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주말마다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청계천에 모이고 있습니다.
지난 5월 9일에도 모였습니다.
사람들은 그 다음 날도 또 모였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재협상을 촉구하는 집회입니다.
집회의 또다른 명칭은 “미친소, 너나 먹어” 입니다.
여기서 ‘미친소’는 광우병에 걸렸을지도 모를 위험한 미국소이며,
‘너’는 현 이명박 대통령을 가리킵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많은 분들이 투표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중엔 노무현 정권에 실망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명박 후보에게 표를 줄 순 없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입니다.
아마도 이번 촛불 집회는 그런 분들에게
현정권에 대한 자기 의사를 분명하게 표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한 듯 합니다.
그렇다고 투표권이 있는 사람들만 참석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아직 투표권이 없는 10대들이 아주 많이 눈에 띕니다.
심지어 구호가 무엇을 뜻하는지도 모를 어린 자녀들과 함께
나란히 손잡고 나온 가족도 많습니다.
이번 주말, 뜻을 함께 하고 픈 분들은 한번 가보시기 바랍니다.
촛불의 힘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촛불은 작은 컵을 바람막이로 삼아
조용히 그 안에 앉은 채
작은 빛으로 세상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촛불이 항상 자리에 앉아 있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촛불은 종종 허리를 꼿꼿이 펴고 몸을 세우며 일어나 거대한 함성이 됩니다.
그리고 함께 입을 모아 외칩니다.
“미친소, 너나 먹어!”
우리의 국민은 착하기도 합니다.
이명박 정권이 처음부터 길을 잃자
촛불을 들어 길을 밝혀 주려 합니다.
수많은 촛불로 길을 밝혀 주는데도
이명박 정권은 길을 찾지 못하고
오히려 수많은 사람들이 촛불로 밝힌 길을 길이 아니라고 우깁니다.
처음에는 누군가 성냥불이나 라이터로 촛불을 밝혔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다음부터 촛불은 서로 불을 나누어주며 번져 나갑니다.
이 촛불이 저 촛불에게 불을 나누어주고,
또 저 촛불이 또다른 촛불에 불을 나누어 줍니다.
촛불은 불이 불을 나누어주며 끊임없이 번져나갑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뜻도 함께 하는 사람들이라
혼자 가도 무방할 것 같지만
의외로 혼자가면 뻘쭘한 면이 없지 않습니다.
아는 사람들을 모아 함께 가면 더더욱 좋은 이유입니다.
조기 촛불을 치켜든 사람들 뒤쪽으로 제가 아는 사람이 하나 있습니다.
아는 사람을 만나니 정말 반갑긴 반갑더군요.
그 반가움 미리 챙겨가시면 더더욱 좋을 듯 합니다.
이번 시위에 가보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 한가운데서
촛불을 들어 구호를 외치고는
버젓이 뽀뽀를 나누는 연인들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정신이 좀 멍해 졌습니다.
81년에 대학에 들어간 저에게
시위는 곧 화염병과 최루탄이 난무하는 투쟁으로 기억에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 투쟁의 자리에 사랑을 나눌 여유가 어디에 있었겠어요.
그렇게 80년대엔 사랑을 버리고 희생시키면서 시위는 이루어졌습니다.
이번에 가보았더니 연인들이 아주 많이 눈에 띄더군요.
어떻게 아냐구요.
서로 주고받는 눈빛만 보아도 얼마든지 알 수 있지요.
이제 사랑과 시위는 얼마든지 함께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나 봅니다.
가서 사랑도 나누고 시위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중간중간에 뽀뽀하셔도 무방할 듯 합니다.
아주 보기에 좋았습니다.
가녀린 팔 하나가
“아이들이 무슨 죄냐 우리들이 지켜주자”는 구호를
내내 머리 위로 들고 내리지 않고 있었습니다.
혼자 외로이 구호를 들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뒤로 돌아가 보니 앞쪽에 그 구호를 밝혀주는 촛불이 있었고,
뒤에서도 촛불이 그 구호를 밝혀주고 있었습니다.
촛불이 힘이 되는 세상,
촛불이 길이 되는 세상,
촛불이 축제가 되는 세상,
누구도 찍을 수 없어 그냥 버려야 했던 아까운 내 투표권과 함께 버려졌던,
지난 대선의 내 뜻을 분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세상,
청계천에 가면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즐거운 촛불의 세상이 있습니다.
음, 옷은 좀 따뜻하게 입고 가세요.
