 꽃으로 이름을 붙였나 봅니다.
이름 붙일 때 보는 곳이 좀 다르군요.

산을 오르면서 살펴보니 높이에 따라 꽃들이 달랐습니다.
진달래처럼 나무를 가진 꽃들은 높이에 관계없이 여기저기 있었지만
그저 풀잎으로 된 푸른 줄기와 꽃만 가진 꽃들은
모두 제 높이를 가진채 살고 있는 듯 합니다.
마천동에서 남한산성으로 올라가며 살펴보았더니
가장 낮은 곳에선 보라색의 각시붓꽃이 나를 반겨주었고,
산성에 거의 다 도달했을 때는 복수초와 현호색이
이제 산성에 거의 다 왔다고 힘을 북돋워 주었습니다.
꽃과 알고 지내자 그 얼굴을 마주하는 것만으로
내가 얼마나 올라왔고, 또 얼마나 내려왔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꽃들은 그냥 피어있는게 아니라 내가 선 자리를 알려주며
함께 산을 오르고 함께 산을 내려가는 동행이 되어 주었습니다.

8 thoughts on “남한산성 산자락에서 만난 꽃들 1

  1. 저도 점점 이름모를 꽃들에 관심이 가더라구요
    <내게로 다가 온 꽃들>이란 책도 사 보면서, 꽃과 꽃말도 익힌답니다
    또 매일 디카로 사진 올려 주시는 분들의 블러그에서 많이 배우고 있지요

    남한산성의 모습을 담고 담아도 동원님의 눈의 각도에 따라서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올 것 같아요
    작은 꽃들과의 여행길 천펀히 음미하면서…
    사랑으로 피어나는 꽃들이 더 소중하게 가슴에 안깁니다 ..^^*

    1. 때로는 색으로 눈길을 끌고, 때로는 모양으로 눈길을 끌기도 하고, 때로는 꽃이 진 다음의 열매로 눈길을 끌기도 하고… 꽃의 매력은 여럿인 듯 보여요. 겨우 10개 정도의 꽃을 알아놓았는데도 아주 뿌듯하네요.

  2. 꽃을 보는 마음, 꽃을 따라서 산을 오르는 마음…
    아름다운 마음입니다.
    산 밑에서 피는 꽃과 산 위를 오르면서 만나게 되는 꽃들…
    우리의 부질없는 삶과 덧없는 삶에 환한 웃음으로 다가오는 꽃들…
    얼마나 감사한지요.
    그 꽃들을 볼 수 있도록 올려주신 동원님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1. 올해는 남한산성을 많이 드나들 듯 합니다.
      가까워서 부담도 없고… 좋은 산길도 많이 발견했습니다.
      그동안 가을에 코스모스와 산국에 눈길을 준 것 이외엔 별로 꽃에 관심이 없었는데 올해는 자꾸 꽃에 눈이 갑니다.
      찍어온 꽃들, 같이 나눌 수 있어 좋습니다. ^^

  3. 우와~~ 정말 멋져요.
    꽃을 보며 위치를 알수 있다는 것.
    아무나 그렇게 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높이 오를 수록 꽃들이 더 청초하게 피어나지 않던가요?
    지상에서는 지는 꽃이 추하지만
    높이 오를 수록 지는 꽃도 아름답더군요…깊은밤입니다.
    한주 시작하는게 즐거워요. 일하는것이요!!

  4. 올해는 두분 덕분으로 명자나무를 더 열심히 보게되는 것 같아요.
    진달래는 사뿐히 즈려밟기 너무 여려보이구요.
    예전에 집앞에 붓꽃이 참 많았는데 그때 생각도 잠시 해봤네요.
    참 고운 이정표들이에요.^^

    1. 의외로 명자나무꽃이 많더군요.
      우리 집 근처의 아파트에도 있고, 어린이대공원에서도 보고, 남한산성 오르는 길에서도 여러 번 보고…
      안도현 시인이 쓴 “명자꽃”이란 제목의 시도 있어요.
      이 꽃이 피면 여자들이 바람난다고 마을에 심지 못하게 했다는 얘기도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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