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에 떨어진 말채나무 꽃순,
철망에 얹혀 있었습니다.
왠일인지 철망을 안간힘으로 부여잡고 있는 듯 보입니다.
묻습니다.
왜 그렇게 거기서 안간힘으로 철망을 부여잡고 있는 거니?
–여기로 내려앉은 순간
저 아래로 내 그림자를 빠뜨렸어요.
건지고 싶은 데 팔이 닿질 않아요.
아래쪽으로 보니, 고인 물에
꽃순의 그림자 선명하게 떠 있습니다.
그림자 떠내, 꽃순의 손에 건네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어디 가능한 일인가요.
꽃순에게 속삭였습니다.
철망을 붙든 팔을 놔.
그럼 네 그림자의 품으로 풍덩 뛰어들게 될 거야.
가끔 내 그림자 같은 사람,
저만치 떨어져 이곳의 내 자리를 부여잡고는
그 사람에게 팔이 닿질 않습니다.
나에게도 조용히 속삭여 봅니다.
팔을 놔, 그럼 그 사람의 품으로 풍덩 뛰어들게 될 거야.
2 thoughts on “말채나무 꽃순”
가녀린 꽃순이 온팔을 뻗쳐 붙잡고 있는듯보여 안쓰럽네요.
‘너 힘들테니 도와줄게’ 하며 살짝 떼어 보내주고싶은..
그럴 걸 그랬나요.
사진찍느라고 정신이 없어서 미처 그 생각을 못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