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의 진화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6월 28일 서울 종로의 촛불집회 현장에서


처음 촛불의 광장이 열렸을 때,
촛불에는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청소년들의 뜻이 담겨있었습니다.
세상의 어머니들이 그 뜻에 자신들의 뜻을 함께 보태
더 큰 촛불의 광장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점점 더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 광장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촛불의 광장은 점점 더 넓게 몸집을 불리더니
드디어는 거리를 광장으로 만들기에 이르렀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그 촛불의 광장은
더 이상 광우병 쇠고기 수입의 반대 목소리만 담는 광장이 아니었습니다.
그 촛불의 광장에는
운하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담기고,
굶어죽는 북한 주민에게 식량을 원조하라는 목소리가 담기고,
이명박 정권 아예 통째로 다 물러가라는 목소리가 담기고,
비정규직 철폐하라는 목소리가 담기고,
마치 우리 사회의 모든 모순을 그 자리에서 풀어보자는 듯
수많은 목소리가 담기기에 이르렀습니다.
나도 그 광장에 나갔습니다.
주로 운하 반대와 이명박 정권 물러가라를 내 목소리로 삼았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촛불이 변질되었다고 말합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촛불이 진화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내 눈에는 촛불의 진화로 보입니다.
변질이나 진화나 현재와는 다르게 바뀌어 나가고 있음을 말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변질이란 말에는 그 변화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묻어나고
진화란 말에선 그 변화에 대한 긍정적 시각이 묻어납니다.
난 변질이란 말에서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라는
내가 관심을 두는 문제만 해결하고 나면 다른 문제는 관심이 없다는
약간의 이기심을 느끼곤 했습니다.
내 문제에 다른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여주고
다른 사람의 문제에 내가 관심을 기울여 주며
사회의 문제를 나와 너, 우리의 문제로 만들어나가는 연대감은
가진 것이 없어 그저 뜻을 하나로 모으는 것밖에 달리 도리가 없는
우리 서민과 노동자들의 유일한 길이 아니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갇히지 않고
사회의 모든 문제에 문을 열며 다양한 구호를 그 광장에 담기 시작한 촛불은
내게는 분명한 진화로 보입니다.
소식을 들으니 촛불은 이제 진화를 거듭하여
그 광장에 사랑까지 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시청앞 광장에서 시국미사를 주관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신부님이
마음에 없더라도 한번 외쳐보자고 했답니다.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도 사랑한다고.
내겐 아직 어려운 사랑입니다.
그러나 그 어려운 사랑까지도 광장에 담기 시작한 것을 보면
촛불이 꿈같이 진화하고 있는게 분명합니다.
7월 5일 토요일엔 아무래도 광화문으로 나가
그 촛불의 진화에 또 뜻을 보태야 겠습니다.

7 thoughts on “촛불의 진화

  1. 이웃을 내 몸 같이 사랑하라는 말,
    정말 실천이 어려운 성경말씀이지요. 가장 중요한데 말이에요 ^^;

    이명박도 어찌보면 한 나라에 사는 이웃인데….

    사랑한다는 말이 차마 나오지 않는 걸 보면,
    역시…. 이웃 ‘사람’ 이 아닌가봐요~

    변질과 진화라는 말을 정치인들은 자꾸
    진보와 보수의 논리로 해석하려고 하던데 말입니다.

    이거 정말, 20세기 일제시대를 거친 해방후 군사정권
    시대의 사람들의 엄청난 단순함은 위험한 것 같습니다.

    부조리를 꺼내고 그 주제를 다루는 것 만으로
    정권을 전복시키려는 음모로 둔갑시키다니요.

    휴휴.

    1. 여지껏 그렇게 반대자를 빨갱이로 모는게 통했으니까요.
      우리 시대의 슬픈 자화상이죠.
      얼마나 간첩에 대한 왜곡된 교육이 철저했으면
      저는 한자를 배울 때 사이간자만 봐도 무서웠던 적이 있었어요.
      간첩의 간자가 사이간자거든요.
      그나마 대학 교육을 받으면서 그 왜곡된 교육의 잔재를 씻어낼 수 있었어요.
      그렇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 그늘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거 같아요.
      기다려봐야죠. 젊은 사람들한테 희망을 걸고…

  2. 핑백: SERANG WORLD
  3. 이번주 토요일에 나가시나요?
    저도 한 번 가보려고하는데… 그 날 처가에서 잠을 자야해서
    살짝 빠져나갈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요…

    1. 네, 이번 주 토요일에는 나가려구요.
      빨리 일하고 나가야 하는데 컴터가 망가져서 고치고 있어요.
      왜 하필 이렇게 바쁠 때 컴터가 속을 썩이는지…
      토요일에 광화문에 나오는 거 대대적으로 환영합니다. ^^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