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Photo by Kim Dong Won


아는 사람이 결혼을 했습니다.
그가 먼저 들어가 저 멀리 서 있고,
신부가 이제 아버지 손을 잡고
그가 있는 곳으로 가려고 합니다.
곧 신부는 아버지 손을 잡고 걸어들어가
그의 품에 안겼습니다.
아마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겠지요.
그를 만나면
그냥 만나는게 아니라
그의 품에 안기는 느낌이었을 겁니다.
그녀를 만나면
그냥 만나는 게 아니라
그녀를 품안에 안는 느낌이었을 겁니다.
우리는 모두 그 느낌 때문에 결혼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의 품에 안기는 그 느낌과
그녀를 품에 안는 그 느낌 말입니다.
아마도 안기고 안을 때, 우리가 누리는 그 느낌의 아늑함을
24시간 내내 둘이 나누고 싶다는 것,
그게 바로 결혼할 때, 사람들이 바라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도 그녀는 곧잘 내 앞에서 내 품에 안기곤 합니다.
‘나좀 안아줘’라고 말하며 그녀는 내 품을 파고 듭니다.
곁에 두고 살면서도 내 품의 아늑함이 자꾸 그립나 봅니다.
남의 결혼식에서 내게 안기는 그녀와 그녀를 안고 있는 나를 그려보면서
그게 그런 거였구나 하고 이제 겨우 실마리를 잡아봅니다.

아마도 난 그 안기고 안아주는 것에 아주 서툰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결혼식 때 우리 둘은 함께 손을 잡고 걸어 들어갔거든요.
우리의 결혼식을 생각해보면
난 둘이 나란히 걸어가는 것엔 익숙한데
안기고 안아주는 것엔 아주 서툴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제는 나란히 걸어가는 내 사랑보다
여전히 내 품을 파고드는 그녀를 안아주는 사랑을 위해 노력해 봐야 겠습니다.

결혼한 두 사람이 나중에 나란히 걸어나왔습니다.
때로는 아늑하게 서로를 안고,
때로는 나란히 함께 걸어가는 행복한 결혼이 되길 빌어봅니다.

15 thoughts on “결혼

  1. 정말 5-6월은 결혼 시즌인 듯하네요.
    공항 가는 길에서만도 꽃으로 치장한 웨딩카를 10대는 넘게 보았고,
    공항에서도 신부 화장도 지우지 않고 달려온
    신부들도 참 많더군요.
    제 집사람의 뒷모습도 저랬을까요…? =)

    1. 찍는 카메라가 세 대 였는데 똑같은 사진을 찍을 수는 없어서 다른 카메라가 안가는 곳으로만 가서 사진을 찍었지요. 아, 저도 5월에 결혼했어요.

  2. 입장하는 신부와 아버지의 뒷모습이 참 아름답네요.
    역시 잘 찍으신다니깐..
    아내가 ‘나좀 안아줘’하고 품에 파고 든다는 동원님은 행복하신거예요.
    우린 ‘쫌 내품에 파고 들어봐라 쫌~’ 하면서 안아주거든요 ㅎㅎ

    1. 고 위치에선 아무도 사진을 안찍는다는… 그래서 제가 그 위치에서 찍은 거지만요.
      요거 말고 전체가 넓게 잡힌 사진도 하나 있는데 그것도 괜찮더군요. ^^

  3. 웬만해선 저는 딱 요맘때쯤 밥 먹으러 갑니다.
    같이 사진을 찍어도 한 장씩 뽑아 주지 않아서리……

    사진을 키워놓고 모니터 뒤를 봤습니다.
    신부 얼굴이 보고 싶어서요. ㅎㅎㅎ
    가장 축복받고 아름다운 날이네요.

  4. 전 결혼하기 전날 결혼안하겠다고 울고불고했는데 지금까지 아이들낳고
    잘 살고 있는거보면 신기해요.ㅋㅋ
    그러고보면 포레스트님은 참 사랑스런 여자세요.
    전 남편이 안아주겠다하면 징그럽다고 밀어버리는데.ㅋㅋ

  5. ‘안기’ 라는 건 정말이지 ‘뽀뽀’ 와 더불어 지상 최고의 애정표현이 아닐까 싶어요.
    뭐랄까요,

    글 속의 결혼식에 대한 축하보다는….
    너무나도 다정하고 애틋한 마음이 묻어나오는 듯하여 가슴이 아련 합니다.

    한 번도 뵙지 못했지만, 정말 행복하신 것 같아요 ^^
    한 없이 달라져야할 한 사람의 인생을 그리는 태도, 본 받으며 살고싶습니다~

    1. 행복한 것 같지는 않고… 긴장과 스릴은 좀 있지요. 제가 뭔 일을 저지를지 좀 아슬아슬해서…

      아, 덧붙일 말이 있는데… 그건 바로 제가 보기엔 암행님 커플의 사랑이 아주 좋아보인다는 거예요. 시대가 많이 달라져서 사실은 우리가 젊은 사람들을 본받아야 하는 듯…

    1. 역시 자신의 관점에서 모든 사물을 보게 되는군요.
      전 당근 신랑의 뒷모습이라고 생각했는데,
      딸 시집 보낼 대사에 머릴 깍아야하나를 생각하신
      쥔장을 보고 가슴이 약간 찡~~~

      그래서 실례를 무릅쓰고 낑겨들기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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