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소녀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6월 6일 서울 시청앞 촛불집회에서


소녀는 입을 굳게 다물고
꼿꼿한 자세로 피켓을 들고 서 있었습니다.
소녀의 피켓은 이렇게 외칩니다.

진실을
은폐하고
왜곡하는
조중동은 각성하라

말없는 외침처럼 결연한 것이 또 있을까요.

조선일보나 중앙일보, 동아일보를 펼쳐보면
(인터넷으로 살펴봤습니다.
제겐 엄청난 인내력을 요하는 일이었습니다.)
여기저기서 촛불 집회에서 폭력을 행사한 시위자들에 대한 기사를 만나게 됩니다.
물론 그런 시위자들이 있었겠지요.
그런데 100만명이 벌였던 평화의 행진은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참 놀랍습니다.
조중동은 몇 명의 폭력 시위를 캐내
그 몇 명으로 100만명의 평화 시위를 가리고 은폐합니다.
집회 현장에 나가보지 않은 사람의 눈엔 폭력밖에 보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조중동은 폭력을 걱정하고 우려하는 듯 말을 하지만
실제로는 폭력으로 우리의 평화를 가리고 은폐하려 듭니다.
정말 평화를 원한다면 그 100만의 평화로 온 신문의 지면을 도배하고
그 평화의 아름다움과 감동에 작은 얼룩이 지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그 100만의 평화 시위에 초점을 맞추면
조중동이 폭력으로 매도하는 작은 얼룩도
알고 보면 평화의 소통이 막혔을 때
제발 우리 얘기좀 들어달라는 몸부림이 되고 맙니다.
그런데 조중동은 그 몸부림은 지워버리고
그 몸부림에 온통 폭력의 색을 덧입혀 얼룩을 만들고는
그 얼룩으로 우리의 평화를 모두 지워버리려 합니다.
때로 폭력을 우려하는 신문의 목소리 뒤에
100만의 사람들이 걸어간 평화가 은폐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소녀도 그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 사실을 알고 나면 조중동에 대해 결연한 의지로 외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진실을
은폐하고
왜곡하는
조중동은 각성하라

때로 진실에 다가서는 우리의 걸음이
거짓을 멀리하는 것으로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
신문 하나 끊는 작은 일이 그 길의 시작이 될 수도 있습니다.

12 thoughts on “그때 그 소녀

  1. 마산 고속버스 터미널 GS 편의점 가판대에 보니,
    조중동이 떡 하니 있길래 “경향 신문은 없나요?” 라고 했더니

    “경향 신문은 아예 안들어와요. ” 라고 하길래 참 어처구니가 없더군요.
    세상이 급박하게 돌아가는데, 이 땅끝에 박힌 마산은 아직 멀었구나..
    싶어서 말이죠.

    저 소녀는 미래의 ‘교과서’에 꼭 실렸으면 좋겠습니다.

    1. 그게 아마 암행님이 경향을 찾은 희귀한 사람 가운데 하나 였을 거예요. 구독이 그만큼 없다는 얘기죠. 찾는 사람이 많으면 가져다 놓지 않을 이유가 없지요.

      참언론도 적극적 참여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걸 가르칠 때 좋은 예로 사용되었으면 싶어요.

  2. 5공 때 서울신문 보고 거꾸로 생각하면 되듯이 지금은 조중동 보고 뒤집어 생각하면 딱 맞는 현실이니 아마 조중동은 심오한 반어법을 구사하고 있나 봅니다. 아님 촛불이 꺼지지 않게 기름을 들이붓는 작전을 구사하는 걸로 봐서는 MB OUT을 위한 이중간첩을 자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요. ㅎㅎㅎ

    1. 저도 한때 같은 사건에 대한 신문의 제목이 어떻게 다르나를 몇번 비교해본 적이 있었는데, 곧 그만 두어 버렸어요. 조중동의 그 교묘한 은폐와 왜곡에 열이 받아 그거 하다가 혈압올라 일찍 죽을 것 같더라구요. 이번에 블로그 포스팅을 위해 잠깐 들여다보는 것도 아주 힘들었어요.

  3. 어머 다른 분도 그랬군요…
    저도 아버님과 좀 말 다툼해서,
    가슴아퍼 시와 글을 학교 쉼터에 올렸었는데요
    여기 들어와서 처음 안 사실도 많아요
    제 친구들은 촛불~이제 그만 했으면..처음부터 그랬지만요..

    어제 동영상을 보았는데(미국에 사는 한국 대학생)
    동원님도 고개를 끄덕일…혹시 보셨나요?
    전 믿기가 어렵던데요
    만약 사실이라면 현실이 슬퍼요
    제가 위의 신문들만 읽어서 잘 모르는지요…

    1. 제이킴이 만든 동영상 말씀이신가 보네요. 아주 긴…

      어떤 사람은 매일 아침 한겨레 신문하고 조선일보를 나란히 보고 있다고 하더군요. 옆집이 보는 바람에… 아침 일찍 나가면 집앞에 나란히 놓여있다고 했습니다. 나란히 제목만 비교해도 세상을 좀더 분명하게 볼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그 신문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뭐가 잘못됐는지 잘 알 수가 없는 듯 합니다. 실제로 시위가 폭력화하고 불법화하는 측면이 없지 않으니까요. 그렇지만 조선일보가 “대한민국의 법이 죽었다”고 제목을 뽑은 날, 그 사람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죽었다”가 정확한 제목이 아닌가 하는 이의를 달았더군요. 준법을 외치면서 그 뒤에서 숨져가는 민주주의는 교묘하게 외면하는 게 조중동이죠.
      인터넷은 돈이 안드니 인터넷으로라도 경향이나 한겨레쪽을 좀 훑어보시는 것도 도움이 되실 듯 합니다. 블로거들은 대체로 진보적 성향을 갖고 있는 듯 하니 블로그 마실 다니는 것도 재미날 것 같구요.

  4. 언젠가 본듯한 광고 사진과 느낌이 비슷한데요!
    이사진을 조중동에 각성하라는 뜻으로 광고올리면 좋겠군요!!

  5. 진실이 가려지고 보이지 않는 조 중 동…
    그 신문을 보는 사람들이 있는 한 진실은 그렇게 가려지겠지요.
    어느 며느리가 시부모님이 보는 신문을 끊고 경향신문을 넣어주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 며느리같은 효부가 점점 많아져야 하지 않을까…

    1. 어느 집이나 세대간의 견해 차이는 다 있는 듯 싶습니다.
      한 인터넷 동호회에 이번 촛불집회로 부모님과, 그것도 특히 아버지와 다투었다는 견해가 무척이나 많이 올라오더군요.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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