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의 호흡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11월 2일 남한산성에서


올림픽 공원에 가면 “날개짓”이란 이름의 작품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의 영문 제목을 보면
날개짓이 아니라 날개의 호흡(Wing’s Breath)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작가는 새의 날개짓에서 어떤 움직임이 아니라
일종의 호흡을 본 것 같습니다.
숨쉬지 않고 그 누가 살 수 있을까요.
그런데 그 숨이 코로 들이마시는 호흡에 국한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새가 날개짓을 통하여 날개로 공중을 호흡한다면
우리의 걸음은 발의 호흡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는 걸어다니며 길을 호흡한다고나 할까요.
도시의 길을 걸어다니면 금방 발이 아파옵니다.
아무래도 도시의 길은 탁하기 이를데 없나 봅니다.
그래서인지 도시에선 조금만 걸어도 이내 걸음을 접게 됩니다.
발밑으로 낙옆이 아삭아삭 밟히는 가을 숲길은
발이 아파도 계속 걷고만 싶어집니다.
녹음이 우거진 한여름의 숲길도
진한 초록빛을 머리에 이고 걸어가노라면
걸음이 그 끝을 모른채 하염없어 이어지곤 합니다.
자연의 길은 맑아서 발이 아파도 오히려 그 호흡에 더 걸음을 열어놓게 됩니다.
나무나 강이 있는 길을 따라 오래도록 걸으며
발이 맑은 길을 호흡하도록 해주고 싶습니다.
도시에 사는 우리의 발은 숨을 꾹꾹 눌러참았다가
우리가 자연으로 나간 날,
드디어 맑은 길을 마음껏 호흡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그런 날, 발이 아프도록 하염없이 걷고 싶은 것인가 봅니다.

15 thoughts on “발의 호흡

  1. 안전화만 신고 몇 년을 다니다 보니 구두나 운동화를 신으면 더 불편해지더라고요.
    제 발이 그만 안전화를 신고 숨 쉬는 게 편안해졌나 보더군요.
    다시 일반 신발에 적응하기까지 오래 결렸습니다.
    발은 호흡뿐만 아니라 생활도 닮아 가더군요.

    1. 녹음이 우거진 숲길이 있었는데… 걸어가는 사람이 너무 작아서 결국 이 사진을 쓰고 말았어요. 가을은 아무래도 눈물과 많이 어울리지요.

  2. 올림픽 공원에 온갖 야생화가 섞여 폈다고, 친구가 전화했더군요.
    오늘이나 내일, 아님 모레쯤 밝을때 다녀오려구요.
    늘 밤에만 다니는 토성길. 이 길이 흙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생각한답니다.
    남한산성 길, 참 좋네요. 꼭 올가을에는 걸어야할 것같은…

    1. 조기는 남한산성 수어장대에서 북쪽 바로 아래쪽의 길입니다.
      조기하고 북문에서 하남의 고골로 이어지는 길의 샛길이 아주 좋았습니다.
      남한산성은 숲길이 하도 많아서 그거 하나씩만 다녀도 1년은 잘 보낼 수 있을 듯 했어요.

  3. 길은, 참 아름다워요 *_*
    저도 덕분에 가을단풍 끝무렵에
    싱그런 연두빛 시작무렵에
    두번이나 다녀왔네요.
    또 가야지하면서
    아직 절대 아니 간다는 ㅎㅎ

  4. 전 이사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벌써 가을이 올까봐 더럭! 겁먹은 게지요.
    이제막 여름이 시작하는 판에 가을이 다가는 사진이라니요~
    나이먹기 겁나는것이 별일못하고 사는삶이 미얀한가봅니다.

  5. 언젠가 티비에서 맨발로 걸으면 건강에 좋다고 해서,
    걷기위한 목적이 아니었던 바닷가로의 여행에서
    하루 종일 맨발로 걸어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사는 곳에서는 도저히 맨발로 걸어다닐 수가 없더라구요.

    그리고 또 가끔 뒤로 걸으면 몸에 좋다고 하길래,
    운동할 때 뒤로 걸어보기도 뛰어보기도 했는데 참 어려웠습니다 ^^;

    낙엽 가득~한 넓은 길에서 맨발로 걸어보기도 하고-
    뒤로 걸어보기도 하고픈 욕망이, 글을 읽고난 후에 생겨버렸어요 ㅎㅎ

    1. 사실은 날개의 호흡을 보며 발의 호흡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바닷가를 맨발로 거니는 모습이었습니다. 어딘가 그녀랑 여행하면서 찍어놓은 사진이 있을 것 같은데 찾지를 못하겠더군요.
      한동안 남한산성에 다녔는데 요즘은 마감 때라 집안에서 일에 쫓기고 있습니다. 저도 숲에 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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