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거리의 꽃들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6월 28일 서울 안국동의 집회 현장에서


꽃들이 길에 누워 있었습니다.
어차피 버스로 막혀 갈 수도 없는 길을
경찰은 방패로 벽을 쌓고 그 앞을 또 막아 섭니다.
사람들은 청와대 앞뜰에 가서
비정규직 철폐하라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하라고,
목이 쉬도록 외치고 싶어 했습니다.
경찰은 그 사람들을 버스 앞에서 밀어내 버렸습니다.
잠시간의 싱갱이가 있었지만
사람들은 곧 멀찌감치 밀려나 버렸습니다.
사람들이 밀려난 그 거리에 꽃을 하나 둘 내려놓습니다.
흰 국화입니다.
사람들은 아마도 무엇이 죽었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게 민주주의건, 또 사람이 사람답게 살 권리이건
그것이 죽었다는 건 슬픈 일입니다.
사람들이 밀려난 거리에서
그 슬픔을 흰 꽃잎에 지긋이 물고
꽃들이 길에 누워있었습니다.
사람들을 밀어낸 경찰들은
갑자기 거리를 버리고 골목으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들이 왜 사람들을 그렇게 안간힘으로 밀어낸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길에 누운 꽃을 하나 둘 집어들더니
길을 막고 있는 경찰 버스로 다가갑니다.
그리고 쇠창살의 경찰 버스 창문에 여기저기 꽂습니다.
목말을 탄 어느 아빠의 어린 아들도
꽃 하나 버스 창문에 꽂았습니다.
꽃들이 경찰 버스의 창문에 다닥다닥 매달려 있었습니다.
그 무엇인가의 죽음을 애도하며.
하지만 슬퍼하진 마십시오.
지금 죽었다고 슬퍼한 그 무엇,
그것이 민주주의건, 사람이 사람답게 살 권리이건,
그것은 매일매일 사람들이 모여 그것을 외칠 때마다
또 부활하니까요.
비정규직 철폐하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하라.
우리가 그렇게 외칠 때마다
그 날 거리에서 죽어 우리를 슬프게 했던 그것은 다시 또 부활하니까요.
그것은 우리가 목놓아 외치면 죽었다가도 벌떡 일어나
다시금 우리와 함께 하는 영원한 불새같은 것이니까요.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6월 28일 서울 안국동의 집회 현장에서

7 thoughts on “그 거리의 꽃들

  1. 설마 진달래를 눕혀놨으면 용공이라고 하겠네요.
    ‘국화와 칼'(?)이라는 책이 생각납니다. 그래서 ‘국화와 방패’가 연상되네요.
    누가 죽었는지 그들은 알고 있을까요?

    1. 아마도 자기네들 죽은 사람 취급한다고 화내고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주는 왜 이렇게 일주일이 긴지 모르겠어요.
      오늘은 비가 너무 심하네요.

  2. 아,, 점점 승화하고 있군요.
    더 이상 시위나 집회가 아닌 것 같습니다.

    사회 부조리란 부조리는 다 꺼내서 정화시켰으면 정말 좋겠어요!

    1. 그게 바로 촛불의 힘이고 진화일 거예요.
      광우병 쇠고기에 갇히지 않고 사회의 모든 모순을 끌여들여 정화시키는…
      누구는 그걸 촛불의 변질이라고 왜곡하고 있지만요.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