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잠깐 역에서 멈출 때마다 바깥이 환해지지만
곧 지하철의 바깥은 짙은 어둠으로 채워집니다.
다음 역에 도착할 때까지 어둠밖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바깥이 어둠으로 까맣게 칠해지는 그 잠깐 동안
차창에 옆의 그녀가 선명하게 담겨 있습니다.
그때면 어둠만 가득한 차창에서 그녀가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지하철이 역에 멈춥니다.
바깥에 불빛이 환합니다.
바깥의 모든 것이 선명하게 잘 보입니다.
이곳이 어느 역인지 알 수 있고,
다음 역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바깥이 환하자
차창의 그녀가 희미하게 불빛에 지워져 버립니다.
내 삶의 창에서도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 그녀가 선명하게 보입니다.
넘치고 풍요로울 때, 그녀가 희미하게 지워져 버립니다.
그녀가 선명하게 보였다, 희미하게 지워졌다 합니다.
아마 그녀도 내가 선명해졌다, 희미해졌다 할 것 같습니다.
둘이 그렇게 선명해졌다 희미해졌다 하면서
함께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갑니다.
8 thoughts on “어둠과 빛”
窓
하나의 거울!
그것도 어둠과 밝음을 가진 희얀한 거울.
사랑하는 남편의 카메라를 바라보는 표정은 저렇게 편안하고 부드럽군요.^^
정말 부러운 모습이예요.^^
분명 창 안에 있는데 동시에 창밖의 여자였지요.ㅋㅋ
힘들고 어려울 때 보이는 그녀, 그녀가 있어서 편안해 보입니다.
그녀의 존재 옆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해 하는 동원님의 얼굴이 보이는데요. ㅎㅎ
함께 하는 두 분의 삶이 훈훈하게 느껴지네요.
제 어깨는 아주 살짝 보이는 군요.
훈훈했다 싸늘했다 그러면서 살고 있지요.^^
음, 이 순간에 기옥님이 사진찍는지
아셨을까요? 모르셨을까요?
가까운 이들의 사진은 유난히 미소가 잔잔히,
편안함을 띄고있어요.
살며 희미하고 선명하게,
강약 조절하며 함께하는 두분
참 사이좋아보이세요.
가끔 인생이란 왜그렇게 신비로운지 모르겠어요.
그렇게 지하철을 타고 다녀도 눈에 들어오지 않던 풍경이 문득 눈에 들어오는 날이 있다니까요.
인생이란게 눈앞에서 훤히 보면서도 매일 놓치면서 다니는게 인생이 아닌가 싶어지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