바깥인데다 밤이 되면 날씨가 가라앉고 바람도 좀 많이 붑니다.
지나가면서 듣기로는 5월 17일 토요일에
특히 사람들이 많이 모일 것 같았습니다.
10 thoughts on “촛불의 힘”
애들 데리고 한 번 나가야 하는데 계속 마음 뿐이고 나가질 못하네요.
오늘 뉴스 보니까 과천에서는 촛불 대신 집집마다 현수막을 걸었다는데…
저도 좀 그걸 알아볼까해요.
그 아파트에선 과천 청사 앞에서 1인시위도 할 거라고 하더라구요.
어제 스승의 날이라 옛날 대학 때 교수님 만났는데 쇠고기 문제도 큰일이지만 운하는 더 큰 일이라고 하시더라구요. 그게 환경 문제를 떠나 경제적으로만 따져도 큰재앙이 될 거라면서 일본에서도 그와 비슷한 대규모 개발로 경제가 위기에 빠져 지금까지 그 영향이 있다고 하셨어요. 일본의 도쿄만 개발이 운하와 비슷한 길을 걸어간 예라고 설명을 해주시더라구요.
쇠고기 수입 반대, 운하 반대, 교육 경쟁화 반대… 온통 반대할 일만 만들어내니… 저는 토요일쯤 나가보려구요.
다음 주는 일해야 할 것 같아서…
촛불의 힘,
저도 조만간에 한 밝음 보태야겠어요.
일단 내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진짜 법을 뒤바꾸면 좋을텐데!!!
꼭 나가 보세요.
가까우니까 거리 상으로도 큰 부담은 없을 거예요.
나보다 살아갈 날이 많으니까 적극적으로 바꾸어가면서 살아야 할 거예요.
전 그 높이든 촛불들을 찍으면서 돌아다녔죠.
시청 뒤에서 시작해서 광화문 우체국 뒤로 해서 촛불들을 한바퀴 돌았어요.
촛불 순례랄까.
연인들 정말 많더군요.
모든 분들이 애인과 함께 가볼 것을 적극 권장합니다.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동원님..^^
흠..처음엔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이곳에서도 지금 한국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해요..
한국분들을 종종 만나면. 온통 걱정.걱정.. 흠..
여튼.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전 이곳에서 아주 잘지내고 있는중입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보고. 듣고 .이야기도 하고..
마냥 신나고 즐겁다 말할수는 없지만.. 여튼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블로그가 사라진 바람에 그동안 인사를 드리지 못했네요
항상 즐거운 마음이 가득 채워지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또 놀러오겠습니다- 건강하세요-
앗, 권양님, 반가워요.
잘 지내고 있다니 오랜만의 기별이 더 기쁜 걸요.
젊은 친구 하나가 미국쪽으로 공부를 갔는데 너무 바빠서 블로그도 업뎃을 못한다고 하더라구요.
항상 건강하길 빌께요. 물론 계속 열심히 하시기예요.
블로그 새로 만들면 꼭 알려주시구요.
호주 소식을 가끔 들었으면 싶어요.
즐겨봤던 옛날의 권양님 그림들이 마구 그리워지네요.
요즘 늘 생각하고 있어서 그런지 어젯밤 대통령꿈을 꿨어요.
청와대 견학갔다온적이 있어서 그런지 청와대를 견학하는중 대통령을
만난거에요.
꿈에서 저랑 같이 간 사람들 모두 대통령 만났다고 좋아하면서 기념촬영을해대는..
티비에서 얼굴만 봐도 기분나쁜데 말예요.
예전에 후보 홍보용 광고 나올때 국밥을 게걸스럽게 먹는 화면보고
너무 너무 가식적이고 싫어서 채널 돌려버리고 했는데.
그래도 당선 되었을땐 잘해주길 바랬었죠.
과연 이 사태를 어떻게 마무리 지을지…
아니다 싶고 잘못 결정한것이다 생각하면 바로 고쳐놓을줄도 아는
대통령이었음 좋겠어요.
천번 만번 맞는 말씀이세요.
이제 우리의 뜻을 직접 보여주는 수밖에 없는 듯 싶어요.
가을소리님/ 저도 꿈에 두번이나 이번 대통령이 나타난 거예요.
그래서 로또를 사야 할까 말아야 할까 하다가 그만 뒀답니다.
보고 싶었던 대통령은 꿈에 한번도 나타나주지 않으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