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흔들 때
모든 장미가 그 붉은 마음을
바람에게 내준 것은 아니었다.
몇몇 장미는 가지끝을 그대로 지켰다.
바람이 지날 때,
조금씩 마음이 흔들리는 것까지 눌러둘 순 없었다.
그러나 붉은 꽃잎을 털어 바람의 손에 쥐어주진 않았다.
조금씩 흔들렸지만 꽃은 가지끝을 그대로 지켰다.
그 가지 끝,
붉은 빛 팽팽하던 꽃잎에서 색이 바래고
꽃은 잔주름을 자글자글 끓이면서 아래로 축 늘어졌다.
한창 예쁠 때,
항상 햇볕이 그 앞에 서 있었다.
햇볕은 그 앞에서 언제나 눈이 부셔했다.
햇볕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때는 그 앞을 지나는 모두가 꽃에 눈이 부셨다.
지나는 사람들 모두 한참 동안 눈길을 주었다 가곤 했다.
지금은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는다.
어젯밤 빗줄기가 훑고 지나갔다.
비에 젖을 때마다 꽃잎은 점점 더 색이 바랬다.
그러나 오늘도 여전히 햇볕은 장미 앞에 서 있다.
오늘은 빛바래고 쳐진 꽃잎의 주름 사이로
따뜻한 체온으로 덮혀진 손길을 조심조심 집어넣고
어젯밤의 빗줄기에 젖은 몸을 조금씩 조금씩 말려주고 있다.
슬쩍 햇볕을 올려다 보았다.
여전히 햇볕은 눈부신 눈초리로
그 자리의 장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4 thoughts on “햇볕과 장미”
저도 누군가의 햇볕인지 되돌아봅니다.
그것이 사치라면 그늘만 아니길 바랍니다.
햇볕과 그늘을 다 갖추면 더 좋을 듯.
겨울엔 햇볕되고, 여름엔 그늘되면 그것처럼 좋은게 어디있을까 싶어요. ^^
떨어지지 않고 잘 마른 장미꽃이
더 이쁘기도 한 걸요~
햇볕의 관심이 나쁘지 않겠어요. ^^
여긴 장미꽃 시리즈가 한창이네요.
며칠 더 계속될 듯 합니다. ^^