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이 길에 누워 있었습니다.
어차피 버스로 막혀 갈 수도 없는 길을
경찰은 방패로 벽을 쌓고 그 앞을 또 막아 섭니다.
사람들은 청와대 앞뜰에 가서
비정규직 철폐하라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하라고,
목이 쉬도록 외치고 싶어 했습니다.
경찰은 그 사람들을 버스 앞에서 밀어내 버렸습니다.
잠시간의 싱갱이가 있었지만
사람들은 곧 멀찌감치 밀려나 버렸습니다.
사람들이 밀려난 그 거리에 꽃을 하나 둘 내려놓습니다.
흰 국화입니다.
사람들은 아마도 무엇이 죽었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게 민주주의건, 또 사람이 사람답게 살 권리이건
그것이 죽었다는 건 슬픈 일입니다.
사람들이 밀려난 거리에서
그 슬픔을 흰 꽃잎에 지긋이 물고
꽃들이 길에 누워있었습니다.
사람들을 밀어낸 경찰들은
갑자기 거리를 버리고 골목으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들이 왜 사람들을 그렇게 안간힘으로 밀어낸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길에 누운 꽃을 하나 둘 집어들더니
길을 막고 있는 경찰 버스로 다가갑니다.
그리고 쇠창살의 경찰 버스 창문에 여기저기 꽂습니다.
목말을 탄 어느 아빠의 어린 아들도
꽃 하나 버스 창문에 꽂았습니다.
꽃들이 경찰 버스의 창문에 다닥다닥 매달려 있었습니다.
그 무엇인가의 죽음을 애도하며.
하지만 슬퍼하진 마십시오.
지금 죽었다고 슬퍼한 그 무엇,
그것이 민주주의건, 사람이 사람답게 살 권리이건,
그것은 매일매일 사람들이 모여 그것을 외칠 때마다
또 부활하니까요.
비정규직 철폐하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하라.
우리가 그렇게 외칠 때마다
그 날 거리에서 죽어 우리를 슬프게 했던 그것은 다시 또 부활하니까요.
그것은 우리가 목놓아 외치면 죽었다가도 벌떡 일어나
다시금 우리와 함께 하는 영원한 불새같은 것이니까요.
7 thoughts on “그 거리의 꽃들”
설마 진달래를 눕혀놨으면 용공이라고 하겠네요.
‘국화와 칼'(?)이라는 책이 생각납니다. 그래서 ‘국화와 방패’가 연상되네요.
누가 죽었는지 그들은 알고 있을까요?
아마도 자기네들 죽은 사람 취급한다고 화내고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주는 왜 이렇게 일주일이 긴지 모르겠어요.
오늘은 비가 너무 심하네요.
국화꽃보면 슬퍼요~
이번에 신부들까지 나서고 있으니 지금 청와대는 많이 슬플거에요~ 고민되서..ㅎ
토요일까지 신부님들이 시청앞 광장을 잘 지켜주셔야 하는데… 2MB는 하도 막가는 대통령이라 걱정이예요.
그리고 녹두꽃도 피어나지요. ^^
아,, 점점 승화하고 있군요.
더 이상 시위나 집회가 아닌 것 같습니다.
사회 부조리란 부조리는 다 꺼내서 정화시켰으면 정말 좋겠어요!
그게 바로 촛불의 힘이고 진화일 거예요.
광우병 쇠고기에 갇히지 않고 사회의 모든 모순을 끌여들여 정화시키는…
누구는 그걸 촛불의 변질이라고 왜곡하고 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