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담 위에 떨어진 장미 꽃잎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5월 28일 우리 집에서


어느 비오는 날,
가지 끝을 버리고,
함께 있던 다른 꽃잎도 버리고,
장미 꽃잎 하나
담벽 위로 내려와 앉았습니다.
그 작은 품안을 온통 비집고 들어와
여기저기 빗방울이 말갛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처음엔 분명 비에 젖고 버려진 자리였는데
그 자리 어느새 말간 투명으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내 시선도
한참 동안 그 꽃잎에 담아 둡니다.
당신의 시선도
잠시 꽃잎에 담아두세요.
꽃잎을 보고 지나치면
떨어진 빈자리의 슬픔이 보이는데
꽃잎에 담아두면
그 빈자리, 당신의 시선으로 채워집니다.
무엇인지 모르나
당신의 시선 속에 담겨있던 것들,
그 젖은 붉은 꽃잎을 가득 채웁니다.
떨어진 빈자리가 가득해 집니다.

6 thoughts on “비와 담 위에 떨어진 장미 꽃잎

    1. 사진의 부족함을 글로 메꾸는 거지요. ㅎㅎ
      사진은 아직 많이 부족해요.
      사진 그 자체만으로 많은 얘기를 하는 사진을 찍고 싶지만… 아직은 그 수준에 많이 모자라요.

  1. 아름답습니다.
    오늘도 비오는 날의 시선을 아름다운 빛깔로 채우고 갑니다 ^^

    아, 카메라가 워낙 커서 가끔 들고다니던 니콘FM 에 필름을 잘못끼운채로
    찍어서 여태껏 찍었던 한달 간의 모습들이 다 날아가버렸어요ㅠ_ㅠ

    흙흙; 현상소에서 어찌나 퐝당했던지 말입니다;;

  2. 어머~저도 지금 막…장미 사진들 블러그에 올렸거든요~!!!
    지난 에버랜드에서 찍은 사진과 우리 아파트 놀이터에서 찍은 사진들인데…
    같은 장미 인데도…분위기가 다르니…개량종이 많던데요
    장미가 좀 색이 원색적으로 나와서 다른 꽃들 보다 예쁘지 않은 듯 해요

    담장의 장미가 늦은 봄부터 겨울 눈꽃 맞으며 피어 있는 모습…
    전 작년 부터 보이던데요
    나의 시선을 장미에 두고
    저에게 길들여졌던 장미는 제 장미라고 명명해 놓았지요

    찬비에 장미잎들 떨어졌지만
    다시 자리바꿈 하는 거라고 제 가슴을…다독였지요

    동원님이 찍으신 장미는 촉촉히~가슴 시린 장미…
    웬지 그 선연함에 눈이 부셔요~♣

    1. 한창 때의 장미는 참 예쁘긴 예쁘죠.
      떨어져도 눈이 부실 정도니…

      붉은 색의 꽃들을 참 찍기가 어려워요.
      붉은 색은 뭉개지는 경향이 있거든요.

      장미를 찍을 때면 저는 한 단계 어둡게 찍어요.
      장미가 눈이 부시긴 부신게 확실한 거 같아요.
      한 단계 어둡게 찍어야 어느 정도 마음에 들게 나오는 거 보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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