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마이크 소리 뒤에 청와대가 있었다

“내가 마이크로 지휘한다. 3보 전진.”
방패와 투구로 무장한 경찰들의 뒤쪽 지휘부에서 마이크 소리가 울린다.
경찰들의 방패 앞에는
시청앞에서 단식 투쟁을 하던 기륭전자의 노동자들과
그들의 싸움에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방패로 막힌 걸음 앞에서 길바닥에 주저 앉아 있었다.
촛불집회를 위해 일찍 시청앞으로 나온 시민들도 함께 뒤섞여 있었다.
둘 사이에 틈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경찰들 뒤쪽의 마이크 소리는
앞의 경찰들에게 3보 전진하라고 명령하고 있었다.
경찰들의 얼굴에 갈등이 스친다.
그러나 그들은 아무도 그 마이크 소리를 거역하지 못한다.
결국 그들은 길에 주저앉은 여성들을 밀어붙이기 시작한다.
단식으로 굶은 여자들이란 외침도,
밀지말라는 외침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잠시 그곳은 밀고 밀리는 싸움으로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고,
그곳에 주저 앉아 있던 사람들은 모두 밀려나 버렸다.
이상한 건 그 다음 순간이다.
경찰들은 밀고 내려온 길목에 잠시 서 있더니
슬그머니 자리를 비운다.
도대체 왜 밀고 내려온거지?
그냥 그 자리에 앉아서 소리치게나 해주지.
경찰들이 사람들을 마구 밀고 있을 때,
분노한 시위대의 한 사람이 손을 뻗어 경찰의 투구를 한 대 때렸다.
그러자 경찰의 뒤쪽 지휘부에서 저 놈 잡으라고 곧장 고함이다.
마치 한 대 치길 기다렸다는 듯이.
그 사람, 다행히 재빨리 내뺐다.
방패를 든 경찰들의 뒤쪽 지휘부에
3보 전진을 명령하며 시민들을 밀어내라는 마이크 소리가 있었고,
그 너머, 경찰 버스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가서 그 앞뜰에서 외치고 싶어한
청와대가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그곳에 가서 외치려 했다.
사람들은 길을 가로막은 경찰의 방패와
노동자들을 밀어낸 마이크 소리의 진원지가 어디인가를 알고 있었다.
6월 28일 토요일, 안국동에서 내가 본 현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